![[과학Dream_3화] 바라나시에서 신의 나라를 만나다 - 델리=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제공](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17/06/14988029062735.jpg)
※편집자주
[과학Dream] 에피소드는 동아사이언스의 기자들의 인도여행기를 담았다. 자세한 내용은 스토리펀딩에서 확인할 수 있다(스토리펀딩 보러가기)
모든 신의 나라 ‘인도’
다리 밑 학교 아이들과 헤어진 다음날 새벽 4시. 반쯤 눈을 감은 채 델리 국내서 공항으로 향했다. 짧은 여행 기간 속에 다리 밑 학교 수업을 일정에 넣다보니 뒷일정이 꽤나 빠듯해 졌고, ‘갠지스강’이 있는 도시 바라나시로 향하기 위해 새벽 6시 25분 비행기를 타야했다.
![[과학Dream_3화] 바라나시에서 신의 나라를 만나다 - 델리=신수빈 동아사이언스 기자 sbshin@donga.com 제공](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17/06/14988030430688[1].jpg)
“와, 여긴 정말 신이 필요하겠어.”
생각보다 발전했던 델리에 비해 바라나시는 말 그대로 ‘인도’스러웠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흙길 위를 여유롭게 누비는 소들, 그리고 도처에 지뢰처럼 널린 똥이 우릴 반겼다. 릭샤와 소, 릭샤와 릭샤가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순간엔 여러 신을 찾으며 기도하기도 했다. 본래 다양한 신을 인정하는 힌두교의 특징을 따 인도를 ‘모든 신의 나라’라 부르지만, 바라나시를 찾은 네 기자들에겐 ‘모든 신을 찾게 되는 나라’란 의미로 다가왔다.
![[과학Dream_3화] 바라나시에서 신의 나라를 만나다 - 바라나시=신수빈 기자 sbshin@donga.com 제공](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17/06/14988034622961.jpg)
삶과 죽음 사이 그 어딘가
무거운 짐을 숙소에 내려둔 채, 일몰을 보기 위해 갠지스강으로 나갔다. 사실 갠지스강에 대한 이미지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제대로 된 화장터에 가진 못한 고인의 신체 일부가 물에 떠다닌다, 소 똥이 떠다닌다 등등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온갖 걱정이 담긴 이야기를 전해줬기 때문이다.
제대로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아씨 가트’(가트: 갠지스강을 따라 있는 계단식 제단, 제사를 지내거나 화장을 하는 곳)에서 출발해 갠지스강을 따라 메인 가트인 ‘다샤스와메드 가트’까지 나무보트를 이용해 이동했다.
보트 왈라(왈라:기사, 전문가, 장인을 뜻하는 힌디어)는 빨래터, 목욕터, 화장터를 지나 갠지스강의 신을 위한 종교 의식인 ‘뿌자’가 한창인 메인 가트까지 노를 저어 줬다. 평소엔 그렇게 부산스러운 네 기자지만 삶과 죽음의 공간을 지나, 신을 위한 공간으로 오는 동안 말을 잃었다.
기자들은 갠지스강의 분위기에 취해 다음날 저녁 또 갠지스강으로 향했다. 전날 자세히 보지 못한 죽음의 공간, 화장터에 가기 위해서다. 보트왈라는 하얀 천만 두르고 화장터에 서 있는 한 남자를 가리키며 “저 남자의 아내나 어머니가 죽은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고인의 가족들은 한국의 ‘염’과 유사하게 천으로 감싼 고인의 몸을 갠지스강 물로 세 번 담군 뒤 화장터로 이동했다. 어느 정도 화장이 마무리되자 남자가 타고 남은 재의 일부를 동그랗게 뭉쳐 갠지스강에 던졌고, 토기 하나에 갠지스 강물을 담아 화장터를 향해 던졌다. 이 토기가 잘 깨져야 그의 가족이 좋은 곳으로 간다는 의미란다. 그 뒤 남자는 가족이 떠난 화장터를 돌아보지 않고 강의 하류로 내려가 가족의 유해가 뿌려진 물에 몸을 씻었습니다.
“모두가 이렇게 갠지스 강가에서 화장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정리하던 중 보트왈라가 안타까운 얘길 시작했다. 이렇게 화장터를 이용하는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20만 원 수준이다 보니 모든 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과학Dream_3화] 바라나시에서 신의 나라를 만나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17/06/14988041181119.jpg)
4월 29일 인도 델리. 뉴델리 기차역이 있는 ‘뉴델리역’ 부터 지하철 ‘옐로우 라인’을 따라 30분 가량을 올라가 목적지인 사마이푸르 바디(Samaypur Badi)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역을 빠져 나온 뒤, 처음 본 인도인들과 함께 ‘오토릭샤’를 타고 15분 가량 더 이동해 목적지인 ‘델리공대’에 도착했다. 인도의 과학•공학 교육 전문가인 시마 싱 델리 공대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함 도, 하마레 도(우리는 둘, 아이도 둘)’이라는 슬로건 하에 인도는 1952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자식이 많을 땐 경제적 상황 때문에 아들만 교육시키던 과거에 비해 아들 딸 구별 없이 자식 모두를 교육하기 시작한 시발점이죠.”
이들리(우리나라의 기주떡(술떡)같은 맛의 쌀로 만든 빵), 으깬 감자, 카레로 구성된 ‘남인도식 집밥’을 내어주며 싱 교수는 인도 여성들의 과학 교육수준을 높이기 위한 인도 정부•대학 차원의 노력에 대해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2000년 전 과거의 인도에서 여권은 오히려 높았다. 하지만 인도에 무슬림이 들어오며 여권이 하락했고, 이와 함께 여성은 교육 받을 기회까지 함께 잃었다. 1945년 독립으로 인해 ‘여성들도 똑똑해져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역부족이었다.
1970년부터 시작된 산하 제한 정책이 변화의 씨앗이 됐고, 1991년 세계화의 물결의 타고 여성들은 진짜로 교육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인도의 경제 성장을 이끈 정보통신(IT) 기술 분야가 그 시작이었다. 공학 교육이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싱 교수는 “자연과학과 달리 공학은 학부만 졸업해도 쉽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공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아지며 여성들의 공학계 진출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과가 급격하게 늘어난 탓에 공학교육의 질은 아직 수준 이하라는 것이 인도 교육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제 양극화로 인해 지역마다 교육 수준이 차이 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2003년부터 ‘공학 교육 수준 개선 프로젝트(TEQIP)’를 펼치고 있다.
세계은행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인도 정부에 돈을 빌려줬다. 도서관 등 기반시설을 늘리고, 교수를 교육하는 1~2단계, 교육 성장이 더딘 지역으로 교수진을 파견하는 3단계 정책을 통해 2021년까지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정책적 노력 덕에 특히 성장한 건 여성과학자의 역할이다. 지난 해 4월 성공리에 로켓을 발사한 데도 인도우주국(ISO) 소속 여성과학자들의 역할이 컸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지원하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INWES)의 2017년 총회도 오는 10월 인도 델리에서 열린다.
INWES의 준비위원이기도 한 싱 교수는 “대학의 공학 전공 입학자의 33%를 여학생의 자리로 할당하는 등 여성의 과학계 진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Dream_3화] 바라나시에서 신의 나라를 만나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17/06/1498804636151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