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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양적·단기적 성과 거둔 연구자가 좋은 평가 받는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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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양적·단기적 성과 거둔 연구자가 좋은 평가 받는 부작용”

2017.07.06 14:42
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 ‘포스트-PBS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 - KISTEP 제공
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 ‘포스트-PBS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 - KISTEP 제공

“연구과제중심제도(PBS)는 경쟁을 통해 우수한 연구자들에게 연구개발(R&D) 예산이 집중되도록 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질보다는 양적인 성과를 거둔 연구자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연구를 양산했습니다.”

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 ‘포스트-PBS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PBS의 문제점에 대해 이처럼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과학기술정책은 국가전략과 R&D 정책을 세밀하게 연계하는 일보다 R&D 예산을 조정하는 데만 관심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 연구자간 경쟁 부추기는 PBS, 단기·양적 성과에만 치중하게 해

 
PBS는 연구자 인건비 중 일부만 정부 출연금을 지원 받고, 나머지는 연구자가 직접 외부기관으로부터 연구 과제를 수주해 충당해야 하는 제도다. 그동안 PBS는 도입 취지와 달리,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가 아닌 연구비로 경쟁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비판을 받아 왔다(☞관련 기사: “연구 성과 아닌 예산 확보 위한 경쟁, 이젠 멈춰야”). 윤진희 인하대 교수는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서로를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다보니 협력 연구가 이뤄질 수 없는 연구 생태계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KISTEP이 출연연 연구자 등 관계자 132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출연연의 성과 창출 장애요인으로 ‘인건비 확보 등 불안정한 예산구조’(33.3%)가 가장 많이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연 예산·사업구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등 연구환경’(43.2%)이 가장 높았다. 류영수 KISTEP 평가분석본부장은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보장돼야 각 기관이 고유 연구 분야와 특성에 맞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혁신위원회 총괄간사인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은 “부처간의 과도한 경쟁과 너무 많은 수의 과제, 관리 기관 탓에 연구 현장은 관료 문화의 지배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경영기획부장도 “PBS 하에 R&D 예산이 운용되면서 12개 각 부처에 연구관리 전담기관이 20여 개로 불필요하게 늘었다”며 “그만큼 연구자들은 연구 관리 때문에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 ‘포스트-PBS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KISTEP 제공
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주관 ‘포스트-PBS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본부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KISTEP 제공

● 연구과제 중심에서 연구자 중심으로…기관 자율성·독립성 보장해야

 
이런 PBS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권한이 연구기관에 상당 부분 위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용홍택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책관(국장)은 “각 기관장이 기관의 성격과 철학에 맞는 임무를 정하고 이에 맞게 사업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연구과제를 기관이 선정하고 연구책임자에게 전권을 주는 ‘연구자중심제도(RBS)’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 국장은 “매년 연구회, 미래부로 이어지는 성과 평가 시스템 역시 기관장의 임기인 3년 단위로 바꾸고, 출연연 자체평가를 거쳐 연구회가 최종 평가를 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학적인 전문성에 기반한 거버넌스가 PBS 제도 혁신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인사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연구회 이사장이나 기관장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과기계를 대표하고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PBS 제도 개선을 바탕으로, 출연연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표 경북대 교수는 “출연연이 각 연구 분야의 대학, 기업을 잇고 연구비와 인프라를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 국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서도 앞으로는 산학연이 협력하는 융합연구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출연연은 대학에 비해 좀 더 큰 규모의 집단으로 할 수 있는 대형 국책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학계 스스로도 연구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연구위원은 “PBS 제도 아래에서는 연구를 위한 연구도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왜 특정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설명책임이 따를 것”이라며 “기초연구라고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는 방식은 안 되고 사회 문제, 경제 문제를 국가 R&D로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PBS에 얽힌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제도 개선 문제는 분명한 방향을 갖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BS 제도의 도입 배경과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 - KISTEP 제공
PBS 제도의 도입 배경과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방향. - KISTE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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