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테마가 있는 영화] 혼돈의 시대 ‘다크 나이트’

통합검색

[테마가 있는 영화] 혼돈의 시대 ‘다크 나이트’

2017.07.08 10:00

# 영화 ‘다크 나이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천 베일, 마이클 케인, 히스 레저, 게리 올드만, 아론 에크하트, 매기 질렌할, 모건 프리먼
장르: 액션, 드라마
상영시간: 2시간 32분
개봉: 2008년 8월 6일 / 재개봉: 2017년 7월 12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2008년 7월 개봉한 ‘다크 나이트’는 당시 관객과 평단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40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같은 해 4월 개봉한 ‘아이언맨’도 마블 히어로 영화의 성공적인 첫 출발을 알리며 430만 명의 관객을 모았지만, ‘다크 나이트’가 보여준 무게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엇이 이 영화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든 것일까.


영웅 서사가 등장하는 히어로 영화이자,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악당이 등장해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영화의 등장. ‘다크 나이트’는 지금까지도 히어로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와 함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고작으로 꼽힌다. 오는 12일 재개봉을 앞둔 ‘다크 나이트’를 만나보자.


(*아래에는 영화 ‘다크 나이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조커의 등장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전작 ‘배트맨 비긴즈’에서 부패한 도시를 파괴하려는 ‘라스 알 굴’에 맞서 고담 시를 지켜낸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그 표식만으로도 범죄자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배트맨을 따라하는 가짜 배트맨들(Copycats)까지 등장해 범죄와 맞서려 한다. 이 때 범죄자 척결을 내세운 새로운 지방 검사 하비 덴트가 시민들의 신망을 얻고, 배트맨의 존재가 영원할 수 없음을 깨달은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를 고담 시의 새로운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다.


한편 검⋅경찰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갱단은 배트맨을 죽여주겠다는 미치광이 조커의 제안에 응한다. 조커는 먼저 판사, 경찰청장, 그리고 하비 덴트의 목숨을 차례로 노리고 사람들을 큰 두려움에 빠뜨린다. 배트맨 덕분에 하비 덴트는 살아남지만 조커는 다음 목표로 시장의 목숨을 노린다. 갱단이 월척이고, 조커는 피라미 정도로 생각했던 배트맨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 배트맨&하비 덴트 검사&짐 고든 형사 세 사람의 합동 작전을 통해 조커를 감금하는데 성공하지만 조커는 이 계획을 역이용해 더 큰 불씨를 만든다.

 


# 사실적이고, 사색적인 히어로 영화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가 다른 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타 영화들이 코믹스의 설정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화처럼 표현하는 이미지를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한다는 데 있다.


영화는 우선, 만화 속의 음습한 고담 시를 현대의 빌딩숲으로 옮겨왔다. 그 안에서 갱단의 불법적인 거래, 폭력 행위를 막기 위해 배트맨이 보여주는 액션도 그리 비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액션의 쾌감이 없지 않다) 본래 초능력이 없고 특수훈련을 받은 재벌 회장님인 배트맨의 신체적 능력을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지만, 이후 슈퍼맨과 맞설 뻔했던 배트맨의 모습(‘배트맨 대 슈퍼맨’)을 생각해보면 ‘다크 나이트’는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놀란 감독의 확고한 스타일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범죄를 일으키는 악당 캐릭터들도 외계의 생명체이거나, 사고로 초능력을 얻은 인물들은 아니다. 배트맨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들은 불법 자금을 축적하려는 갱단이거나, 당최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혼돈에 빠뜨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조커뿐이다.


또한 영화 속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은 매순간 고민한다. 그야말로 무법지대인 고담 시의 밤을 지키는 자신의 이중적인 삶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자신을 떠나 하비 덴트와 만나는 연인 레이첼은 돌아올 것인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정말 정의롭고 선한 것은 맞는지 등. 말 많고 농담도 잘하는 유쾌한 히어로들이 대다수인 요즘 시류에 비추어 보면, 조커의 대사 “Why so serious?(왜 그렇게 심각해?)”는 배트맨을 향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지만 어쨌든 배트맨은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 배트맨의 고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배트맨의 고민은 조커를 만나면서 더욱 깊어진다. 배트맨이 일개 미치광이 정도로 생각했던 조커는 고담 시 전체를 뒤흔드는 인물로 부상한다. 갱단이 배트맨 없는 세상에서 자기들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조커를 ‘고용’한 것인데, 애초에 조커는 갱단이 통제할 수 없는 무서운 인물이다. 배트맨은 자신과 경찰의 정보망을 총동원해도 조커를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조커는 과거가 지워진 수수께끼의 인물인데다 그가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는지, 앞으로 어떤 짓을 벌일지 쉽게 추측할 수 없다. 조커는 어떤 인물인가?


조커는 영화에 등장하면서부터 사람들의 도덕을 시험하는 인물이다. ① 오프닝 장면, 조커는 갱단의 돈세탁을 담당하는 은행을 습격하면서, 자신의 수하들에게 동료를 죽이면 더 많은 돈을 가질 수 있으니 서로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 결과, 조커만 살아남는다. ② 조커는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갱단 두목을 찾아가 잔인하게 죽이고, 그의 부하 3명에게 1명만 살려줄 테니 서로를 죽이라고 한다. 이 모습은 영화 말미에 배트맨&하비 덴트 검사&짐 고든 형사가 조커에 의해 서로를 공격하게 되는 장면과 닮았다.


③ 이어 배트맨이 가면을 벗고 자수하지 않으면 사람들(판사, 경찰청장, 검사, 시장 등)을 죽이겠다고 경고하고, ④ 배트맨의 존재를 폭로하려는 변호사를 죽이지 않으면 무고한 환자들이 있는 병원을 폭파하겠다고 협박한다. ⑤ 배트맨에게는 위기에 빠진 하비 덴트와 연인 레이첼 중 누굴 구할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고, ⑥ 마지막으로 두 척의 배를 타고 고담 시를 떠나는 범죄자 집단과 시민 집단에게 서로의 배를 폭파시킬 수 있는 기폭 장치를 주고, 살고 싶으면 다른 한 척의 배를 폭파시키라고 강요한다.


조커는 왜 이런 짓을 벌이는가? 웨인 가문의 집사 알프레드는 그저 ‘재미’로 그런 일을 벌이는 유형의 인간들이 있고 그들은 세상이 몰락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조커는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힘든 시기가 오면 더 추악해질 것이라 말한다. 마치 그 말을 증명하려는 듯,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해쳐야만 살아남는(다고 믿는) 극한의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자신은 그 광경을 (⑥에서는 정말로) 강 건너에서 불구경하듯 바라본다.

 


# 조커는 죽지 않았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영화는 초반부터, 각 인물들의 입을 빌려 끊임없이 믿음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 믿음의 결과는 처참하다. 자신의 부하들이 정직하다고 믿었던 고든 형사는 부하들의 배신 때문에 위기에 직면한다. 고담 시를 지키고자 했던 하비 덴트는 운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믿지만, 결국 조커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타락하고 만다. 배트맨은 하비가 고담 시의 희망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그 희망을 잃는다.


영화는 끊임없이 혼돈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캐릭터 조커를 통해 도덕에 대해, 믿음에 대해,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사람들이 선하다는 믿음을 끝까지 유지할 것인가? 불법적인 수단으로 사람들을 구하려는 배트맨은 선인가, 악인가? 믿음이란 것은 영원할까?


희대의 캐릭터 조커를 연기해 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배우 히스 레저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조커는 끝내 죽지 않는다. 배트맨은 하비를 잃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취조실에서 배트맨과 이야기를 나누던 조커는 “힘든 시기가 오면, 소위 문명인이라는 사람들이 더 추악해”진다고 말한다. 그 말은 3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펼쳐질 이야기의 예고가 된다. 그러나 그 말을 현실에 적용하면 어떨까? 우리는 자신 있게 ‘그 명제는 틀렸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조커에게 시험 당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복잡하고 비윤리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불가피한 삶이다. 우리가 매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바뀌고, 삶이 바뀌고, 세상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무엇이 옳은지, 우리는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저마다 극단으로 치닫는 혼돈의 시대라면 더더욱.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해리슨앤컴퍼니 제공

‘다크 나이트’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리고 히스 레저를 비롯한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액션과 이야기의 조화, 한스 짐머의 장엄한 음악까지 경험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지만 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벗어난 완결성을 보여준 ‘다크 나이트’가 여전히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이유다.


‘다크 나이트’는 오는 12일 극장에서 재개봉하고, 놀란 감독은 신작 ‘덩케르크’로 7월 20일부터 관객들과 만난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9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