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테마가 있는 영화] tvN 예능 ‘윤식당’에 영감을 준 ‘카모메 식당’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7월 15일 08:00 프린트하기

# 영화 ‘카모메 식당’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42분
개봉: 2007년 8월 2일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 핀란드의 작은 일식당 ‘카모메 식당’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왔던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분)는 중년이 되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작은 일식당 ‘카모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주메뉴는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다. 하지만 식당을 개업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는다. 사치에가 하릴없이 빈 유리잔만 닦고 있던 어느 날, 꿈에 그리던 첫 손님이 찾아와 커피를 주문한다. 첫 손님인 토미는 일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청년이라, 아무도 없는 일식당의 문을 두드리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토미의 방문에 감동을 받은 사치에는 그에게 평생 커피값을 받지 않기로 한다.


사치에는 토미가 궁금해하던 ‘갓챠맨(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의 원제목)’의 주제곡 가사를 알려주기 위해 애쓰던 중, 어느 서점 카페에 앉아 있던 일본 여성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 분)와 만난다. 마침 미도리는 그 노래를 전부 외우고 있어 사치에에게 가사를 적어준다. 사치에는 감사의 의미로 미도리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고, 핀란드로 계획도 없이 놀러 왔던 미도리는 어쩌다 보니 식당 일을 돕게 된다.


사치에와 미도리는 핀란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덕분에 손님들이 조금씩 찾아온다. 핀란드에 여행을 왔다가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모타이 마사코 분)도 합류해 식당 일을 돕는다. 가끔은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식당이지만, 어느덧 단골 손님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카모메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 서서히 입소문이 퍼지는 맛집처럼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10년 전 개봉한 영화 ‘카모메 식당’의 국내 공식 관객 수는 7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극장이 아닌 곳에서 영화를 관람했거나, 영화는 보지 않았어도 그 이름을 들어 본 사람들의 수는 꽤 많을 것이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동명의 오니기리 전문 프랜차이즈도 생겼고, 올 봄 대박을 터뜨린 예능 ‘윤식당’의 제작 컨셉에 영감을 준 것이 바로 이 ‘카모메 식당’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가진 잔잔함에 비해서는 꽤나 커다란 파급력을 행사했다고 할 수 있다.


분위기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본 영화계에는 ‘심야식당’을 비롯해 ‘남극의 쉐프’, ‘해피 해피 브레드’, ‘리틀 포레스트’ 등 음식, 식당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작품들이 많다. ‘카모메 식당’ 역시 그런 영화 중 하나다. 다만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가 만드는 첫 음식, 시나몬롤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가 시작되고 40분이 지나서야 나온다. 그 이유는 영화 초반엔 식당에 손님이 없어서 만들 요리가 없기 때문인데, 영화 전체적으로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음식이 나오는 장면이 많지는 않다. 때문에 관객들의 위장을 자극하기에는 다소 심심한 편. 그러나 영화의 제목이 정직하게도 ‘카모메 식당’인 만큼 영화 속에서 음식은 극중 인물들을 묶어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 갈매기 식당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영화는 핀란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일본 여성과 우연한 기회에 그의 식당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영화에는 등장인물들 간의 특별한 갈등도, 사건도 나오지 않아서 마치 조미료 없는 건강식을 먹는 느낌이다. 또한 핀란드와 일식당, 시나몬롤과 오니기리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들을 조합했음에도 관객들이 이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영화의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핀란드에 언제부터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식당의 주인 사치에는 한 달 전에 식당을 개업했다. 핀란드 수도 한편에 일식당을 열면서도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와서 허기를 채울 수 있는 흔한 동네 식당을 표방하는 소박(하거나 고지식)한 인물이다. 항구도시인 헬싱키에 살찐 갈매기가 많다는 이유로 식당 이름도 ‘갈매기 식당(かもめ食堂, ruokala lokki)’이라 지었다.


식당에 한 달째 손님이 없어 걱정하는 친구 미도리가 일본인 관광객 대상 홍보 활동을 권유하자, 사치에는 그저 열심히 하면 손님이 늘 것이라 생각하고, 그래도 안되면 문을 닫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동네 식당’의 성격을 바꾸지 않는다. 그녀의 고집 덕분에 식당 홍보도 전혀 하지 않고, 첫 손님이었던 토미에겐 평생 공짜 커피를 제공하고, 손님보다 친구들 대접하는 일이 더 잦은 카모메 식당.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보면 이런 답답하고 미련한 식당 주인이 도대체 어디 있나 싶겠지만, 다행히 핀란드 사람들을 위한 메뉴 시나몬롤 개시와 함께 식당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 누구든 먹어야 살 수 있는 법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주)엔케이컨텐츠 제공

영화 ‘카모메 식당’이 지향하는 태도는 주인공 사치에의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사치에는 일면식도 없던 미도리와 마사코를 식당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한 번쯤 식사 메뉴를 시킬 법도 한데 언제나 공짜 커피만 마시는 토미에게 눈치를 주지도 않는다. 식당 밖에서 자신을 동물원의 동물 보듯 구경하거나 흘겨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소와 인사를 건네 손님으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언제나 같은 자리를 지키며 다양한 사람을 맞이하는 일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 못지 않게 식당의 중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는데, ‘심야식당’ 속 마스터가 다양한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그에 맞는 음식을 제공하듯, 사치에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과 커피를,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처럼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저마다 고되고 슬픈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와 관계없이, 사치에는, 그리고 영화는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기왕이면 모여서 따뜻한 주먹밥 정도는 함께 먹자고 청한다. 극중 사치에의 대사처럼 “누구든 먹어야 살 수 있는 법“ 아니겠는가.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온 미도리도, 마사코도 언젠가 새로운 삶을 찾아 식당을 떠나겠지만, 카모메 식당이 위치한 항구는 새로운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많은 곳이니까.


덧. ‘카모메 식당’은 필자가 금년에 소개한 28편의 작품 중 여성 감독이 만든 유일한 작품이다. 28분의 1. 되짚어 보니 놀라운 숫자다. 세상에 볼 만한 영화는 손에 꼽을 수 없이 많고, 그 중에는 여성 감독들이 만든 멋진 영화도 굉장히 많다. 앞으로는 영화와 연관된 여러 가지 요소를 두루 고려해, 조금 더 균형감을 가지고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7월 15일 08:0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4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