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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하게 돈 쓰는 방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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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15일 12:00 프린트하기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우연히’ 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평범한 가정이 어느 날 근처 동물원을 판다는 전단지를 보고, 또 때 마침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들어와서 "이 동물원 우리가 살까? 그러지 뭐"라며 동물원을 사버렸다는 얘기다. 동물원 관리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열정으로만 뭉쳐 좌충우돌 해나가는 유쾌한 실화이다.

 

GIB 제공
GIB 제공

역시 유쾌하게 동물원도 사고 그러려면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은 농담이고, '역시 사람은 덕질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군'의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오랜 동물 덕후로 동물 덕질을 위해 자신의 모든 재산과 커리어를 건 셈이었다. 저자 왈 살 당시엔 생각 못했지만 사놓고 보니 마치 자신의 삶이 그동안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던 듯, 크고 사실 무모한 결정임에도 자신의 결정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사람이 덕질하다 보면 동물원도 사고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보니 왠지 납득되기도 했다.


한편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돈을 쓰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실제로 행복에 있어 돈을 얼마나 쌓아두었는가보다 중요한건 돈을 ‘어떻게’ 내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쓰는가이다. 예컨대 돈을 쓸 때 단지 물건이나 경험을 쌓아두거나 과시하기 위해 샀을 때보다 ‘나의 행복 증진’을 염두에 두고, 단순 소유보다 소비 ‘경험’에 초점을 두고 샀을 때 훨씬 더 행복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학자들은 물건을 살 때 소유나 과시보다 그 소비를 통해 내가 직접적으로 하게 될 ‘경험’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Van Boven & Gilovich, 2003; Zhang et al., 2013).


가전제품을 살 때도 보통은 뭔지 잘 모르겠는 세부사항을 하나하나 따져서 비교해가면서 사곤 한다. 하지만 실제론 많이 비교하고 심사숙고하면서 샀을 때보다 그냥 딱 봤을 때 내 눈에 이쁘고 좋아 보이는 물건을 샀을 때 더 만족도가 큰 경향이 나타난다(Hsee et al., 2008). 물건을 고를 때는 여러 물건들의 차이에 집중하는 ‘비교’모드지만, 산 물건을 경험할 때는 물건을 고를 때 중요하게 느껴지던 비교우위는 사라지고 직관적인 느낌(딱 봤을 때 이쁘고 마음에 듦)과 그 물건과 나 사이의 1:1 경험만 남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과 비교가 많을수록 물건을 산 후에도 ‘실은 저게 더 낮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남아 잘못 샀다며 후회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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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봉사나 기부활동, 소중한 사람을 위한 깜짝 선물 같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방향으로 돈을 썼을 때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더 행복한 경향이 나타난다(Dunn et al., 2011). 일례로 똑같은 가방을 사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샀을 때와 그냥 별다른 의미 없이 샀을 때를 비교하면 전자에서 더 큰 기쁨과 뿌듯함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Aknin et al., 2013).


하지만 돈과 행복의 상관도가 약 10% 정도로, 생각보다 큰 상관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Diener & Biswas-Diener, 2008),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돈 쓰기를 잘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아마 당신이 돈을 잘 쓰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는 학자들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많은 노력과 스트레스를 떠안는 대신 정작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지 못한다면 재력이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돈은 각종 걱정과 불안 등 ‘불행’을 막아주는 역할은 톡톡이 한다. 하지만 불행을 그치는 것이 곧 행복을 촉진시키는 것은 아니다. 찬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끄면 물이 더 이상 차지 않아질뿐 따듯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어둡지 않다는 게 곧 밝다는 건 아닌 것처럼, 슬프지 않은 게 곧 행복한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자신을 위한 행복을 위한 돈쓰기 방법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전재산을 걸고 온전히 나를 위해 한 가지 큰 엉뚱한 짓을 한다면 그건 뭘까? 만약 1억을 주고, 이 돈을 그냥 쌓아두는 건 안 되고 일주일 안에 반드시 당신의 행복을 장기적으로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돈을 쓰라고 하면 뭘 할까? 내 집 장만 등 인생의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 참고문헌
[2] Van Boven, L., & Gilovich, T. (2003). To do or to have? That is the ques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5, 1193-1202.
[3] Zhang, J. W., Howell, R. T., & Caprariello, P. A. (2013). Buying life experiences for the “right” reasons: A validation of the Motivations for Experiential Buying Scale. Journal of Happiness Studies, 14, 817-842.
[4] Hsee, C. K., Hastie, R., & Chen, J. (2008). Hedonomics: Bridging decision research with happiness research.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3, 224-243.
[5] Dunn, E. W., Gilbert, D. T., & Wilson, T. D. (2011). If money doesn't make you happy, then you probably aren't spending it right.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1, 115-125.
[6] Aknin, L. B. et al. (2013). Prosocial spending and well-being: Cross-cultural evidence for a psychological universa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 635-652.
[7] Diener, E., & Biswas-Diener, R. (2008). Will money increase subjective well-being? : A literature review and guide to needed research. In M. Eid & RJ Larsen (Eds.), The science of subjective well-being (pp. 307–322). New York: The Guilford Press.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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