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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기억이 오래가는 이유? 어느 연구자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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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0일 18:00 프린트하기

 

“내 눈은 나의 나이지만 내 귀는 아버지의 나이를 갖고 있다”


지금도 동아프리카 부족의 족장은 아이들을 모아두고 이런 말을 한다. 눈은 그저 내가 본 것만 알고 있지만, 귀는 아버지로부터 전달받은 경험까지 물려받았다는 뜻이다.

 

기억은 수 천 년 동안 추상적인 언어였다. 한 사람의 기억은 그가 겪은 경험으로 해석됐고, 여러 사람에 걸쳐 알려지거나 여러 세대에 걸쳐 함께 공유하게 된 다수의 경험이 비로소 ‘지혜’라는 이름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21세기 현대인이라면 이런 기억이 뇌의 신경계를 이루는 뉴런에서 비롯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사라지는지’ 혹은 ‘쉽게 잊히는 단기 기억과 일평생 생생한 장기 기억은 어떻게 구분되는지’와 같은 물음 앞에선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19일 미국 뉴욕대 신경생물학과 니콜라이 쿠시킨 교수팀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새로운 가설을 담아 ‘기억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제목의 리뷰논문을 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현재까지 기억에 관한 3가지 모델이 존재했다. 단기기억과 중기기억, 장기기억이 각각 저장되는 위치가 다르다는 ‘다중 저장 모델’(a)과 기억마다 뇌에 각인되는 강도가 다르다는 ‘처 리강도 모델’(b),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 오래간다는 ‘시간층 모델(c)’이다. 시간층모델은 외부자극에 따라 자주 떠올려지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 New York University 제공
기억에 관련된 3가지 모델. 단기기억과 중기기억, 장기기억이 각각 저장되는 위치가 다르다는 ‘다중 저장 모델’(a)과 기억마다 뇌에 각인되는 강도가 다르다는 ‘처리강도 모델’(b),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떠올리는 기억이 오래간다는 ‘실시간 계층 모델(c)’이다. 실시간 계층 모델의 모식도.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자극으로 인해 자주 떠올려지는 단기기억(파랑)이 장기기억(빨강)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New York University 제공

연구팀은 지난 수 십년간 이뤄진 뇌 연구를 바탕으로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물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는 ‘실시간 계층(Temporal hierarchy) 모델’을 내세웠다. 이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자극이 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으로 남는 데, 이때 자주 자극받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다.

 

어떤 날, 단기기억 A, B, C가 순차적으로 발생했다고 하자. A는 '아침에 일어난 우연히 어떤 사람을 만난 기억', B는 '점심에 그 사람과 함께 파스타를 먹은 기억' 그리고 C는 '그 사람이 헤어지기 전에 건네준 책을 받은 기억'에 대응한다. 이 세 가지 기억은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라는 요소로 묶여있다. 실시간 계층 모델에 따르면 여러 번 자극 받은 단기기억 A가 가장 먼저 장기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다. B나 C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A도 함께 자극받기 때문이다.

 

이 모델를 통해 첫사랑을 오래 못잊는 이유도 추론할 수 있다. 두번째, 세번째로 만난 사람보다 첫사랑의 상대와 관련한 기억들이 뇌 곳곳에서 장기기억으로 변환돼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가설의 근거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 이론이다. 뇌에는 무수한 신경세포와 그들이 이루는 약 1000조 개의 촘촘한 신경망이 있다. 뇌가소성은 외부의 열이나 힘에 따라 변하는 플라스틱처럼, 자극 때문에 신경망이 강화되거나 약화하는 성질을 말한다.

 

쿠시킨 교수는 “외부자극이 각 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비롯해 신경세포의 틈인 시냅스, 그 사이를 흐르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의 종류와 양을 바꾼다”며 “그 모든 변화가 신경망의 연결을 변화시켜 기억을 약하게 하거나 오래가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가설이 증명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쿠시킨 교수는 “실시간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를 관찰하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향후 분자단위 이하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뇌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야 가설을 입증하고 기억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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