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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우린 어떻게 습기를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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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5일 11:15 프린트하기

고온다습(高溫多濕).


아무 거나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사자성어 하나를 말하라면 이런 엉뚱한 답을 할 것만 같은 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처럼 간다면 앞으로 한 달은 이런 날씨를 견뎌야 하는데 걱정이다. 매인 곳이 없는 프리랜서라는 이점을 살려 8월에는 ‘홋카이도(北海道) 한달살기’라도 시도해봐야 할까.


그런데 한낮 최고 기온만 보면 지난달부터 이미 30도를 오르내렸다. 그럼에도 지금과 비교해보면 당시는 쾌적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땡볕 아래서는 후끈했지만 그늘에서는 지낼만했고 무엇보다도 아침저녁으로는 온도가 꽤 내려가 잠자는데 지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더위에 잘 적응하게 진화한 동물이라지만 이는 지난달 같은 날씨, 즉 덥고 건조한 사바나 기후일 때 얘기다. 지금처럼 고온다습한 날씨에서는 지내기가 버겁다. 그 결과 자칫하면 일사병처럼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온열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이처럼 건강(생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후텁지근한 날씨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그래야 적극적으로 피하려고 할 테니).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그냥 ‘고온’과 ‘고온다습’을 구분하는 것일까.

 

GIB 제공
GIB 제공

초파리는 습도수용체가 두 가지 있어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7월 20일자 온라인판에는 초파리의 습도수용체를 찾았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스웨덴 룬드대 공동연구자들은 초파리 더듬이의 소낭(sacculus)이라는 조직에 있는 IR68a 단백질이 습도가 높을 때 활성화되는 습도수용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같은 조직에서 습도가 낮을 때 활성화되는 습도수용체 IR40a를 찾은 바 있다. 즉 초파리에는 습도수용체가 두 가지라는 말이다. 소낭에는 세 가지 종류의 뉴런(신경세포)이 있는데 각각 습도가 높을 때, 습도가 낮을 때, 서늘할 때 활성화된다.


이번에 찾은 IR68a는 물론 습도가 높을 때 활성화되는 뉴런 표면에 존재했다. 그런데 지난해 찾은 IR40a는 습도가 낮을 때 활성화되는 세포뿐 아니라 서늘할 때 활성화되는 뉴런에도 존재한다. 즉 IR40a는 습도수용체일뿐 아니라 온도수용체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습도수용체는 어떻게 습도를 인식해 활성화될까. 습도란 공기 중의 수증기(물분자) 밀도인데 그 차이가 수용체 단백질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 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라면서도 그럴듯한 메커니즘을 제안하고 있다. 즉 습도가 높으면 더듬이의 큐티클이 습기를 머금어 부피가 늘어나고 그 물리적 자극(압력)이 다습수용체인 IR68a의 구조를 바꿔 활성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습도가 낮으면 큐티클이 건조해지며 생기는 변형이 ‘소습(少濕)수용체’인 IR40a를 자극한다. 한편 더듬이 표면의 수분이 증발할 때 열을 뺏기면서 온도가 내려가며 일어나는 변화도 IR40a를 활성화시킨다. 습도가 낮을수록 수분이 잘 날아가므로 IRa40a가 두 역할을 하는 게 결국은 공기가 건조하다는 하나의 신호로 수렴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에서도 초파리의 IR40a와 IR68a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습도수용체 유전자일까. 놀랍게도 사람의 게놈에는 해당하는 유전자가 없을 뿐 아니라 습도수용체 유전자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인체에는 습도계가 없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습도를 느끼는 것일까.

 

1905년 스웨덴의 생리학자 토르스텐 툰베리는 1905년 출간한 저서 ‘인간생리학 안내’에서 우리가 습도를 느끼는 건 기계감각(촉각)과 온도감각의 정보를 해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1905년 스웨덴의 생리학자 토르스텐 툰베리는 1905년 출간한 저서 ‘인간생리학 안내’에서 우리가 습도를 느끼는 건 기계감각(촉각)과 온도감각의 정보를 해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촉각과 온도감각 정보로 재구성


지금으로부터 110여 년 전인 1905년 스웨덴 룬드대의 생리학자 토르스텐 툰베리(Thorsten Thunberg)는 저서 ‘인간생리학 안내’에서 우리가 습도를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즉 습도에 따라 피부가 습기를 머금어 수화돼 팽창하는 정도가 다르고 아울러 피부 표면의 수분이 증발되며 온도가 내려가는 속도에도 영향을 주므로 이 둘을 합쳐 지각한 결과 우리는 습도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즉 습도 지각에는 기계감각(촉각) 경로와 온도감각 경로가 동원된다는 말이다.


룬드대의 까마득한 후배들이 이번에 초파리 다습수용체의 발견을 보고하며 제안한 작동 메커니즘은 결국 툰베리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쓴 셈인 것 같은데 웬일인지 그 부분에서 참고문헌으로 툰베리의 책을 인용하지는 않았다.


반면 2014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 회보에는 툰베리의 100년 넘은 가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자들은 예쁜꼬마선충이 습도를 지각할 때 정말 기계감각 경로와 온도감각 경로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초파리의 더듬이에서와 마찬가지로 습도가 선충 피부의 큐티클층의 수화 정도(팽창)와 수분의 증발에 따른 냉각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말이다.


기계감각의 경우 FLP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데 여기에 세 가지 단백질(ASIC-1, MEC-10, MEC-6)이 구성요소인 기계(촉각)수용체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 세 단백질의 유전자 가운데 하나만 고장나도 습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세 단백질은 초파리 같은 곤충에서처럼 특화된 습도수용체인 건 아니다.


한편 선충에서 열감각(온도) 정보를 전달하는 AFD 뉴런이 습도 해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AFD 뉴런에서 발현하는 tax-4라는 유전자를 고장 내면 선충은 습도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선충이 툰베리의 가설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람의 게놈에는 이들 단백질의 유전자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사람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습도를 지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영국 러프버러대 환경인간공학연구소 데이비드 필링게리 박사는 지난 2015년 학술지 ‘신경생리학저널’에 발표한 리뷰논문에서 선충 연구를 자세히 소개하며 사람의 경우 좀 더 복잡하겠지만 기본 틀은 유지될 거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를 도식화한 그림을 실었다.

 

습도감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아직 밝혀진 게 적다. 곤충의 경우 특화된 습도수용체가 알려졌지만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에서는 이런 습도수용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계수용체와 온도(열)수용체가 습도에 따른 피부 팽창 정도나 수분 증발에 따른 냉각 속도 등의 정보를 보내고 뇌가 이를 해석해 습도를 추론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칸의 왼쪽이 습도가 높을 때이고 오른쪽이 습도가 낮을 때이다. 2015년 논문에 실린 자료로 초파리(B)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두 가지 습도수용체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수정이 필요하다. 즉 기계감각뉴런(mechano)을 바퀴벌레(A)처럼 mechano(dry cell)과 mechano(moist cell) 두 가지로 표시해야 한다. - 신경생리학저널 제공
습도감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아직 밝혀진 게 적다. 곤충의 경우 특화된 습도수용체가 알려졌지만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에서는 이런 습도수용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계수용체와 온도(열)수용체가 습도에 따른 피부 팽창 정도나 수분 증발에 따른 냉각 속도 등의 정보를 보내고 뇌가 이를 해석해 습도를 추론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칸의 왼쪽이 습도가 높을 때이고 오른쪽이 습도가 낮을 때이다. 2015년 논문에 실린 자료로 초파리(B)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두 가지 습도수용체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수정이 필요하다. 즉 기계감각뉴런(mechano)을 바퀴벌레(A)처럼 mechano(dry cell)과 mechano(moist cell) 두 가지로 표시해야 한다. - 신경생리학저널 제공

이에 따르면 우리가 고온에서 다습을 느끼는 건 전적으로 촉각의 작용으로 여기에는 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변 온도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분비한다. 그럼에도 지난달처럼 덥지만 건조할 때는 웬만해서는 피부에서 땀이 보이지 않는데 분비되자마자 증발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열을 빼앗겨 체온조절에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고온다습할 때는 땀이 증발하는 동시에 대기 수증기의 물분자가 피부에 달라붙으므로(액화되며 열을 준다) 땀의 증발로 인한 냉각효과가 상쇄된다. 결국 피부의 수분은 제대로 증발되지 못해 쌓이고 양이 많아지면 땀방울로 흘러내리게 된다. 즉 증발로 인한 냉각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체내 수분만 잃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피부에 땀이 번들거리게 되면 그 무게로 인한 약간의 압력이 습도로 느껴지게 된다. 아울러 분비된 땀이 다시 피부의 표피에 침투해 부풀어 오르게 되고 그 변화를 인식해 습도가 높다고 느끼게 된다. 즉 우리 온각센서가 열을 느끼고 촉각이 습기를 느끼면서 후텁지근하다는 느낌을 받고 이는 체온조절의 실패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뇌는 불쾌하다고 해석한다는 말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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