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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 넓은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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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30일 08:00 프린트하기

혼밥 인구가 늘었다던가 혼자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서 무턱대고 비사회적이라는 등의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혼자는 정말 이상한 걸까?

 

GIB 제공
GIB 제공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미국 메사츠세츠주 월든 호수 근처에 집을 지어 몇 년 간 홀로 숲 속 생활을 했다. 그 이야기를 엮은 책이 ‘월든(Walden)’이다. 사람들은 소로우에게 홀로 숲에서 사는 이유가 뭐냐고, 외롭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소로우의 답은 이랬다.


“내가 숲에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오직 삶의 본질만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죽기 직전에 내가 실은 산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삶은 너무나 소중해서 나는 삶이 아닌 것을 살며 낭비하길 원치 않았다…나는 강인하고 엄격하게 삶의 정수를 모조리 살아내고자 했다. 가장 근원적인 삶의 형태로 돌아가 삶이 아닌 곁가지들을 쳐내고자 했다.”


그에게 있어 숲에서의 혼자 보낸 시간들은 외롭고 어두운 시간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쳐내고 정말 중요한 것들을 바로 보는, 삶의 의미를 다시금 정립하는 발견의 시간이었다.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는 내 방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주변의 영향을 받게 된다. 무비판적으로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복종하게 될 뿐 아니라,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도 주변의 압력을 받게 된다.

 

일례로 특히 개인들의 삶에 오지랖이 횡횡한 ‘집단주의 사회’일수록 개인들로 하여금 결혼 해라 말아라, 애를 낳아라 말아라, 직업은 무엇을 가져라 등등 개인의 삶을 온전히 개인의 것이 아닌 ‘공공재’ 취급하며 마치 타인의 삶에 지분이라도 가지고 있듯 모두가 한 마디씩 숟가락을 얹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 결과 집단주의적인 사회의 개인들은 개인주의적인 사회의 개인들에 비해 주변에 의해 크게 휘둘리며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이나 결혼을 ‘억지로’ 하는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나곤 한다.


행복 연구자인 Diener 등의 학자들은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한국의 행복도를 설명할 때 이러한 ‘지나친 집단주의’를 한 원인으로 든다. 자신의 삶을 결정할 때 본인의 소망보다 타인의 소망이 우선이 되는 데에는 개인이 자기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결정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온갖 사람들과 사회가 나서서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압박을 해대는 탓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집단주의 사회의 개인들은 고유한 권리 주체임을 인정받기 보다 더 큰 집단을 이루는 ‘일부’로서 감독 받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사유를 충분히 갖지 못한채 외적 압력에 휩쓸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삶을 살고 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집단주의 사회의 개인들은 그렇지 않은 사회의 개인들에 비해 ‘행복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본 적 없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기적이다’, ‘행복한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같은 생각을 많이 보인다.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나는 호기심이 많다’ 같은 자신의 고유한 내적 특성보다 ‘누구누구 딸/아들, 어디 학생/직원’ 같은 설명을 가장 먼저 드는 경향을 보인다. 집단주의 사회의 개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고유한 권리인 ‘인권’에 대한 인식도 비교적 낮은 편이며, 능력과 재력이 없다면 사회적으로 무시당하거나 안 좋은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불평등에 수긍하는 인식도 더 많이 보이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집단주의 사회는 ‘따듯한 공동체’같은 것과 별로 관련이 없다. 그보다 개인들을 나쁜 부품과 좋은 부품을 거른다는 관점에서 검열/감독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결국 이렇게 한 사회가 개인으로하여금 얼마나 집단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게끔 하는지 여부가 국가 별 ‘소득’ 수준의 차이보다 더 행복의 차이를 잘 설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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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또한 그렇다. Diener 등의 학자들은 한국의 과도한 집단주의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원치 않고 바람직하지 않은 집단행동에 억지로 참여하게 만들며 그 결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본다. 집단주의 사회의 경우 ‘상대방이 정말 좋아서’,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같은 자발적이고 상호적인 동기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게 어색해서’ 같은 회피적인 동기로 관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럴 경우 관계적 스트레스가 훨씬 많고 관계가 즐거움보다는 ‘의무’나 ‘일’이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관계도 훨씬 피곤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방을 덜 피곤하게 하고 관계에 덜 집착하며 따라서 더 상호 만족스러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결국 혼자일 때 자기 자신과 잘 지낼 줄 아는 사람들이 관계에서도 잘 지낼 줄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집단과 주변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서 ‘혼자’ 양질의 시간을 갖는 것은 집단주의 사회의 개인에게는 특히나 더더욱 필요한 ‘자아찾기 겸 행복찾기’, 나아가 필요없는 쭉정이 같은 관계를 쳐내고 양질의 인간관계를 선별해나가기 위한 독립성 회복 활동이 아닐까?


일례로 나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 다들 밥을 빨리 먹고 걸음도 매우 빠른 편이라 그 속도에 맞춰 살다가 내가 원래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떤 기회로 익숙했던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외국에서 지내는 사이 나는 사실 밥을 느리게 먹는 걸 좋아하고 걸음걸이도 상당히 느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적이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과 함께 우르르 활동하는 것 외에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홀로 잔디밭에 누워있는 즐거움, 홀로 산책하는 즐거움,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즐거움, 글을 쓰는 즐거움, 생각에 빠져있는 즐거움 등을 새로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자기 자신에게 쓰는 시간이 더 많다는 측면에서 기혼인 사람보다 미혼인 사람들이 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나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의 중요성이 평가절하되지 않길 바란다.

 


※ 참고문헌
DePaulo, B. (2014). A Singles Studies perspective on mount marriage. Psychological Inquiry, 25, 64-68.
Diener, E., Suh, E. M., Kim-Prieto, C., Biswas-Diener, R., & Tay, L. S. (2010). Unhappiness in South Korea: Why it is high and what might be done about it.Seoul, Korean Psychological Association.
Lavigne, G. L., Vallerand, R. J., & Crevier-Braud, L. (2011). The fundamental need to belong: On the distinction between growth and deficit-reduction orientat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7, 1185–1201.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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