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제철 맞은 복숭아를 깎았다. 부엌에서 복숭아와 마주한 엄마는 항상 긴팔에 장갑, 마스크까지 쓴 철벽방어 태세였다. 복숭아 알레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르면 10년 뒤 엄마는 ‘무장’을 해제하고 복숭아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단 한 번의 치료로 평생 알레르기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몸의 면역 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해 생기는 질병이다. 우리 몸은 위험 물질이 체내로 들어오면 면역 체계가 그 물질과 싸워 스스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식품을 위험 물질로 잘못 인식하면,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알레르기가 발생한다. 식품 알레르기는 아시아인, 특히 여성이 취약하며 복숭아는 식품 알레르기 중 유병률이 가장 높은 식품이다. 여성의 7.4%가 복숭아 껍질의 털이나 과육에 알레르기를 갖는다.
알레르기 유병률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서구화된 식습관, 미세먼지 등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도 다양하다. 최근엔 걱정도 알레르기 위험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러네이 구드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팀은 걱정, 불안 등 감정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알레르기 발생 위험은 57%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48%)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소아과학’ 6월 5일자에 발표했다.

산모가 임신 중 당분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배 속 아기의 알레르기 위험이 38% 높아지고, 신생아가 생후 1년 내 항생제를 3번 섭취하면 알레르기 위험이 1.31배, 5번 이상 섭취하면 1.64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레르기는 원인과 형태가 다양해 유발 식품을 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최근엔 각종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다. 찰스 서 기초과학연구원(IBS) 면역미생물공생연구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생후 7일 이내 신생아가 가진 비피더스균을 이용해 알레르기 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와 임상면역학회지’에 지난해 2월 발표했다. 연구진은 알레르기를 가진 실험쥐에게 비피더스균 50억 마리를 매일 먹이자 설사 등 알레르기 증상이 35% 완화됨을 확인했다. 비피더스균에서 분리한 단백질을 직접 주사했을 경우엔 40% 완화됐다.
단 한 번의 치료로 평생 동안 알레르기 걱정을 없앨 수 있는 치료법도 나왔다. 레이 스텝토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팀은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근절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 인사이트(JCI insight)’ 6월 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에 면역을 둔감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삽입한 뒤 천식을 앓는 실험쥐에게 주사했다. 특정 물질을 위험 물질로 분류했던 면역체계의 기억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치료 뒤 실험쥐는 더 이상 천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텝토 교수는 “위험 물질과 싸우는 T세포의 기억을 지워 잘못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라며 “천식 외 다른 알레르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임상시험을 거쳐 10~15년 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