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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DNA로 범인 행동 분석까지…진화하는 과학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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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28일 07:00 프린트하기

아자스튜디오 이서연 작가 제공
아자스튜디오 이서연 작가 제공

“현재 나이 27.7세로 추정됩니다.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본 적 없는 ‘네버 스모커(완전 비흡연자)’입니다.”
 

16일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이환영 연세대 법의학과 교수 앞에서 기자의 신상은 탈탈 털렸다. 미리 작은 병에 뱉어 전달한 침 속 유전자(DNA)를 분석한 결과다. 연령대와 평소 생활 습관까지 추정해 냈다. 만 29세인 기자의 나이를 거의 정확히 맞혔고, 비흡연자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DNA였다면 범인의 나이와 행동 방식 등을 그려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과학수사 기술이 급진전하고 있다. 특히 DNA 검사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과거엔 DNA 분석으로 신원만 확인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엔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추하는 ‘행동 수준(activity level)’ 분석도 가능해졌다.

 

● 현장에 남겨진 DNA 분량으로 범인 알아낸다
 

증거물에 묻은 지문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모습. -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제공
증거물에 묻은 지문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모습. -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최근 범죄 현장에 남겨진 DNA의 양으로 범죄자를 유추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범인은 긴장을 하고, 움직임도 많아 범죄 현장에 더 많은 DNA를 남긴다는 점에 착안했다. 현장에 남은 여러 사람의 DNA 중 범인의 것을 찾아낼 방법이 생긴 것이다.
 

네덜란드 법과학연구소 티티아 세이언 생물학흔적연구팀장은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총 549개의 샘플을 수집해 범죄 현장과 일반적 상황에서 묻어나는 DNA의 양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문손잡이, 전등 스위치 같은 공용 물품에서 나온 DNA와 옷, 장갑, 바지 등 개인 물품에서 나온 DNA의 양을 조사했다. 목을 조르거나 쓰러진 피해자를 끌고 나가는 등의 범죄 관련 행위를 했을 때 남는 범인의 DNA 양도 분석했다.
 

그 결과 범죄 행동을 했을 때 나온 DNA 양이 일상생활에서 묻은 DNA 양보다 평균 4배 이상 많았다. 현장에 남은 여러 사람의 DNA 중 유독 많은 양이 발견된 사람이 범인일 확률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국제 과학수사 학술지 ‘국제포렌식사이언스’ 2016년 1월호에 실렸다.
 

세이언 팀장은 본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실험한 어떤 경우에도 사건과 무관한 사람의 DNA가 범인의 것보다 많이 검출된 적은 없었다”며 “범죄 상황을 유추하고 행동 주체를 찾는 합리적 방법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범죄 행동까지 알아내는 특수 분석 기술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이한철 보건연구사가 범죄 현장 수사를 재현하고 있다. 법광원(크라임라이트)으로 현장을 비추면 각종 범죄 흔적이 나타난다. - 아자스튜디오 이서연 작가 제공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이한철 보건연구사가 범죄 현장 수사를 재현하고 있다. 법광원(크라임라이트)으로 현장을 비추면 각종 범죄 흔적이 나타난다. - 아자스튜디오 이서연 작가 제공

최근 범죄 현장에 남겨진 DNA로 범인의 행동까지 알아내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 중 ‘DNA 메틸화 분석’도 과학수사에서 주목받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 실제 일어난 일을 구체적으로 밝힐 신기술이다.
 

DNA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메틸기’라는 스위치가 달려있다. 이 스위치가 켜지는 것을 메틸화라고 부른다. 메틸기가 어떤 형태로 얼마나 붙어있는지 보면 신원을 추정하고 행동을 유추할 수 있다. 기자의 나이, 흡연 여부 등을 알아낸 것도 같은 기술이다. 나이를 먹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생기는 특정 유전자의 메틸화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신체 부위(뇌, 방광, 식도, 위, 폐 등)와 성별, 질병, 민족 등도 알아낼 수 있다.
 

이 원리를 알아낸 건 미국 연구진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앨런 양 교수 연구팀은 2009년 뇌, 심장, 신장 등 11가지 조직의 DNA 메틸화 지도를 완성해 학술지 ‘인간분자유전학’에 발표했다. 신체 부위별로 특정 유전자가 메틸화되는 특성이 다르며, 고유의 메틸화 패턴도 알 수 있다. 이를 응용하면 현장의 작은 흔적만으로 그것이 몸 어디서 나왔는지, 정액인지 침인지를 알 수 있다.
 

유전자 전달물질인 리보핵산(RNA)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00년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런디 살인 사건’은 이 기법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한 대표적 사례다. 용의자 마크 에드워드 런디의 셔츠에서 죽은 부인의 살점이 발견됐고, 세이언 팀장은 그 살점이 뇌의 일부임을 밝혔다. 런디가 가까운 거리에서 부인의 머리를 내리쳤다는 구체적 행동을 유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결과 런디는 15년 만인 2015년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교수는 “RNA보다는 DNA가 적은 양의 시료로도 분석 가능해 수사현장에 적용하기 유리하다”며 “최근 과학수사에서 RNA보다는 DNA 메틸화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전자를 이용한 첨단 과학수사 기법은 과학동아 8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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