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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⑦]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 대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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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⑦]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 대학은?

2017.07.28 11:00

▶ 3줄 요약

1.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는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을 위해 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학생연구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2. 그러나 출연연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고 대학에서만 연구를 하는 나머지 90%에 이르는 일반 학생연구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방안은 없는 상태다.

3. 대학의 경우 학생연구원들의 교수-제자 관계를 고려해 근로계약과는 다른 방식으로 별도의 처우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GIB 제공
GIB 제공

정부가 26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학생연구원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출연연에서 연수를 받는 학생연구원(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4대 보험 보장, 근로시간외수당 지급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해 주겠다는 게 골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각지대에 있던 학생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출연硏 학생연구원도 근로계약 체결… 산재 등 4대 보험 보장된다).

 

하지만 진짜 사각지대는 따로 있다. 현재로서는 출연연의 연구과제와 연계되지 않고 대학에서만 연구를 하는 학생연구원들의 처우를 개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석·박사과정 학생연구원 4000여 명은 전체 학생연구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의약계열을 제외한 이공계 석·박사과정 학생연구원은 2015년 입학생을 기준으로 3만4860명에 이른다. 출연연 학생연구원 중에서도 근로계약 체결 의무화 대상은 근로자 성격이 강한 기타연수생 1700여 명(전체의 약 5%)뿐이다.

   
● 학생연구원, 대학원서 행정·관리 등 학업 외 업무 도맡아

 
일반 학생연구원이 출연연 학생연구원에 비해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은 아니다. 출연연 학생연구원의 경우, 정부의 연구비 관리규정에 의거해 풀타임 근무를 기준으로 석사과정 월 180만 원, 박사과정 월 250만 원에서 연구책임자가 인정한 참여율에 따라 차등지급됐다. 또 앞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학생연구원들은 지금보다 급여가 다소 인상될 전망이다.
 
그러나 출연연 연구과제와 연계되지 않은 일반 학생연구원의 경우, 급여가 통상적으로 출연연 학생연구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공계 대학원의 석사과정 연구원 A 씨는 “연구실별,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많아도 출연연 학생연구원이 받는 금액의 절반을 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 붙어 있어도 월 60~80만 원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한 달에 25일을 나온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석사과정 학생연구원이 받는 하루 일당은 약 2만4000원 선이다. 하루의 절반은 학업을 하고 나머지 절반(4시간)만 연구 관련 업무를 한다고 해도 시급이 600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안(7530원)에는 한참 못미치고, 올해 최저임금(6475원)보다도 낮다. 실제로는 4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구 관련 업무에 쓴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급은 이보다 더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학생연구원이 학생이면서 동시에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연구과제와 관련된 영수증 처리, 보고서 작성, 시료 운반, 차편 예약 같은 일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직접 처리한다. 대다수 대학 연구실이 연구지원 인력을 두고 있지 않은 탓이다. 일부 과학기술특성화대를 제외하고는 연구 장비를 관리하는 일도 학생들의 몫이다. 때문에 실험실 안전 관리 역시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권지언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 박사후연구원은 2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 정책현장 간담회에서 “박사과정 학생 한 명이 연구를 제쳐두고 행정업무에만 매달려야 겨우 해결 가능한 양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순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B 씨는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잡일이 많아 학교에서 차분히 앉아 전공책을 들여다 볼 시간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인재정책연구단장은 “일반 대학원생의 경우 학교별로, 연구실별로, 개인별로 받는 임금과 장학금, 연구실이 처한 상황, 대학원에 대한 기대와 생각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풀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제공
서울대 제공

● 교수-제자 관계 고려, 대학은 근로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출연연에 우선 적용한 뒤 향후 대학으로도 학생연구원 근로계약을 확대할 방침이지만,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국가연구과제에 참여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국가연구과제는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과제다.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연구를 하더라도 국가연구과제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들만 해당된다는 뜻이다. 이공계 대학원의 박사과정 연구원 C 씨는 “근로계약 체결 대상을 국가연구과제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국한시킨다면, 교수들은 연구비 확보를 위해 국가연구과제에 참여하는 학생 수를 줄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근로계약 체결 방식은 교수들의 인건비 부담 문제로 학생들의 연구 참여 기회만 줄일 우려가 있다. 또 대학 연구실의 경우 연구책임자가 지도교수인 만큼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근로계약을 통해 고용주와 고용인 관계로 규정짓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때문에 학생연구원들 사이에서도 처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게 엇갈렸다. 또 다른 박사과정 연구원 D 씨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하게 되면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는 돈이 되는 연구 위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교수들이 학생들을 적게 뽑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석사과정 연구원 E 씨는 “출연연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연구하는 학생들도 똑같은 근로자”라며 “야근이 잦은 이공계 연구실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근로계약을 통해 근로시간 제한, 근로시간외수당 지급 등 근로보장법에 따른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논문, 특허 같은 실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고 학업을 위해 일정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노동의 댓가 대신 교수님한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A 씨는 “최저임금은 그래도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D 씨는 “근로자로 규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이라는 제도의 본래 도입 목적에 충실하게 실효성 높은 방안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대학은 출연연보다 교육의 기능이 강한 만큼 임금이나 근로환경 개선보다는 연구실 안전 강화, 상해 보상, 연구의 지속성 등 학생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교육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임금 문제 역시 교수가 연구비를 수주해 학생들의 인건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대신 장학금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 방안이 꼭 근로계약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지원 인력을 확보해 학업과 무관한 업무를 하지 않도록 하거나 특별산재보험을 가입시켜 주는 등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도영 과기정통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대학의 경우에는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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