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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는 ‘잠’이 보약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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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06일 08:00 프린트하기

스트레스 슬리퍼(stress sleeper)라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자버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들이 사람들의 잠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는 잠을 방해하곤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트레스는 잠을 늘리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단명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어쩌면 이들의 삶에는 괴로움과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명이 짧은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Grandner & Drummond, 2007).

 

GIB 제공
GIB 제공

그런데 잠을 자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최근 스위스 취리히 대학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는 게 정서적 충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Kleim et al., 2016).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성적, 육체적 폭력 장면이 가득한 충격적인 영상(영화 ‘돌이킬 수 없는’)과 평범한 영상(네셔널 지오그래픽 고래 영상)을 보여준 후 한 그룹의 사람들은 잠을 자도록 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은 이후 최소 8시간 동안 깨어있게 했다. 그리고 나서 7일 간 충격적인 장면이 얼마나 자주 생각나는지, 얼마나 선명하게 떠오르는지, 기억날 때마다 느껴지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기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바로 잠을 청한 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충격적인 장면이 비교적 덜 생각 났다. 또 그런 생각이 났을 때 감정적으로 괴로운 정도도 덜했다. 충격적인 기억의 빈도와 충격의 크기 모두 작은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충격적 영상에 대한 기억에서만 나타났으며 일반적 영상에 대한 기억에서는 잠을 잔 사람과 자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잠을 자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잠을 푹 자지 못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낮 동안 더 안 좋은 기억을 많이 떠올리고 계속해서 큰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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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반적으로는 ‘기억’은 잠을 통해 더 공고해지는 현상을 보인다. 공부를 한 후 잠을 잔 사람들이 계속 깨어 있던 사람에 비해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식이다. 따라서 잠을 바로 자지 않는 게 충격적인 기억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추측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정서적 충격’의 경우 기억의 정확성과 별개로 잠을 통해 줄어드는 듯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기억이 공고해지는 과정에서는 기억의 ‘자발적’ 인출은 늘어나는 반면 비자발적 인출은 줄어든다는 점에서, 원치 않는 나쁜 기억이 자꾸 떠오르는 현상이 잠을 통해 줄어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현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나의 경우 충격적인 일이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잠을 못 자고 내내 뒤척거리며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계속 그 일이 생각나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등 충격의 여파가 오래 가는 것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부턴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봐야겠다.

 


※ 참고문헌
Grandner, M. A., & Drummond, S. P. (2007). Who are the long sleepers? Towards an understanding of the mortality relationship. Sleep Medicine Reviews, 11, 341-360.
Kleim, B., Wysokowsky, J., Schmid, N., Seifritz, E., & Rasch, B. (2016). Effects of sleep after experimental trauma on intrusive emotional memories. Sleep, 39, 2125-213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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