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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영화] 유인원의 역습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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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2일 14:00 프린트하기

#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감독: 루퍼트 와이어트
출연: 앤디 서키스, 제임스 프랭코, 프리다 핀토, 톰 펠튼, 데이빗 오예로워
장르: 액션, SF,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46분
개봉: 2011년 8월 17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현대의 할리우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컨텐츠는 끝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미 수 년, 수십 년 전 개봉한 컨텐츠들을 ‘새롭게’ 발굴해내고 지금 시기에 어울리게끔 재가공해 영화 시장에 내놓는다. 여기엔 급속도로 발달한 디지털(Digital) 기술이 큰 몫을 한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가공할 만한 자본력이 뒷받침되어 2~3년에 한 편 꼴로 속편의 속편이 개봉해 관객들과 만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얼마 전 개봉한 ‘스파이더맨: 홈커밍’ 같은 시리즈는 2002년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벌써 2번의 리부트(Reboot)를 진행했다.


오늘 소개할 ‘혹성탈출’ 시리즈도 그런 흐름에 있는 영화다. 1968년, 오리지널 시리즈가 출발해 5편의 시리즈를 남겼고, 2001년에는 팀 버튼 감독의 손에서 리메이크 작품이 탄생했다. 그리고 2011년에 시리즈의 리부트 작품이 등장한다. 할리우드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컨텐츠가 어떻게 리메이크, 리부트를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는지 그 생산공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으로 3년마다 돌아오는 혹성탈출 시리즈는 오는 15일, 3편에 해당하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1편부터 리부트 작품에 대한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남달랐던 만큼 여름 극장가를 노리는 한국영화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오늘은 그 시작점이 되었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래에는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지적인 유인원, ‘시저’의 탄생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제약 회사의 과학자 윌(제임스 프랭코 분)은 신약 ‘ALZ-112’ 개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치매를 앓고 있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아버지 찰스를 낫게 하기 위함이다. 몇 년째 지지부진하던 신약 개발은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탁월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윌은 비로소 약의 상용화 가능성을 발견한다. 윌은 곧장 임상실험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지만 갑작스레 공격적으로 변한 9번 침팬지(‘반짝이는 눈’)가 죽음을 맞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신약의 부작용 때문인 줄 알았던 침팬지의 공격성은 알고 보니 출산한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 때문이었고, 윌은 홀로 살아남은 새끼 침팬지를 데리고 실험실을 떠난다. 윌은 아버지에게도, ‘시저’라 이름 붙인 새끼 침팬지에게도 ALZ-112를 주입하면서 실험을 계속하게 되고, 이미 약의 효과가 나타난 어미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시저는 놀라운 속도로 지적 성장을 보인다. 윌의 아버지 찰스도 윌이 가져온 신약을 통해 증세가 점차 완화되고 윌은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수 년 후, 윌의 집에서 애완동물처럼 자라면서 창문 밖 더 큰 세상을 향한 욕망을 느끼는 시저. 어느 날 다시 치매 증상이 재발해 집을 나간 찰스를 보호하려다 시저는 이웃집 남자(영화 내내 고생하는 사람이다)를 다치게 한다. 시저는 법원의 조치로 유인원 보호소에 갇혀 윌과 떨어져 지내게 되고, 그곳에서 억압 받는 유인원들을 만나게 된다.

 


# 유인원은 어떻게 자유를 꿈꾸게 되었나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인간은 외계인 같은 미지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 혹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에 의해 역으로 지배당하는 것 또한 몹시 두려워한다. 때로는 로봇이나 인조인간, 가끔은 유인원.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적인 공포는 창작자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제시했고 대중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이 열광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한낱’ 유인원이 어떻게 인간과 대등한 지능을 지닌 주체적 존재로 진화하게 되는지 그 출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늘 그렇듯 사건은 인간이 자초하지만 조금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이 영화는 과거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모티프를 변주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 속 시저의 성장 드라마는 그 구조가 다른 많은 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선택과 집중에 성공한 뚝심 있는 연출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든다.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인간의 약물 실험 과정에서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유인원이 인간의 애완동물처럼 자란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외부 세계와 마주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의 구조를 깨우친다. 그러고 나서 인간과 공존할 것인지, 자신만의 길을 떠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결국 동족을 모아 터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택한다. 인간의 욕심과 폭력성은 유인원을 고통에 빠뜨리는 동시에 각성하게 한다.

 


# 모션 캡처 연기의 달인, 배우 앤디 서키스의 존재감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또는 리부트를 시도해 쪽박을 찬 영화들과 이 영화가 다른 지점은 영화가 관객들을 설득하는 능력의 차이다. 그 중 하나가 이야기라면, 다른 하나는 기술력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결합이 낳은 엄청난 파장을 보여주는 영화가, 사실은 발전된 디지털 기술과 대자본의 결합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가장 본질적인 아이러니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는 모션 캡처 기술의 활용을 극대화해 영화 속 유인원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발달을 이야기해도 결국 사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듯, 모션 캡처 기술에 바탕이 될 배우가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이제는 모션 캡처의 영역에서 거의 장인에 경지에 오른 배우 앤디 서키스가 시저를 연기한 덕분에 영화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운 앤디 서키스는 그동안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의 골룸, ‘킹콩’에서의 킹콩을 연기해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고, ‘혹성탈출’ 시리즈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단연 압권이다.

  

좌: 모션 캡처 연기 중인 배우 앤디 서키스 / 우: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영화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좌: 모션 캡처 연기 중인 배우 앤디 서키스 / 우: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영화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영화 속 이야기가 주인공 시저의 감정선을 따라 펼쳐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시저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단순히 뛰어난 기술만 가지고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시저가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변화를 겪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여줄 지를 표정, 몸짓, 언어로 표현해내고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앤디 서키스가 그 어려운 것을 해낸다. 이 영화가 흔하디 흔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님을 증명하는 일등공신이다.

 


# 진화와 반격, 이제는 전쟁이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드라마틱하게 연출된 시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영화는 만듦새가 뛰어나다. 윌의 애완동물처럼 지내던 시저가 유인원들의 엄숙한 리더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표현되지만 굉장한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한 인간의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연구가 어떻게 인류의 생존을 좌지우지하게 될 만큼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낳고, 반대로 유인원의 지능은 폭발적으로 향상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지켜보는 과정도 흥미롭다.


2011년 개봉 당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에 비견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리부트 작품을 만들어낸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은 1편을 끝으로 하차했다. 이유는 배급사와의 마찰. 속편에서 할 일이 없어진 주연 배우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1편에 참여했던 제작진들도 여럿이 하차했다. 특히 시리즈의 감독이 바뀐 후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사례가 극히 드물어서, 당시에는 앞으로 나올 속편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다행히 새로 합류한 맷 리브스 감독(‘클로버필드’, ‘렛 미 인’(2010))이 2편을 무난하게 연출했고 배급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덕분에 3편의 연출도 맡았다. 개봉을 앞둔 3편 ‘혹성탈출: 종의 전쟁’ 또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하다. 아마도 1편의 감독이 계속 감독직을 맡았다면 2편, 3편의 분위기는 또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거나 맷 리브스 버전의 3편도 그 재미와 만듦새가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시리즈를 정주행 할 계획인 관객들은 서두르시길!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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