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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황우석 사태를 덮을 만한 박기영 본부장의 ‘공’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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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1일 10:17 프린트하기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됐다. 주말이면 거리로 나와 바른 정치를 외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그리고 3월 10일 탄핵이 결정됐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을 탄핵했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신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와 선을 그으며 ‘국민 참여’를 기치로 내세웠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국민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과학계를 향해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부활, 과학기술비서관 신설,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을 약속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겠지’라며 기대했다. 다소 이상한(?) 인사와 정책이 나왔을 때도, 참고 기다렸다. 적어도 7일까지는 그랬다.

 

이런 기대가 무너진 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설마’가 ‘사실’이 됐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의 주역인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선임된 그 사건을 말한다.

 

박 본부장은 2005년 벌어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물 중 하나다. 참여 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맡고 있었던 박 본부장은 지금은 철회된 황 박사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 공동저자였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의혹을 조사했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박 본부장의 역할에 대해 ‘기여 없음’ 단 네 글자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박 본부장은 연구 윤리에 대해 연구했다고 해명했지만 황 박사의 논문은 실험 결과 조작, 연구에 쓰인 난자의 부적절한 수급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그렇지만 박 본부장은 당시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 사과없이 조용히 이슈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1년이 흘렀다. 우리는 그를 잊고 살았다.

 

누구나 실수를 하듯, 지난 과오를 정정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 것 맞다. 그러나 박 본부장은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고 보좌관에서 물러났지만 그게 전부였다. 어떤 징계도, 사과도 없었다. 10일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매를 맞는 것으로 사과했다” “그동안 여러 번 사과의 글을 썼지만 차마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정말로 ‘매’를 맞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11년 만에 돌아와 ‘그동안 아무도 몰래 혼자 사과를 해왔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본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들으면 아는 ‘궤변’만 늘어놓은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원로’라는 사람들이다. 이 ‘과학기술계 원로’와 ‘기관장’들은 박 본부장의 과거는 덮어둔 채 두둔하기에 급급했다. 김창우 한국기술사회 상근부회장은 “박 본부장이 보좌관에 재임했던 노무현 정부의 향수를 갖고 있다”며 “과학기술계가 박 본부장에게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구 전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과 이상목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박 본부장이 ‘정무적인 감각’과 ‘정치력’을 가진 인재”라고 치켜 세웠다. 21명의 참가자 중 어느 누구도 박 본부장에게 연구 윤리를 어겼던 행위는 과학자 집단 전체를 기만하는 잘못된 행위였고, 그렇기 때문에 박 본부장은 혁신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질책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10일 저녁 브리핑에서 왜 ‘박기영’을 선택했는지 설명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선임 이유는 과도 있지만 공도 평가 받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참여 정부 보좌관이었던 박 본부장의 공이 과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참여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은 박 본부장 한 사람이 이룬 것인가. 그리고 건국이래 최대 망신을 당한 ‘황우석 사기사건’을 덮을 만한 공을 세운 사람이 당시 정부에 있었나 의문이다.

  

박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연구 개발의 의사 결정 구조에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책에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 연구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혁신본부의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선임’은 과학기술계 의사를 결정하는데 밑바탕이 될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부터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 참여라고 봐야한다.

 

간담회장 밖에서는 공공연구노조와 시민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며 박 본부장은 안된다는 의견을 표하고,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주도하는 온라인 서명은 1800명이 넘어섰다.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과학기술계 원로와 기관장 21명과 싫은 소리를 하는 과학자와 시민 중 문재인 정부의 ‘국민’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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