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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⑧] 기초연구 늘리려다 달 탐사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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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1일 10:00 프린트하기

▶ 3줄 요약
1. 문재인 정부가 달에 궤도선을 보내는 1단계 달 탐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발사 시기를 2년 연기하고, 한국형발사체(KSLV-Ⅱ)로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리려던 2단계 계획도 전면 재검토 하기로 했다.
2. 임무나 기간이 늘었지만 인력과 예산은 그대로인 데다 2단계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도 있어 향후 달 탐사 계획은 축소될 전망이다.
3.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비 2배 증액 등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책으로 거대공공연구를 재정비해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우주 개발 정책이 계속해서 정권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달 탐사 상상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의 달 탐사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0년 12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달 궤도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문재인 정부가 1단계 달 탐사 계획에서 2018년으로 예정돼 있었던 달 궤도선의 발사 시기를 2020년 12월로 2년 연기하기로 했다. 사업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지만, 총 예산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연간 예산은 줄어든다. 정부는 2020년 달에 착륙선을 보내려던 2단계 계획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열린 제13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달 탐사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 기간을 현실화 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1단계 달 탐사 계획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의 국제 협력을 통해 시험용 달 궤도선을 개발하고, 이를 해외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한국의 첫 심(深)우주 탐사 임무다. 2단계는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KSLV-Ⅱ)로 달 착륙선을 쏘아 올려 자력으로 달 탐사를 수행하는 계획이다.


사업 기간이 2년 연장됨에 따라 1단계 달 탐사 계획의 목표치도 당초 기획했던 것보다 높아졌다. 우선 달 궤도선의 임무수명과 탑재체 수가 각각 3개월에서 1년으로, 4개에서 6개로 늘었다. 또 대용량 추진계, 저전력·경량 전장품 등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 할 품목도 새로 추가됐다. 최석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대용량 추진계 개발은 독자적인 달 탐사 임무인 2단계 계획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이전에는 사업 기간이 부족해 빠졌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 지난 정부서 무리하게 앞당겨져… 예산 지원 난항 틈에 지연
 
달 탐사 계획은 본래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라 2015년 착수하기로 돼 있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2020년에는 달에서 태극기가 펄럭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달 궤도선을 2017년에 발사하고 달 착륙선을 2020년에 발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단계 계획인 달 궤도선 개발은 2023년에서 6년이나 당겨졌고, 2단계 계획인 달 착륙선 개발 역시 5년 앞당겨졌다. 
  
그런데 1차년도에 아예 예산이 나오지 않아 사업 기간이 1년 줄어든 격이 됐고, 다음 해인 지난해에도 410억8000만 원이었던 예산이 200억 원으로 반토막 나면서 달 탐사 계획은 1년씩 순연됐다. 달 탐사 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늦어졌고,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도 소관 상임위원회에 예산안을 뒤늦게 제출한 탓에 야당이 ‘쪽지예산’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공작’이라고 강하게 제동을 건 것이다. 전문가 점검위원회는 올해 2~4월 달 탐사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한 결과, 궤도선의 시스템과 본체 설계가 3개월 정도 늦어져 추가적인 조립·시험 기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달 탐사 계획 연기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한국형발사체 개발 일정도 박 전 대통령의 ‘2020 달 착륙’ 공약 탓에 임기 내에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린다는 목표로 무리하게 앞당겨졌다가 다시 10개월 연기돼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당시 달 탐사 계획 일정에는 변동이 없었다. 이에 연구 현장에서는 달 탐사 계획도 정상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배태민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국장)은 “이번 달 탐사 계획 일정 연기는 예산 문제와 비현실적인 개발 기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단계 달 탐사 계획이 늦어짐에 따라 정부는 2단계 달 탐사 계획의 추진 여부와 일정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수렴, 공청회 등을 통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정된 사항은 오는 12월 확정되는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사실상 원점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안녕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정책현장 간담회에서 향후 과기정통부 운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공 

● 거대공공연구 예산 줄여 기초연구비 증액?… 임무 늘었는데 예산·인력은 ‘그대로’
 
2단계 계획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 만큼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배 국장은 “자연스럽게 2단계도 2년 연기된다고 볼 수는 있지만 꼭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2단계 계획은 1단계 계획과 한국형발사체 개발의 추진 경과에 따라 기술의 신뢰도와 안정성  확보 여부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형 기초 연구비를 2배로 증액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만큼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우주 개발 등 거대공공연구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정책현장 간담회에서 기초 연구비 증액을 위한 재원 마련책으로 거대공공연구 재정비를 꼽은 바 있다(☞관련 기사: “국가 R&D 사업, ‘선택과 집중’ 위해 재정비할 것”).
 
당시 유 장관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언급하진 않았지만 “소규모 기초 연구는 자율적으로 두고 거대공공연구를 중심으로 중간점검을 실시해 사업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달 탐사 계획을 재정비한 것도 결국 기초연구비 증액을 위한 수순일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김형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초연구비 증액이 화두가 되면서 과기계 공공의 적은 국책연구가 됐다”며 “개인 연구자들이 할 수 없는 국책연구의 예산을 줄여 기초연구비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항우연 관계자는 “달 탐사를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한 데다 현 정부의 기조 역시 지난해 국회 청원 등으로 이슈가 된 기초 연구 확대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2단계 달 탐사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달 탐사 계획이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사업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계획을 축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1단계 달 탐사 계획의 기간과 임무는 늘었지만 예산이나 인력은 늘지 않았다. 연간 예산으로 보면 지금보다 더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해 달 탐사 사업으로 지원된 예산은 710억 원이다. 추정치에 따르면 내년에는 445억7000만 원,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440억 원과 182억5000만 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아직 예타를 거치진 않았지만 2단계 계획의 예산안은 3년간 약 5378억8000만 원이다.
 


● 盧 2020년→李 2023년→朴 2017년→文 2020년… 정권마다 오락가락 하는 우주 개발 정책
 
10년, 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우주 개발 정책이 계속해서 정권에 좌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정부 때 처음 세워진 달 탐사 계획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 셈이 됐기 때문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2020년 달 궤도선을, 2025년 무인 달 착륙선을 발사하는 달 탐사 계획을 포함한 ‘제1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으로 수정되면서 달 궤도선 개발 일정이 3년 연기된 2023년으로 바뀌었다. 이는 당시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금융위기 등으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던 때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후 이 일정은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앞당겨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또 바뀌었다. 10년이 지난 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명시한 기한까지 개발을 무조건 완료해야 하는 성격의 과제인 만큼 그 시한이 바뀌면 연구자들도 그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예산이 나오지 않아 1단계 달 탐사 계획의 사업 기간이 3년으로 줄었을 때가 가장 막막했다”고 말했다. 당시 항우연은 국산화 품목을 줄이고 해외 구매로 대체하는 등 긴급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연기 계획을 발표하며 또 다시 “외부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인 목적에 휘둘리는 바람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문제를 결국 연구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으로 돌리는 셈이다. 또 다른 항우연 관계자는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히려 연구원들의 사기가 꺾이는 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주 개발 초기 단계인 국내 연구 환경의 특성상 항우연을 제외한 대학 교수들 중에는 실제 우주 개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매우 드물다. 때문에 외부 전문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국내 현실과 맞지 않거나 비전문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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