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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혁신본부’가 뭐길래?…과기정책 컨트롤타워, 어떻게 흘러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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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12일 17:00 프린트하기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전 정보과학기술보좌관)가 11일 취임 나흘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차관급인 과기혁신본부장 직은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지만, 이른바 ‘황우석 사태’의 주역인 박 교수의 자질 논란이 빚어지면서 과학기술계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과기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전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기계, “‘황우석 사태’ 주역” 반발

☞관련 기사: [종합]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사퇴

 

● 신설 과기혁신본부는 20조 원 국가 R&D 예산 주무르는 사령탑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1·2차관과 별도로 설치된 차관급 조직이다.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20조 원에 이르는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과 성과 평가까지 맡는다.

 

과기혁신본부는 기존 과기정통부 1차관 산하의 과학기술정책본부(과학기술정책국, 연구개발투자심의국)의 기능에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산 관련 권한’ 일부가 더해진 형태다. 예산 규모가 1000억 원이 넘는 연구사업에 대해 수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운영비·인건비 조정 권한 등이 기재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이관된 것이다.

 

또 과기혁신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장관급 이상만 참석하는 국무회의에도 배석돼 중요한 국가 정책 결정에 관여할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상정한 안건에 대한 예비검토를 맡는 등 실무도 지원한다. 과기정통부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놓고 봐도 매우 중요한 위치인 셈이다.

 

☞관련 기사: 미래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창조경제’ 빠지고 R&D 예산권한 강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기초·원천 연구 특수성 고려해야… 과기계, ‘과기정책 컨트롤타워’ 요구


그동안 과기계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쌓고 기술을 진보시키는 국가 R&D 사업에서조차 투자 대비 효과를 따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논문 수나 특허 수 등 양적 평가로 연구 결과를 판가름 할 수 없는 기초·원천 연구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출연연 역시 다른 공공기관처럼 획일화된 기준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요구에 따라 과학기술정책을 관할하는 부처에 국가 R&D 예산 권한을 처음 부여한 것은 노무현 정부다. 2004년 당시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의 R&D 예산 권한이 경제 부처로부터 독립해 과학기술부와 연구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으로,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면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설치했다.
 
노무현 정부의 과기혁신본부는 현 정부 과기혁신본부의 전신이기도 하다. 부총리급 부처 산하라는 것을 제외하면 기능과 이름이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기영 전 과기혁신본부장이 자진 사퇴를 하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새 정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모델은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과기계에서 (참여정부 때처럼) 과기부와 정보통신부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부처가 폐지되고 새 부처가 신설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차관급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했다”고 과기혁신본부의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의 새 이름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현판식. - 과기정통부 제공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의 새 이름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현판식. - 과기정통부 제공

● 과기혁신본부 → 국가과학기술위 → 과기전략본부 → 과기혁신본부… 정착하지 못하는 과기정책 컨트롤타워 


과학기술 분야 거버넌스 문제에서 과학기술정책 컨트롤타워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았지만, 그 기능이 제대로 정착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기혁신본부는 과기부와 교육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면서 폐지됐다가 3년 뒤 상설 행정위원회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기능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2년 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과기위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흡수되면서 사라졌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정부는 미래부 산하에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도 추가로 만들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핵심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전략을 마련하고 국가 R&D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기전략본부라는 명칭은 산하의 2개국(과학기술정책국, 연구개발투자심의국)을 신설된 과기혁신본부로 이관하면서 없어졌다. 과학기술전략회의도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 조정과 자문 역할을 헌법 제127조 1항과 3항에 근거한 헌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 일원화 하면서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 함께 폐지됐다. 과기정책 컨트롤타워라는 같은 기능을 가진 조직이 계속 만들어졌다 없어졌다를 반복해온 셈이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정책간담회가 열린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 앞을 서둘러 지나치고 있다. -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sannae@donga.com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정책간담회가 열린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 앞을 서둘러 지나치고 있다. -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sannae@donga.com

한편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박기영 본부장은 참여정부 때 과기부총리제와 과기혁신본부 신설 구상을 주도한 주역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그의 과(過)가 적지 않지만 과기혁신본부의 적임이라고 판단했다”며 “공(功)도 함께 봐달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박기영 교수는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과기혁신본부장 직에서 사퇴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체계가 무너지면서 지난 9년 간 기술 경쟁력도 많이 떨어졌고, 현장의 연구자들도 많이 실망하고 있다”며 “구국(救國)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다시 섰다”고 말해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과기혁신본부를 만들었던 자신이 물러난 이후 과기정책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한국 과기계가 퇴보했다는 식의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과학기술정책 전문가는 “참여정부 이후에도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이 가장 강화됐던 때는 국가과기위 시절”이라며 “명칭과 조직이 자주 바뀌는 바람에 제도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혁신본부가 기재부로부터 R&D 예산 권한을 가져오려면 과학기술기본법, 정부조직법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과기계 전문가들은 과기혁신본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예산권 확보와 더불어 조직을 운영하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현 정부의 과기혁신본부를 누가 이끌게 될지, 또 과기혁신본부가 이번에는 제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 기사: [점검! 文정부 과기정책④] 부활하는 ‘과기혁신본부’ 영향력 발휘 가능할까?

☞관련 기사: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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