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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에서도 ‘나고야의정서’ 발효…“연구 현장에도 타격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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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에서도 ‘나고야의정서’ 발효…“연구 현장에도 타격 예상”

2017.08.16 19:00
장영효
장영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장이 8일 대전 유성구 생명연 본원에서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 국내 생명공학 분야 연구 환경에 나타날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BS연구지원센터는 국내 생명공학 관련 산·학·연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ABS 관련 연구자 교육과 국제 분쟁 대응 지원 등 ‘헬프 데스크’ 역할을 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됐다. 생명공학 박사인 장 센터장은 2011년부터 ABS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 이슈 동향과 정책을 연구해왔다. -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연구자들 대부분은 ‘나고야의정서’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도 아직은 미흡한 상황이고요.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덜컥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고 나면 연구 현장에서도 타격을 입을 겁니다.”
 
8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만난 장영효 생명연 ABS연구지원센터장은 오는 17일 한국에서도 발효되는 나고야의정서가 국내 생명공학 분야 연구 환경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우려하며 이처럼 말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1992)’의 부속 협약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생물자원 이용에 기여하고자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채택됐다. 기존 생물다양성협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 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ABS)’에 관한 규정을 골자로 한다.

 

● 자원 보유국의 ‘생물주권’ 인정… 생물자원 이용 사전허가·이익공유 법적 의무화

 

나고야의정서에 따르면 비준국들은 유전자원이나 관련 전통지식을 이용할 때 해당 자원을 제공한 국가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도 자원 제공국과 공유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갖는다. 각 자원 보유국의 ‘생물 주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2014년 나고야의정서가 처음 발효된 이후 현재까지 중국과 일본, 인도, 페루, 과테말라,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0개국이 비준했다. 미국은 비준하지 않는다.
 
한국은 올해 5월 19일 나고야의정서의 비준서를 기탁했다. 이로부터 90일이 경과한 8월 17일부터 발효된다. 이에 따라 나고야의정서의 국내 이행 법률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유전자원법)’도 같은 날 시행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부터는 다른 비준국의 유전자원(유전정보 포함)이나 전통지식을 이용하려는 국내 연구자는 반드시 사전에 국가연락기관(외교부·환경부)과 국가책임기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5개 부처)을 통해 이용 목적, 기간, 이익공유 방안 등을 명시해 신고하고 허가를 받는 등 제공국에서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이는 국내 자원을 이용하는 해외 연구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또 해외 유전자원으로 얻은 이익은 사전 합의 내용에 따라 유전자원 제공자와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 로열티(수익금 배분) 비율은 인도 1~3%, 브라질 1%, 중국 0.5~10% 등 자원 제공국과의 협상에 따른다. 금전적 이익이 아닌 연구 성과라도 공동 연구나 기술 이전, 인재 교육 등의 방식으로 자원 제공국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양국의 법령에 따라 구금이나 벌금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ABS연구지원센터 제공
연구자를 위한 나고야의정서 가이드.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 제공

● 韓, 생물자원 해외 의존률 70% 이상… 실험 비용·행정 부담 늘어날 우려
 
유전자원은 유전의 기능적 단위를 포함하는 식물·동물·미생물 또는 그 밖에 유전적 기원이 되는 유전물질 등 생물자원을 일컫는다. 연구에 활용하는 실험용 동·식물은 물론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쓰이는 동·식물의 추출물과 발효균, 세균 같은 미생물 등 생명공학 연구에 쓰이는 생물자원 대부분이 나고야의정서의 적용 대상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비준국들이 유전자원에 실물이 없는, 데이터 분석 결과인 유전정보까지 포함시키는 추세다. 다만 인간의 유전자원이나 남극 지역 등 국가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 얻는 유전자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국내 생명공학 분야 연구자 대부분이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생명연이 국가의 연구용 생물자원 인프라로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의 경우, 전체 개체 수의 70.7%가 해외 자원이다. 종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은 84.4%까지 치솟는다. 특히 영장류의 발달이나 뇌 연구에 쓰이는 원숭이의 경우 100% 해외에서 들여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인 중국에서 넘어오는 자원이기 때문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장기적으로 국내 연구자들의 실험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미비준국 종이라 하더라도 비준국들의 생물자원 단가가 높아지면, 미비준국에서 수입해 오는 자원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
 
자원 이용 허가를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연구자들의 행정적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작도 전에 연구가 지연될 수 있다. 장 센터장은 “나고야의정서는 한국처럼 생물자원의 해외 의존률이 70~80% 이상인 ‘생물자원 빈곤국’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생명硏 보유 생물연구자원 현황 (2017년 7월 31일 기준)

자원 분류

국내 해외
개체 수 비율 개체 수 비율
동물 동물 세포 27 15.2% 151 84.8%
마우스 99 9.9% 905 90.1%
마우스 세포 314 100.0% 0 0.0%
원숭이 0 0.0% 327 100.0%
동물 소계 440 24.1% 1,383 75.9%
미생물 11,439 48.4% 12,204 51.6%
식물 식물 5,842 15.0% 33,100 85.0%
식물 세포 1,690 89.8% 191 10.2%
식물 소계 7,532 18.5% 33,291 81.5%
합 계 19,411 29.3% 46,878 70.7%

자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 국가 인프라 육성, 대체자원·대체국 발굴… 새로운 대비 전략 필요 

 

이에 따라 나고야의정서 발효 이후에는 국내 과기계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장 센터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대체 자원이나 대체 자원 제공국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성분이나 효과를 가진 다른 자원을 찾거나 같은 자원을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지 않는, 다른 국가에서 들여오는 방법이다. 실험용 동물의 경우, 동물 실험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인공세포체)’나 ‘렁온어칩(lung-on-a-chip)’ 같은 생체칩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장 센터장은 “연구자 개인의 부담을 줄이려면 국가의 생물연구자원 인프라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자원센터, 국가영장류센터, 해외생물소재센터  등 생명연 바이오인프라총괄본부 산하의 6개 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국립생물자원관 등 국공립 생물자원은행(BRC) 50여 곳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원 보존·관리를 위한 시설로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곳은 드물다.
 
연구용 생물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행정적 자문, 국제 분쟁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는 일도 국가의 역할로 대두된다. 생명연 ABS연구지원센터는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2013년 설립됐다. 최근에는 국제통상법 전문가들도 확보했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일례로 에콰도르는 자국의 5대 생물 해적행위(허가 없이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행위) 국가로 미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들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취득한 특허를 무효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페루도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 허가 없이 자국의 고유 식물인 마카뿌리를 활용한 의약품의 특허가 출원됐다며 특허 반대 절차를 추진 중이다.

 

역으로 한국이 어떤 생물자원에 대해 주권을 주장하려면, 한국 고유의 자원임을 입증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 장 센터장은 “일본이나 미국 등에 약탈된 우리나라의 고유 생물자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앞으로는 유전체 분석 등 계통분류학 분야 연구개발(R&D)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부연구위원은 “나고야의정서는 상업이 아닌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원 활용에 대해서도 이익 공유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나고야의정서 관련 문제가) 논의돼 왔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예측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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