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사이언스 지식iN] 피프로닐 살충제, 반려동물에도 자주 쓴다고요?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8월 17일 17:50 프린트하기

지난 연말 조류독감으로 시작된 ‘닭’의 수난이 ‘살충제 계란’ 여파로 다시 시작됐습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란으로 만든, 계란 성분이 들어간 먹거리를 먹으며 살았던터라, 당분간 어떻게 지내야 할지 막막할 정도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이번 사태를 들여다 봤습니다. ‘먹거리용 가축’에겐 허용되지 않은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이 섞인 살충제가 무분별하게 사용됐더군요.

 

그런데 피프로닐은 ‘먹거리용’이 아닌 반려동물에게도 사용한다고 합니다. 벼룩, 진드기 같은 해충 제거용으로 사용하는 살충제의 대표 성분입니다. 궁금한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1. 개와 고양이 해충 퇴치제에 포함된 피프로닐은 괜찮은 건가요?

 

도심을 벗어나 자주 자연 속을 거니는 반려동물이라면 해충 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 GIB 제공
도심을 벗어나 자주 자연 속을 거니는 반려동물이라면 해충 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 GIB 제공

A1. 피프로닐이 섞인 살충제는 사용자가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사용 주기만 지킨다면 안전합니다. 평소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이러한 제품 (프론트라인 플러스 -  피프로닐 약 9.8% 함유)을 용도에 맞게 사용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드기에 노출된 반려동물이 얼마나 괴로워 하는지 아는 주인이라면 이 제품으로 해충 관리를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걱정이라면 최근에 출시된 피프로닐 성분이 없는 해충 퇴치제를 이용하세요.  

 

Q2. 피프로닐을 반려동물에게 사용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피프로닐 성분이 든 해충 퇴치제는 반려동물이 핥거나 약을 발로 만질 수 없도록 목 뒤나 등 부분에 발라주는 것이 좋다. - GIB 제공
피프로닐 성분이 든 해충 퇴치제는 반려동물이 핥거나 약을 발로 만질 수 없도록 목 뒤나 등 부분에 발라주는 것이 좋다. - GIB 제공

A2. 수의사의 처방과 지도 아래 약품을 사용해 주세요. 만약 반려동물이 실수로 이 약품을 핥게 되면 침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를 할 수 있습니다. 동물의 혀나 발이 닿지 않는 목 주변이나 등 주위에 발라주세요. 바른 뒤에는 약품이 마를 때까지 반려동물 곁에서 지켜봐야 합니다. 또한 약품을 만진 손은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혹시 두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약품을 바르고 마를 동안에는 서로 핥지 못하도록 격리해 주세요. 약품을 바르는 주기는 개는 3~4주, 고양이는 3개월에 한번 정도인데요, 이렇게 동물마다 다른 약품 사용 주기를 반드시 지켜주세요. 약품이 남았다면 어린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 주세요. 

 

Q3. 반려동물엔 써도 되는데, 먹거리용 가축엔 안 되는 이유는 뭔가요?

 

A3. 우선 피프로닐을 다루는 방법이 다릅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반려동물용 피프로닐 성분 해충 퇴치제는 동물 몸에 직접 액체를 바르는 형태로 돼 있습니다. 피부 접촉 방식은 먹는 구충제나 스프레이 형태 살충제와 달리 체내로 흡수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와 고양이와 같이 피부가 지용성인 포유류는 피프로닐이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피지샘에 축적됩니다. 그러다 피지가 분비될 때 털과 피부에 퍼지며 해충을 예방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만약 피프로닐이 가금류 농장에서처럼 물에 희석해 스프레이 형태로 무분별하게 분사된 경우에는 닭, 축사, 계란, 모이, 사료 등에 모두 노출돼 이번 사태와 같이 2차, 3차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피프로닐 성분이 먹거리용 가축의 체내로 유입될 경우 독성 물질로 각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어,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사용 허가’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Q4. ‘사용허가’도 나지 않은 살충제를 농가는 어떻게 사용한 걸까요?

 

A4.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 때문에 성분에 대한 의심없이 암암리에 주변 농가로 퍼졌을 확률이 높다는 게 가금업계 전문 수의사의 말입니다. 게다가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된 대부분의 살충제 제품에 ‘먹거리용 가축 사용 금지’와 같은 안내 문구가 표시돼 있지 않다는 농가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습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에서는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정부의 사용허가를 받은 ‘닭 진드기 유효약제’ 14종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Q5. 심지어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이 어떻게?

 

A5. ‘유기축산물’ ‘무항생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몇몇 농가의 계란에서도 피프로닐과 같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친환경 인증마크 관리 업무가 정부에서 민간업체로 넘어가면서 관리가 허술했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무래도 계란을 출하할 때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모든 계란을 검사하고 인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농가가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면 받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Q6. 이렇게 찝찝한 살충제를 꼭 사용해야 하나요?

 

좁은 케이지에서 집단 사육되는 닭. 닭진드기는 물론 가축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축을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가축 스스로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 GIB 제공
좁은 케이지에서 집단 사육되는 닭. 닭진드기는 물론 가축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축을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가축 스스로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 GIB 제공

A6. 사실 닭을 키우는 농가에서 ‘닭진드기’와의 싸움은 이미 잘 알려진 대표적인 숙제이자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산란계 농가에서는 닭을 기르는 환경 때문에 닭진드기 피해가 더 많습니다.


원래 닭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을 하거나 발로 모래를 몸에 뿌려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생존 본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동물보호연합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 농가 약 1400여 곳 중 99%가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 밀집형 사육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닭이 스스로 진드기를 없앨 수 없어 괴로워합니다. 게다가 사람보다 시력이 발달한 닭은 자신의 몸이나 주변 닭 몸 속에서 움직이는 진드기를 쉽게 발견합니다. 진드기의 움직임을 포착한 닭은 부리로 자신이나 주변 닭의 몸을 쪼게 되고, 상처가 생기고, 상처에서 피가 나고, 피를 본 닭은 흥분을 하게 돼 상처를 더 심하게 훼손하면서 심각한 경우에는 죽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닭 농가의 해충 관리는 꼭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독일에서 산란계 사육을 경험해 본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닭진드기 약품을 사용할 때에는 성분이 유효한 제품을 고르되, 산란계가 있는 농가에서는 계란, 모이 등에 약품이 묻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Q7. 이미 사놓은 계란, 치킨, 닭고기, 감*란과 같은 2차 가공물 먹어도 되나요?

 

당분간 사놓은 달걀은 먹지 말고, 보관하세요!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한 것이라면 환불 절차를 밟아 보세요. - GIB 제공
당분간 사놓은 달걀은 먹지 말고, 보관하세요! 가까운 마트에서 구입한 것이라면 환불 절차를 밟아 보세요. - GIB 제공

A7. 다른 식품으로 대체 가능하다면 잠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이미 사 놓은 계란의 경우, 단순히 계란 껍질에 약품이 묻은 게 아니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살충제에 노출된 닭의 체내에 잔류한 피프로닐 성분이 계란의 노른자에 집약적으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닭 농가에서 평생 알을 낳는 산란계와 닭고기가 되는 육계는 출신이 다르긴 하지만, 육계라고 해서 살충제로부터 안전한지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주로 편의점으로 유통되는 감*란과 같은 2차 가공물은 각 회사의 홈페이지 공지사항 등에 유통 구조의 안전성 검사 결과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구입하기 전 홈페이지를 참고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먹거리에서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은 화학약품이 검출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름이 생소한 독성 물질의 화학성분이 포함된 살충제라면 ‘가축류 도포 금지’와 같은 문구를 눈에 띄게 표기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살충제 계란 파동도 언급했습니다. “유럽에서는 국제 잔류량 기준치를 60배 이상 초과해 문제가 됐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기준치와 유사한 값”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극미량이라고 해도, 과학적 근거와 함께 계란 1~2개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해도, 소비자는 기준치 초과라는 것 하나로 불안해하고 있으니 기준과 법규를 어긴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도 덧붙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매일 매일 새롭게 얻은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계란이 다시 안전한 먹거리가 될 때까지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우리가 먹는 달걀에서 왜 살충제 피프로닐이 나왔나요?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2017년 08월 17일 17:50 프린트하기

 

혼자보기 아까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해 보세요

네이버밴드 구글플러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7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