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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못하는 출연연 학생연구원,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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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못하는 출연연 학생연구원,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2017.08.21 07:00
GIB 제공
GIB 제공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학생연구원 중 기타연수생을 대상으로 근로계약을 의무화함에 따라, 각 기관에서는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관련 기사: 출연硏 학생연구원도 근로계약 체결… 산재 등 4대 보험 보장된다).

 

기타연수생은 소속 대학의 학위과정과는 별개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출연연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연수를 받는 학생연구원을 가리킨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재학생과 학연협동과정생 등 다른 출연연 학생연구원에 비해 근로자 성격이 강한 편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보상 없는 안전사고, 수당 없는 야근 등 노동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학생연구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출연연 학생연구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고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과 근로기준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출연연 기타연수생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기타연수생을 포기하고 출연연을 떠나야 하는 학생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 장학금 조건은 ‘미취업 학생 신분’…근로계약 맺으면 혜택 못받아 난감


우선 학교나 정부, 기업 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근로계약을 체결해 취업 상태가 되면 대부분 장학제도 규정상 더 이상 장학금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원생지원장학금은 ‘전일제 미취업 대학원생’이 지원 대상이다. 한국연구재단의 글로벌박사펠로우십(GPF) 역시 ‘풀(full) 타임 학생 신분 유지’가 지원 조건이다.
 
한 출연연 기타연수생인 박사과정생 A 씨는 얼마 전 기관으로부터 근로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정해진 기한 전까지 학교 연구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A 씨가 장학금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A 씨는 “이미 장학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관에서는 인건비를 받지 않기로 하고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정부 지침 탓에 갑작스럽게 연구를 그만 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인건비 등 간접비 부담 문제로 일부 학생연구원들에게는 학교로 돌아가 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출연연 주요사업의 경우 대부분 간접비의 비중이 커 현재도 이미 순수 연구에 쓸 수 있는 예산이 빠듯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면 연구과제에 꼭 필요한 인력만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 출연연을 찾았던 학생들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출연연의 석사과정생 B 씨는 “같은 기타연수생들 중에도 연구과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학생들 위주로 근로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관에서도 학생연구원들을 연수생이 아닌 근로자로 봐야 하는 만큼 업무 기여도 면에서 까다롭게 검토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난감하긴 대학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출연연으로 연구실 학생을 파견 보냈던 C 교수는 “정책이 다급하게 추진되다보니 학생들도 우왕좌왕 하고 있다”며 “기타연수생으로 연구과제에 참여하던 학생들을 근로계약 의무화 대상이 아닌 학연협동과정생으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D 교수 역시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연구 현장의 현실적인 부분이 고려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험실 운영상의 문제로 일부 학생들은 졸업 시기를 앞당기기도 했다.
 

● 병역특례·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과도 충돌… 제도 개선 필요할 듯

 
학생연구원들의 근로계약 체결을 준비하는 기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에 한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기존 방식대로 운영해도 될지 법률적인 검토를 의뢰했는데 제도상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창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재개발실장도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 외에도 병역특례제도에 따라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 중인 학생들,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근로계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정부와의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취업후상환 학자금 대출은 대출자가 취업 상태가 되면 대출금 상환의 의무가 생긴다.
 

최도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현재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타연수생 중 장학금 때문에 근로계약을 못하게 되는 학생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UST와 학연협동과정생까지 제도를 확대할 경우를 고려해 교육부와 제도 개선을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학생연구원 근로계약 체결의 양면성 탓에 학생연구원 수는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새로 학생연구원을 뽑을 때는 장학금이나 병특, 학자금 대출 등에 해당되지 않는 학생들을 뽑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관의 비용 부담도 학생연구원의 또 다른 축소 요인이다. 과기정통부는 안정적인 인건비 조달을 위해 올해 2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했지만, 그 이후의 예산 확보 방안은 요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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