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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에 넣어도 멀쩡한 바르는 배터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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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에 넣어도 멀쩡한 바르는 배터리 개발

2017.08.22 04:32

세탁기에 넣어 빨아도 고장 나지 않는 배터리가 개발됐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는 잉크로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천에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물에 담그거나 비틀어 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리미로 다려도 녹지 않아 전자제품을 옷과 융합해 만드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워치나 밴드 등 각종 첨단 웨어러블 기기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기기를 작동시킬 동력원인 배터리는 지금까지 큰 기술변화가 없었다. 배터리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형태로만 만든다. 배터리 내부에는 음극과 양극이 있는데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 두 극이 닿으면 폭발한고, 리튬 이온을 이동시키기 위해 내부를 액체 전해질로 채웠기 때문이다. 폭발을 막고 전해질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게 밀봉하려면 단단한 고체 용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형태가 단단히 고정돼 있으면 배터리가 필요한 기기의 형태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불안정한 이유를 액체 전해질에서 찾았다. 기존 배터리는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분리막이라는 부품을 이용했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와 유사한 겔(gel) 형태로 바꿔 전해질이 이온 이동과 분리막 기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을 마요네즈나 머스터드 정도 점성을 가진 겔 상태로 만들고, 레진(Resin)처럼 자외선을 쬐면 굳는 화학물질을 첨가했다. 이후 옷감에 양극 겔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전해질 겔, 음극 겔을 순서대로 쌓아 바른 뒤 자외선을 쪼여 굳혔다. 겉으로 보기엔 물감으로 그린 그림 같지만 제일 밑면에 칠해진 양극 겔과 제일 위에 칠해진 음극 겔에 전선을 갖다대면 LED 전구에 불을 켜는 배터리로 작동한다.


바르는 배터리를 개발한 뒤 이 교수는 생활용품에 응용했다. 컵이나 안경 형태 헤드업디스플레이에 배터리를 발라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최근에는 티셔츠에 그림 그리듯 배터리를 바른 뒤 LED를 연결해 새로운 디자인 요소로 쓸 수 있음을 확인했다. 세탁기에 넣고 돌리거나, 탈수를 위해 비틀어 짜고, 고온의 다리미로 배터리를 다려도 티셔츠에 연결된 배터리는 여전히 불이 켜진 채 작동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 이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티셔츠에 그려진 전구 모양 그림이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0분 동안 LED를 켤 수 있다. - 이상영 교수 제공
티셔츠에 그려진 전구 모양 그림이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0분 동안 LED를 켤 수 있다. - 이상영 교수 제공


리튬 이온 배터리의 형태적 한계는 극복했지만 대용량 제품을 만드는 것은 과제다.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단위 두께로 바르기 때문에 A4 한 장 분량을 발라도 손바닥만한 일반 리튬 이온 배터리 용량에는 현재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이 교수는 “소용량 배터리로는 곧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대용량 배터리도 웨어러블 기기 기술이 발전하면 머지않아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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