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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나고야의정서 가이드①] 국제 공동연구도 사전허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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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나고야의정서 가이드①] 국제 공동연구도 사전허가 필요할까

2017.08.23 17:30

※편집자 주: 8월 17일 한국에서도 해외의 생물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을 활용할 때 관련 법률에 따라 자원 제공국의 사전허가를 받고, 이익도 공유하도록 하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습니다. 이에 동아사이언스는 실제 연구 현장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하는 연구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기 위해 ‘연구자 나고야의정서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국제 공동연구도 사전허가 필요할까

기초연구와 상업화 연구, 똑같이 적용될까

전통지식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국내 자생생물로 대체 가능할까

 

☞관련 기사: 17일 한국에서도 ‘나고야의정서’ 발효…“연구 현장에도 타격 예상”
 

pxhere 제공
pxhere 제공

#1. 이공계 대학 P 교수는 중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중국에서 현지 식물을 이용해 실험을 했다. 식물의 유전체를 해독한 데이터만을 갖고 귀국해 한국에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중국인 과학자도 함께 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2. 연구기관의 K 박사는 중국 연구진도 참여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들어갔다. 이 컨소시엄에서는 각국의 연구진들이 자국의 생물 유전자원을 해독해 얻은 유전체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K 박사는 여기서 얻은 중국 데이터로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P 교수와 K 박사 중 누가 나고야의정서 규정을 어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P 교수다. 사전 허가 없이 다른 나라 생물의 유전자원을 활용해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반면 K 박사가 활용한 유전정보는 아직 나고야의정서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 부속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공평하고 공정한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의 준말이다. 즉, 해외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하려면 현지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자원 제공국(여기서는 중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용어] 유전자원 vs 유전정보

· 유전자원: 유전의 기능적 단위를 포함하는 식물·동물·미생물 또는 그 밖에 유전적 기원이 되는 유전물질 등 생물자원

· 유전정보: 생물의 유전체를 해독해 얻은 DNA 염기서열 정보

 
특히 국내 연구진이 활용하는 생물 유전자원 출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나고야의정서 비준국들 중에도 세부 규정이 매우 엄격한 편이다. 장영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장은 “유럽의 경우 비준국이라도 자국인에 의해 공유된 생물 유전자원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과학자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중국은 ‘중국인과의 공동 연구’가 여러 이행 의무 중 하나이자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나고야의정서 이행 법률(안)에 따르면, 중국은 △유전자원에 접근할 때 사전에 출처, 목적, 활용 계획, 이익공유 방안 등 심사 후 허가 △중국 연구진의 공동 참여 △중국에서 연구·조사 실행 원칙 △유전자원 반출할 때 등록·검사 △이익 발생금(로열티) 0.5~10% 납부 △법을 어기면 5만~20만 위안의 벌금 등을 규정하고 있다.
 
P 교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사전 허가만 받았다면 문제될 게 없다. 중국 연구진과 현지에서 실험을 했고, 한국으로 가져온 건 유전자원 실물이 아닌 유전정보이기 때문이다. 비금전적 이익(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논문 공동 게재를 통해 공유했다. 물론 사전 허가를 받을 때 협의한 조건에 맞춰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또 공동 연구를 하더라도 중국 연구진만 해당 유전자원에 접근한다면, P 교수는 유전정보에만 접근하는 것이 되므로 나고야의정서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인도 등은 유전자원에 유전정보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이런 유전정보를 ‘디지털 시퀀싱 인포메이션(DSI)’이라고 한다. 만약 이렇게 비준국들의 법률이 바뀐다면, 유전정보의 반출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출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데이터 분석 역시 중국에서 모두 끝내야 한다. 장 센터장은 “유전정보를 분석해 얻은 결과물이 아니라, 유전정보 자체는 자유롭게 반출할 수 없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전정보마저 유전자원에 포함될 경우, K 박사를 포함해 중국의 유전정보를 연구에 활용한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연구자들도 중국 법률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중국인이 공유했지만 정부의 허가없이 유전자원을 습득해 활용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질병 치료라는 인류 공동의 목적에 따라 인체 유래 유전자원은 생물 유전자원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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