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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동물의 상징, 도도새의 성장 비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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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동물의 상징, 도도새의 성장 비밀 풀렸다

2017.08.25 18:14

 

Julian Hume 제공
Julian Hume 제공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겁 없는 삶을 누리다가 인간에 의해 멸종한 ‘도도새(Raphus cucullatus)’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연구가 나왔다.

 

학계에선 지난 몇백년간 도도새의 성장과 번식, 양육 과정 등에 관해 격렬한 논쟁을 벌여왔다. 도도새가 회색인지, 검은색인지와 같은 간단한 사실을 놓고도 옛 선원들의 주장이 엇갈리는데다, 온전한 화석조차 없어 성장에서 죽음에 이르는 생활사에 대한 명확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케이프타운대 생명과학과 델핀 앵스트 교수팀은 도도새 새끼가 8월 경 태어나  싸이클론이나 태풍으로 환경이 척박해지는 11월이 되기 전 폭풍 성장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 24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풀리지 않았던 도도새의 생활사에 대한 과학적 실마리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 순진무구한 도도새, 멸종의 상징이 되다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에서 약 900㎞ 떨어진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은 도도새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땅위에 사는 포유류가 없는 조류들의 섬에서 무게가 23㎏ 이상으로 지금의 칠면조보다 덩치가 큰 도도새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풍성한 과일들이 있어 먹이도 넘쳐났다. 편한 생활에 날개마저 퇴화해 버렸다. 위협하는 적이 없는 도도새는 문자 그대로 순수해서 용감했다. 16세기 초부터 이곳에 발을 디디기 시작한 인간에게 호기심을 갖고 겁 없이 다가간 것도 그 때문이다.

 

오랜 항해로 지친 선원에게 도도새는 더없이 좋은 식재료였고, 도도새는 단 100년 만에 희귀종이 돼버렸다. 1681년 마지막 도도새가 목숨을 잃었다. 도도새는 현재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불행을 겪는 캐릭터의 대명사가 됐다.

 

지금은 인간의 사냥보다는 인간과 함께 섬에 들어온 생쥐나 원숭이, 돼지 등의 포유류들이 도도새의 멸종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학계의 의견이 모아졌다. 각종 천적이 늘어나 먹이 경쟁이 심해졌고, 이들에게 알을 공격당해 번식에 장애가 생겨 개체 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 도도새, 청소년기 막바지에 폭풍 성장 한다

 

지금까지 도도새 생태 연구는 명확한 관찰 기록과 완벽한 표본이 없어 큰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뼈 조직분석법으로 도도새가 8월에서 11월 사이 급격히 성장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성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도도새의 양육 패턴과 성장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22마리의 도도새 신체 표본에서 얻은 대퇴골(Femur)과 경족근골(Tibiotarsus) 등의 뼈 표본을 마이크로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여기에는 한창 성장 중일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6 마리와 갓 생식 능력을 얻은 성체 6 마리, 그리고 완전히 성숙한 성체 10 마리의 뼈 표본이 포함됐다.

 

※ 경족근골 : 새의 다리에서 대퇴골과 뒷발목뼈 사이에 있는 큰 뼈

 

뼈 조직 분석은 현대 조류 연구에서도 많이 쓰고 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뼈를 3가지 분리된 층으로 나누는데, 뼈 중앙에서 모세혈관조직과 연결돼 영양분을 공급받는 ‘섬유골조판층(Fibrolamellar Bone, FB)’과 몸 안쪽으로 접한 ‘내둘레층(Inner Circumferential Layer, ICL)’, 몸 바깥 방향 부위로 혈관 조직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외둘레층(Outer Circumferential Layer, OCL) 등이다.   

 

연구팀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 막바지에 해당하는 도도새의 FB층이 두껍고 넓었으며, 성인이 돼 나이가 들수록 ICL층과 OCL층의 비율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성숙도에 따라 이 세 가지 뼈 조직층이 각기 다른 비율로 조성돼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으로 생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성체 6마리의 경우 OCL이 5~20%, ICL이 15~35%를 차지했으며, 이보다 더 성숙한 것으로 판단되는 10마리의 성체는 OCL은 7~29%, ICL는 14~51%의 비율로 더 높게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ICL층은 칼슘이 풍부하기때문에 칼슘이 풍부한 난자를 생성하도록 돕는 조직이다. ICL층이 많을수록 더 성숙한 개체라고 판단할 수 있다.

 

a, - University of Cape town 제공
a, c, e 순서대로 어린 도도새의 뼈, 갓성인이된 도도새의 뼈, 완전히 성숙한 도도새의 뼈다. b,d,f는 이를 차례로 확대해 찍은 사진이다.  - University of Cape town 제공

앵스트 교수는 “성인이 되기 직전 FB층이 넓어, 이때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도도새 뼈 표본에서 이차적인 골층과 칼슘을 재흡수해 뼈가 다시 형성된것으로 보이는구멍들이 확인됐다"며 "이 구멍은 펭귄을 비롯한 현존하는 15개의 비둘기과 조류에서 털갈이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리셔스섬의 사는 새들은 8월 경에 알을 부화하며, 일년에 7번 정도 털갈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싸이클론 등의 영향으로 먹이 환경이 안 좋아지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털갈이 횟수가 줄어들며, 성장도 주춤한다. 

 

앵스트 교수는 "도도새 역시 11월엔 3월 사이 보통 1회, 8월 부터 10월사이 3회의 털갈이를 몰아서 했을 것"이라며 "이 털갈이를 통해 갓태어난 새끼가 몸집이 급격히 성장한뒤 안전하게 남반구의 여름을 견딜 수 있었을 것"분석했다. 

 

● 회색빛 도도새, 털갈이 때는 검은 깃털

 

검은색과 회색, 그럼 과연 도도새는 이 둘 중 어떤 색이었을까. 향신료 무역을 위해 모리셔스 섬에 드나들던 선원들의 증언은 저마다 달랐다.

 

이에 대한 연구팀의 답은 ‘둘 다’이다. 앵스트 교수는 “교차극성을 띠는 빛을 뼈에 조인 뒤 성분을 본 결과 도도새는 갈색 빛을 띠는 회색 털을 가졌을 것이며, 털갈이를 시기엔 까만색의 보송보송한 깃털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하고”고 말했다.

 

 

Julian Hume 제공
Agnès Angst 제공

공동연구자인 런던 자연사박물관 줄리안 흄박사는 “이번 연구로는 도도새의 색이나 양육 방법 등은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단지 모리셔스 섬의 기후와 연관된 도도새의 성장 패턴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둘기의 친척뻘인 도도새가 어떻게 이 섬에서 진화하게 됐는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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