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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첨단기술 만나 청정연료로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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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11일 11:35 프린트하기

석탄, 얼마나 알고 있나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석탄. 사탕수수, 당밀 등 식물 성분에서 뽑아낸 탄소(C)를 석탄의 공극에 넣어 효율을 높인다. 탄소가 첨가된 석탄이 발전소에 투입되면 높은 열량을 낸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석탄. 사탕수수, 당밀 등 식물 성분에서 뽑아낸 탄소(C)를 석탄의 공극에 넣어 효율을 높인다. 탄소가 첨가된 석탄이 발전소에 투입되면 높은 열량을 낸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에너지는 석유도, 원자력도 아닌 바로 석탄이다. 통계청 국가주요 지표에 따르면 1981년 국내 발전용 연료 중 석탄 사용 비율은 7.3%. 소규모 석유발전(78%)이 주를 이루던 시절이었다. 이후 석탄화력발전 비율은 급격하게 상승해 2015년엔 48.3%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석탄은 국내 전력망은 물론이고 제철 분야 등에서 지금도 두루 쓰인다. 사회 전반을 떠받쳐온 고마운 존재지만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CO₂)의 주원인으로 꼽히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석탄을 제대로 아는 석탄 전문가들은 ‘옛날 시각으로 석탄을 평가하진 말아 달라’고 말한다. 석탄의 단점을 해결할 신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세먼지다. 저급탄은 수분 함량이 높고, 크기도 고르지 않아 발전소 내에서 태우면 적잖은 분진을 일으킨다. 열량도 낮기 때문에 같은 전기를 만들려면 더 많은 양을 태워야 하니 CO₂ 배출량도 덩달아 늘어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을 국내 연구진이 연구해 최근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까지 개발했다. 최영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 청정연료연구실 책임연구원 팀은 저급탄의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석탄’ 제조법 개발을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최 연구원은 “2014년 1차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바 있고 그 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실용화에 필요한 후속 기술을 모두 개발 완료했다”고 말했다.


모든 발전소는 설계부터 석탄 품질을 지정해 둔다. 이런 ‘설계탄’은 주로 고급탄이다. 고급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뛰어나지만 생산단가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저급탄을 쓰는 일도 많다. 2015년 우리가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한 저급탄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3000만 t. 고급탄은 주로 호주 등지에서 수입된다.


과학자들은 저급탄을 고급탄에 가깝게 효율을 높이는 전처리 공정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 왔다. 일본 연구진은 물을 이용하는 열수처리법(HWT)을 개발한 바 있다. 석탄 표면에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쏘아주면 표면의 일부가 빈 공극으로 녹아 들어가는데, 이를 재차 건조시키면 매끈하고 단단한 석탄으로 바뀌며 품질이 향상된다. 일본 연구진은 석탄 표면에 석유를 코팅해 불이 잘 붙게 만드는 오일처리법(UBC)도 개발했다. 그러나 두 가지 방법 모두 경제성이 떨어져 실용화가 어려웠다.

 

에너지연 연구진은 바이오연료의 일종인 사탕수수와 당밀에 눈을 돌렸다. 이를 셀룰로오스(다당류) 형태로 균열이 많은 저급탄 표면에 처리해 품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하이브리드 석탄은 고급탄에 가까운 열량을 낼 수 있으면서도 미세먼지 배출은 저급탄에 비해 30% 이상 적고, 이산화탄소는 20% 이상 적게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하이브리드 석탄을 최신 친환경 설비가 갖춰진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면 액화천연가스(LNG)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경제성도 우수하다. 에너지연이 외부기관(한영회계법인)에 평가를 의뢰한 결과 500MW(메가와트)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 1기에 기존 저급탄 대신 하이브리드 석탄을 도입하면 매년 133억 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석탄화력발전소는 11개 부지에 총 53기가 운영 중이니 단순 계산으로도 매년 7000억 원가량 절감이 기대되는 셈이다. 최 연구원은 “전처리 비용이 다소 발생하지만 열량이 높아진 만큼 석탄 수입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해상운송비, 석탄소비세, 탄소거래비용 등을 모두 추가로 아낄 수 있어 장기적으로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은 검고 시커먼 연기가 나는 구식 연료로 여겨지지만 관련 기술만 있으면 충분히 친환경적으로 재가공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국가에선 석탄 성분을 가공해 석탄액화연료(CTL)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석탄에 천연가스를 섞어 만든 합성석유로 일반 석유에 비해 출력은 다소 낮지만 차량 운행 등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급탄으로도 CTL을 만들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크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남아공 사솔사가 개발한 ‘사솔 오일’은 현재 자국 자동차 연료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 일반 휘발유에 비해 이산화황을 35% 적게 배출해 환경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상당히 진척돼 있다. 2007년부터 에너지연에서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 핵심기술 대부분을 확보했으나 상용화에 필요한 추가 투자와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석탄이 석유와 달리 아직 200년 이상 쓸 자원이 있고, 세계 곳곳에 매장돼 있어 독점 우려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래에도 주목해야 할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최 연구원은 “석탄은 지속적인 연구만 뒷받침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청정에너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라고 말했다.
 

 

▼낡은 발전소 활용 방안▼


석탄 대신 바이오매스, 연료전환 기술 개발 박차

 

하이브리드 석탄을 실제 화력발전소에 적용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플랜트’ 생산시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하이브리드 석탄을 실제 화력발전소에 적용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플랜트’ 생산시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석탄화력발전소가 친환경 기술로 거듭나고 있다. 구형 발전소도 탈황시설과 미세먼지 집진시설 등을 보완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모양새다. 설계상의 문제로 친환경 발전 시스템을 추가하기 힘든 낡은 발전소도 활용하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과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에 과감하게 새 에너지원을 투입하는 ‘연료전환(Fuel Switching)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석탄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구분되는 바이오매스를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연료로 투입하는 것이다. 바이오매스란 폐목재나 나뭇가지, 해조류, 동물의 분뇨나 음식물쓰레기, 유기성 폐수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냥 두면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연료로 활용하면 달라진다. 목재를 가공해 연료로 만든 우드 칩이나 볏짚 등 식물도 모두 바이오매스로 쓸 수 있다.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자원’이라고도 불린다. 식물은 성장하면서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기 때문에 식물을 가꿔 연료로 쓰면 대기 중 CO₂ 농도는 유지할 수 있다.


영국 에너지기업 드랙스파워사가 2013년 4000MW(메가와트) 출력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개조하고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변경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발전 효율은 유지됐지만 발전단가가 2.5배로 높아졌고, 기대했던 CO₂ 배출량마저 4배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나무를 심고 가꾸며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주위 목재를 베어 그대로 연료로 사용한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몇몇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대부분은 폐자재 등을 석탄과 섞어 연소시키는 혼소형 발전소다. 이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 연구진은 화력발전소를 100% 바이오매스만 이용하는 발전소로 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연구에 나섰다. 영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나무보다 성장이 빠른 억새나 볏단 같은 풀 종류, 즉 초본계 바이오매스를 중심으로 폐목재 등을 추가로 구성해 환경과 발전 효율을 모두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소금기가 있는 간척지에서도 빠르게 자라는 ‘케냐프’ 등의 식물을 길러본 결과 충분히 지속적으로 연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식물을 가공해 연료 형태(팰릿)로 가공하는 전처리 기술도 개발했다.


최영찬 에너지연 청정연료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바이오매스는 연소 가스가 석탄에 비해서 깨끗한 편이지만 발전기 보일러에 회분(재)이 많이 쌓이는 등 단점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연소 온도를 조절하는 등 다양한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변신 신설 화전들▼


영흥 화력발전소, 미세먼지 99%-황산화물 98% 차단

 

올 3월 가동을 시작한 북평 화력발전소. - GS동해전력 제공
올 3월 가동을 시작한 북평 화력발전소. - GS동해전력 제공

석탄은 천연가스나 석유에 비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태생적으로 많은 단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채굴한 석탄을 개량해 품질을 끌어올린 뒤 친환경 집진시설이 잘 갖춰진 발전소에서 태우면 이 단점을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 고효율 터빈발전기를 설치해 완전 연소를 이끌어내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동시에 발전 과정에서 배출가스를 철저하게 걸러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CO₂),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과 같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2014년 준공된 인천 영흥 화력발전소가 대표적 사례다. 영흥 1∼6호기는 탈황설비로 SOx의 98.9%를, 전기 집진장치로 미세먼지의 99.9%를 걸러낸다. 탈질설비는 암모니아를 주입해 질소와 물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NOx를 93.7% 제거한다. 외국산 고급 승용차에서 요소수(尿素水)를 넣어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를 발전소에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소의 먼지, SOx, NOx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전기 1MWh(메가와트시)를 생산할 경우 0.656kg으로,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배출량(0.139kg)의 5배 정도다. 그러나 이는 석탄과 LNG를 단순 비교한 경우다. 많은 LNG발전소는 석유와 가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복합발전소 형태로, 이 경우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잖이 늘어난다. 2010년 준공된 군산 가스복합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0.285kg으로 영흥 화력발전소의 0.258kg과 비슷한 수준이다. 1994년 건설된 일산 LNG복합화력발전소는 0.526kg이 넘어 영흥 화력발전소의 두 배에 달한다.


올해 3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강원 동해시 북평 화력발전소도 영흥 화력발전소 못지않은 친환경 시설을 갖췄다. 국내 첫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인 북평은 지하 저장시설을 통해 분진을 일절 발생시키지 않고 석탄을 공급받는다. 각종 오염물질은 배출 직전에 철저하게 필터로 걸러내는 방식으로 미세먼지는 99.9%, SOx는 98.9%, NOx는 93.8%까지 걸러낸다. 북평화력발전소 관계자는 “1MWh당 오염물질 배출량은 0.316kg 정도로 가스복합발전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건설된 화력발전소는 대부분 꼼꼼한 기준을 갖고 있다. 여기에 구형 발전소에도 탈황, 집진장치 등을 보강해 오염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1996년부터 운영해 오던 태안 화력발전소의 기존 탈황설비를 제거하고 고효율의 새로운 탈황 처리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올해 5월 1호기부터 작업을 시작해 운영 중이다. 배출 물질이 2015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부발전 측은 “2016년 6월부터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미세먼지 저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환경 신기술을 조사해 최적의 기술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지어질 최신형 화력발전소들은 영흥에 비해 60% 수준의 오염물질만 배출하도록 설계돼 청정도가 순수 LNG발전소에 필적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 당진에 건설 중인 에코파워발전소는 1MWh당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이 0.199kg 이하가 되도록 설계됐다.


전충환 부산대 클린콜센터장은 “석탄은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큰데도 환경부담금이 과하게 부과돼 있는 등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며 “석탄은 오염물질 관리만 잘 이뤄지면 깨끗하고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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