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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아카데미로 수학 학습 부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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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13일 11:30 프린트하기

“가은이 너 학교 오기 전에 이미 30분이나 문제 풀고 왔구나?”

 

용인 서농초 4학년 6반 교실의 아침이 밝았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교실에 모여든다. 4학년 6반 친구들이 등교하자마자 책상 위에 올려둔 것은 태블릿. 오늘은 자기주도학습 시간에 태블릿으로 ‘칸아카데미’에 접속해 수학 공부를 하는 날이다. 

 

칸아카데미로 하는 수학 공부에 푹 빠져 있다는 최가은(용인 서농초 4년) 학생. 가은 학생은 4학년 6반 친구들 중에서 지난 7일 기준 누적 학습 시간이 가장 많았다. - 염지현 제공
칸아카데미로 하는 수학 공부에 푹 빠져 있다는 최가은(용인 서농초 4년) 학생. 가은 학생은 4학년 6반 친구들 중에서 지난 7일 기준 누적 학습 시간이 가장 많았다. - 염지현 제공

최가은 학생이 등교해 가방을 내려놓자, 선생님은 가은 학생에게 맞춤형 인사말을 건넨다. 고규환 담임 선생님은 가은 학생이 등교 전 어떤 단원의 문제를 풀고 왔는지, 몇 분이나 문제를 풀고 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칸아카데미 덕분이다.

 

● 자기주도학습 도우미, 칸아카데미

 

칸아카데미는 2008년 우연한 계기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방글라데시계 미국인 살만 칸이 멀리 떨어져 살던 12살 사촌동생의 수학 공부를 돕다가 만든 무료 온라인 강의 서비스다. 칸은 전화로 과외를 이어가다가 차츰 도움이 되는 관련 자료와 간단한 동영상 강의를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자 주변에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졌다. 전세계에서 학생은 물론 선생님에게서도 문의와 후기가 쏟아진 것이다. 사촌동생마저도 모르는 부분은 계속 반복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강의를 더 좋아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칸은 더 많은 온라인 자료를 만들기로 마음 먹는다. 헤지펀드 분석가 일을 그만두고 칸아카데미라는 조직을 본격적으로 구성했다. 칸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 전기공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연한 기회에 출발한 칸아카데미는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무료 교육’이라는 교육 목표를 세웠다. 지난 8월 1일 칸아카데미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계 약 5500만 명이 칸아카데미를 통해 수학, 컴퓨팅, 과학, 인문, 예술, 경제, SAT 등 다양한 과목을 무료로 학습하고 있다. 이중 교사 가입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칸아카데미는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인 수준의 무료 교육이라는 교육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 칸아카데미 로고 제공
칸아카데미는 모든 곳의 모든 이들을 위한 세계적인 수준의 무료 교육이라는 교육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 칸아카데미 로고 제공

네이버가 설립한 비영리 교육재단 커넥트재단은 칸아카데미의 공식 파트너다. 2014년부터 칸아카데미 한국 사이트를 맡아 운영을 시작했다. 한국 사이트 이용자만 3만 명에 이른다. 올 4월부터는 현직 초등교사 131명을 ‘칸아카데미 수학 리더스’로 모집해 학교 현장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꾸려진 리더스는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모여 칸아카데미를 활용한 수업 운영 사례를 공유하고 성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일에 앞장 선다.

 

● 우리반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문제로 단원평가를 본다

 

‘칸아카데미 수학 리더스’로 활동하는 고규환 선생님의 수업을 직접 참관해 봤다. 아침 자습시간부터 시작된 칸아카데미 활용 수업은 1교시 수학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정규 수업시간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익숙한 듯 선생님이 내 준 공통의 미션에 주목했다. 해당 수업시간은 ‘소수의 덧셈과 뺄셈’을 정리하는 시간, 단원 평가를 1차시 앞둔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각자 태블릿을 활용해 소수의 덧셈 연습 문제를 풀고 있다. - 염지현 제공
학생들이 각자 태블릿을 활용해 소수의 덧셈 연습 문제를 풀고 있다. - 염지현 제공

사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학생들은 익숙한듯 태블릿을 이용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이 모두 모여있는 가상의 공간에 구글 문서들을 활용해 ‘각자 마음에 드는 소수를 입력’하고, 선생님이 주는 미션(예:입력한 소수 중에서 14번째로 큰 소수 찾기, 소수 두 개를 입력하고 합 또는 차를 구해 6번째로 큰 소수 찾기 등)을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다.

 

(용어설명 ☞ 디지털 네이티브★ 란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노출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마트 기기 활용법을 익히는 세대를 말한다. 예를 들어 돌 지난 아이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하고, 유튜브 사용법을 알고 있다.)

 

칸아카데미를 활용하니 어떤 학생이 수업에 참여했는지, 누가 답변을 하지 않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연습 문제를 누가 몇 번 만에 맞췄는지, 전체 학생 28명 중 정답률이 몇 %가 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정답률이 낮은 문제에서 지필 형태로 진행되는 단원평가 문제를 출제한다”고 설명했다. 내가 또는 내 친구가 자주 틀렸던 문제만 골라 단원평가에 나온다는 말이다.

  

● 각자의 학습 수준에 따라 다른 미션이 주어진다

 

통상적으로 학생들이 처음 수학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단원이 ‘소수의 뺄셈’이라고 한다. 기존에 좋은 점수를 받던 학생들도 소수점 자리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잡지 못하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일반적 방식으로 ‘중간 수준’에 난이도를 맞춰 수업이 진행되면, 학생들 개개인이 정확히 어떤 개념을 모르는지, 어떤 과제를 줘야 학습 부진을 해결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어렵다.

 

칸아카데미를 활용하는 교사 회원 페이지에는 소수 단원의 각각의 소 단원에서 전체 학생들이 어떤 학습 진도를 따르고 있는지, 어떤 단원을 대체적으로 어려워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프가 제공된다. 화면에 보이는 막대그래프에서 오른쪽 짙은 파란색으로 갈수록 학습이 완료된 학생, 왼쪽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당 단원을 어려워하는 학생의 비율을 나타낸다. 회색은 아직 진도를 나가지 않은 학생의 비율을 뜻한다. 학생들에게 전체 학생들의 진도 현황을 공유하는 고규환 교사. 해당 그래프의 영역을 클릭하면 각각 해당 부분에 속하는 학생들의 명단도 확인할 수 있다. - 염지현 제공
칸아카데미를 활용하는 교사 회원 페이지에는 소수 단원의 각각의 소단원에서 전체 학생들이 어떤 학습 진도를 따르고 있는지, 어떤 단원을 대체적으로 어려워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프가 제공된다. 화면에 보이는 막대그래프에서 오른쪽 짙은 파란색으로 갈수록 학습이 완료된 학생, 왼쪽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해당 단원을 어려워하는 학생의 비율을 나타낸다. 회색은 아직 진도를 나가지 않은 학생의 비율을 뜻한다. 학생들에게 전체 학생들의 진도 현황을 공유하는 고규환 교사. 해당 그래프의 영역을 클릭하면 각각 해당 부분에 속하는 학생들의 명단도 확인할 수 있다. - 염지현 제공

하지만 칸아카데미의 도움을 받으면 실시간으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진도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각 소단원(예:소수 한 자리 수의 덧셈, 소수 두 자리 수의 뺄셈 등)에서 어떤 학생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어떤 유형의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고 선생님은 “칸아카데미로 수학 수업을 하면서 수학 과목에서 최하위에 있던 친구들도 중간 정도로 수준을 많이 회복했다”며, “알고리즘에 따라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서로 다른 유형, 서로 다른 난이도의 문제가 자동적으로 계속 제공된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진도를 모니터링해 각자의 학습 수준에 맞는 추가 과제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각자의 학습 수준은 자신과 교사만 알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다른 친구들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각자 부족한 부분을 반복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고 선생님은 학부모 상담을 할 때에도 구체적인 조언을 위한 좋은 자료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열정이나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교실을, 교육을 바꿀 수 없다. 학교 교실에서 시작된 이런 수업이 내 아이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려면, 부모 역시 정보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SW와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교육의 최대 장점은 반드시 교실이 아니어도 집, 등하굣길, 운동장 등에서도 교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나 교사가 아니어도 일반인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칸아카데미는 누구나에게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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