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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파크, 그리고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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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14일 11:10 프린트하기

9월 12일 애플의 가을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늘 그렇듯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신제품이 발표되는 자리입니다. 키노트가 시작되자 극장은 불이 꺼졌고, 참석자들에게도 잠깐 랩톱을 꺼달라고 요청하는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그리고 컴컴한 극장 안은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했던 이야기가 덤덤하게 흘러 나옵니다. 애플이, 또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표현하고 했던 것은 결국 더 나은 기술로 삶을 바꾸는 것이라는 철학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그가 인정받는 것은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에 대한 것이 우선이겠지만, 저는 그의 확고한 철학이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묻어나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그의 철학은 애플에 유지로 남아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에 지금도 곳곳에서 스티브 잡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큰 박수가 나옵니다. 그리고 팀 쿡 CEO가 무대에 오릅니다. 여느때 키노트를 위해 무대에 오르는 팀 쿡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면서도 톤이 다소 높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만 들어도 좋다. 우리는 매일 그를 생각하고 있다. 오늘 행사를 준비하면서 그의 삶에 대한 영구적인 철학을 살릴 수 있어서 기쁘다. 그에게 이 극장을 바친다.”


스티브 잡스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가 잊혀지지 않도록 활동하는 팀 쿡도 분명 멋진 사람입니다. 짤막한 극장에 대한 이야기는 존중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애플 파크는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또한 스티브 잡스 극장은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공개되기에 적절했습니다. 단순히 ‘예쁜 건물’, ‘특이한 구조’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 건물이 스티브 잡스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고, 이번 출장길에 가장 설레이게 했던 것은 신제품이 아니라 신 사옥, ‘애플파크’였습니다. ‘Let’s meet at our place’라는 문구가 적힌 행사 초대장도 한 몫을 했지요. 사진을 통해, 혹은 아주 먼 곳에서 공사장만 보던 게 몇 년 전인데 이제 완공을 눈 앞에 두고 행사를 열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 공간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애플파크는 쿠퍼티노의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루프로 부르는 기존 사옥과 멀지 않습니다. 12일 아침, 막히는 101번 고속도로를 달려 애플파크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는 캘리포니아의 날씨 중에서도 손꼽히게 예뻤고 아침에는 그리 덥지도 않았습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애플 파크 입구에는 방문객 센터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의 사옥은 마치 관광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애플은 아예 입구에 방문객 센터를 만들고 리테일 스토어와 체험 존, 카페, 그리고 사옥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2층 공간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스티브 잡스 극장은 우리가 흔히 UFO로 부르는 본관 건물과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있습니다. 저 멀리로 애플파크 본관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건물 사이는 얕은 야산처럼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영락없는 공원입니다. 5분 정도 슬슬 걸어서 올라가니 한 눈에 봐도 애플이 요즘 짓는 형태의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얕고 편평한 지붕과 시야를 가리지 않는 통유리벽으로 둘러 싸인 이 건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 극장입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건축을 잘 몰라도 한 눈에 봐도 요즘 짓는 애플스토어와 디자인의 일관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자연 채광을 중요하게 여기고, 통풍을 위해 문을 곳곳에 마련해 둡니다. 1층은 현재 특별히 뭔가가 채워지진 않았습니다. 실제 극장은 아래 층에 있습니다. 계단을 돌아서 내려가면 아래에 다시 널찍한 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핸즈온 공간으로 쓰이는 곳입니다.


그리고 극장으로 들어섭니다. 여느 극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기울어진 계단에 의자들이 놓여 있습니다. 자리도 꽤 편하고, 자리마다 콘센트도 있습니다. 자리가 채워지고 키노트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팀 쿡 CEO는 아이폰X과 함께 앞으로의 10년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애플의 키노트를 하나의 뮤지컬 공연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날 키노트는 모든 것이 꽤나 극적이었습니다. 이는 키노트 뒤에 으레 이어지는 핸즈 온까지 이어집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키노트를 마치고 나오니 아까의 빈 공간이 제품들로 채워졌습니다. 핸즈 온 공간입니다. 이때가 오후 12시였는데 아까 내려온 계단쪽으로 강한 햇빛이 내리쬡니다. 지하 공간이지만 햇빛이 들어와 자연채광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겁니다. 바닥과 벽을 반사율 높은 흰 소재로 만든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큰 조명 없이도 반사되는 자연의 조명으로 인해 환하게 비춰졌습니다. 애플파크는 이처럼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될 뿐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주는 빛과 열, 바람을 적절히 이용하는 구조지요.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4시간여의 치열한 시간이 끝나고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던 애플 파크도 후끈한 캘리포니아의 한낮 열기가 오릅니다. 굳이 애플 팬보이가 아니더라도 이 회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면 누구라도 조금씩 다르지만 묘한 뒷맛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팀 쿡 CEO는 키노트의 마지막도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갈 곳으로 스케이트한다(I skate to where the puck is going to be, not where it has been.)’는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꺼내 놓으면서 이 말을 했지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말은 여전히 애플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 날 키노트는 장소부터 제품, 내용까지 일관된 한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없고, 팀 쿡의 애플이 왔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지만 애플이 꺼내 놓는 제품은 누구 한 명의 결과물은 아닙니다. 신화적인 의미로서의 스티브 잡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와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 곳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말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군요.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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