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카드뉴스] 기면증, 이젠 그만 깨고 싶다

통합검색

[카드뉴스] 기면증, 이젠 그만 깨고 싶다

2017.09.17 15:30


기면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잠에 빠지는 질환입니다. 누구나 잠을 이기지 못해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데, 그냥 졸린 것과 기면증은 어떻게 다른 걸까요?


“기면증 환자가 졸린 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치 평생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채로 사는 것과 같습니다.” - 수면의학 전문가 신홍범 코모키수면의원 원장


기면증은 순식간에 잠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낮잠 검사를 했을 때 8분 이내에 잠들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습니다. 기면증 환자는 얕은 잠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꿈꾸는 잠 단계인 렘(REM) 수면에 빠집니다. 온 몸의 근육에서 힘이 빠진 렘 수면 단계에서 갑자기 잠이 깨는 ‘가위눌림’도 자주 겪습니다.


“각성을 흰 돌, 수면을 검은 돌이라고 했을 때 색깔별로 모아 놓은 게 정상인의 수면 패턴입니다. 하지만 흰 돌, 검은 돌이 서로 섞여 있는 게 기면증 환자지요.”


낮에 수시로 자는 바람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밤에 잠이 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도 정상인보다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정작 밤에는 불면증상이 있습니다.


“졸린 증상 때문에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영화나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길을 걷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잠을 자지는 않으니까 기면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환자가 사각지대에 있어요.”
긴장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할 때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은 가장 잘 알려진 기면증의 특징이지만 의외로 탈력발작을 겪는 환자는 드뭅니다.


기면증은 각성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이 만들어지는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체가 정상인보다 현격히 부족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기면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증후군이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이 분명한 ‘질환’ 입니다”
기면증은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면역계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파괴해서 기면증에 걸리는 것입니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신종플루 백신을 맞은 청소년의 기면증 발병률이 급증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백신에 이상이 있어서 면역계에 교란이 일어났지요. 면역계 이상과 기면증의 상관관계를 시사한 사건이었습니다.”


기면증은 주로 청소년기에 처음 발병합니다. 감기 등의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사춘기에 급변하는 뇌 조직과 구조 때문에 엉뚱하게도 뇌의 특정 부위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기면증은 유전되지만, 환경 요인이 더 중요합니다. 선천적으로 하이포크레틴 세포체가 적어도 졸린 증상이 없으면 기면증이 아니지만,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세포체 수가 훨씬 줄어들면 기면증에 걸릴 수 있습니다.


기면증은 발병 초기 면역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다 파괴하기 전에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억제제로 면역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기면증 자체가 통증이나 합병증을 유발하지 않고 졸음이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단이 늦으면 졸음에 시달려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활동량이 부족해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특히 하이포크레틴은 식욕을 조절하기도 해 기면증 환자는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갑자기 심각하게 졸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발병한 지 수 년이 지나 세포체가 모두 죽으면 면역치료는 불가능합니다.


기면증 치료제로 도파민, 세로토닌, 히스타민 같은 각성물질이 분비되도록 돕는 약물인 ‘모다피닐’이 있습니다. 매일 약을 챙겨만 먹어도 졸리지 않은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 참고: 과학동아 2013년 12월호 ‘이젠 그만 깨고 싶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1 + 10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