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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 “얽매이지 않고, 머물지 않는다” 과학기술정책 팟캐스트 ‘과정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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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14일 18:00 프린트하기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글은 대개 화려합니다. 새로운 발견과 개발을 주도한 학자의 이야기는 언뜻 영웅 서사를 연상하게도 하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뤄지지 않고 묻히는 과학이나 사람 이야기는 없을까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과학 주변부를 살펴봅니다.

 

 

두 청년은 꿈이 야무졌다. “(우리가 만들면) 사람들이 밥 먹을 때도 막 화제 삼을 정도로 대중적인 콘텐츠가 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엄청 유명해지고 떼돈도 벌고. ‘지대넓얕’ 같이….”

 

과학 팟캐스트를 처음 녹음하며 품은 기대라고 했다. “근데 현실은….” 둘은 서로 외면했다. 괜히 ‘과학’과 ‘정책’ 탓을 했다. “저희 방송이 두 단어를 내걸고 있는데, 솔직히 둘 다 대중적인 단어는 아니잖아요.”

 

이 말이 자책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척박한 과학 팟캐스트 분야에서 제법 '성공'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매체나 책을 내는 사람들이 ‘소개를 부탁할 곳’으로 꼽곤 하는 매체. 정책 관련 대중 행사를 할 때 사회자 섭외 1순위인 진행자. 두 청년의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과정남)’의 위상이다.

 

 

팟캐스트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과정남)'의 진행자 박대인(왼쪽), 정한별 씨를 9월 13일, 박 씨가 근무하는 스타트업 '비플렉스'가 위치한 대전 KAIST 문지캠퍼스에서 만났다. 환하게 웃는 표정은, 그들의 팟캐스트를 들은 사람이라면 다 궁금해했을 것이다. - 윤신영 제공

‘과정남’은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던 20대 대학원생 박대인(웨어러블 디바이스 스타트업 ‘비플렉스’ 공동창업자,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휴학중), 정한별 씨(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가 2014년 4월 시작한 팟캐스트다. 과학기술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다양한 현장 연구자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환경, 교육 등 과학과 관련한 국내외 정책도 자료를 기반으로 꼼꼼히 비평한다.

 

개국(?) 축하 방송 같은 것은 없었다. 녹음기 하나 준비해서, 두 남자가 빈 세미나실에 마주 앉아, 그 흔한 오프닝 시그널 하나 없이 머뭇머뭇 대화를 나눈 게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력 통계를 찬찬히 훑어내고, 말이 막히면 마치 떠넘기듯 상대방에게 예정 없던 질문을 툭 던지며 거칠거칠한 첫 화를 녹음해 냈다(그렇다. 둘은 당시 별로 친하지 않았다). 이후, 만 3년이 훌쩍 지나는 사이에 156화까지 방송을 이어갔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것도 아닌데, ‘결방’은 거의 없었다. 매주 금요일이면 부스럭부스럭 자료를 준비했고, 저녁이 되면 녹음했다. 남들의 ‘불타는 금요일’이 이들에게는 ‘목타는 금요일’이 됐다.

 

그렇다고 대단히 힘겹게, 의무감에 사로잡혀 한 것은 아니다. 정한별 씨는 “얽매이지 않고, 그냥 당연한 듯이 한다”고 말했다. “우리를 156회까지 이끈 건 관성”이라고도 스스럼없이 밝혔다. 관성이라면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사람도 많지만, 이들은 시쳇말로 ‘쿨했다’. “일상화됐다는 거니까요. 신경 많이 써야 하는 힘든 취미인데, 그래도 꼬박꼬박 하게 만드니까.”(박대인)

 

그 사이에 54명의 이름 없는 청년 과학기술자들을 발굴해 출연시켰고 32명의 전문가들과 ‘콜라보’ 형식으로 함께 대화를 나눴다. 유명한 사람은 오히려 들이지 않았다. 최대한 현장 속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 아직 이름 한 번 크게 난 적 없는 젊은 학생과 신진과학자들과 만났다. 전문가들 중에는 제법 이름이 난 과학기술자가 보였지만, 그들 역시 대부분 화려한 업적 때문이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할 말은 하는 소신 때문에 출연했다. 초대손님이 없을 때도 두 남자는 조용한 세미나실에 녹음기 하나 올려두고 준비해온 자료로 묵묵히 대화를 이어갔다.

 

인터뷰는 시종일관 쿨하고 자유로웠다. 질문과 답이 다 그랬다. 취미로 하나의 매체를 만든 청년들은 자신들의 성과에 얽매이는 일이 없었고, 그래서 산뜻했다.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과정남) 팟빵 화면. -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과정남) 팟빵 화면. - '팟빵' 화면 갈무리 제공


Q. 156화라니 대단하다. 이 정도 분량을 끌고 오려면 소재 압박도 있을텐데.
둘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며 정한다. 이젠 어떤 사안이 터지면 “이런 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곤 한다. 참고로 무슨 일이 터진다고 바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우리 분야에서는 일이 생기고 한두 달은 지나야 전말이 보인다. 그때 천천히 정리한다. 예를 들어 창조과학자가 장관이 되려는 문제 같은 것.

 

Q. 많은 사람이 듣지 않나? 얼마나 듣나?
매년 성장했는데, 올해의 경우 많을 때엔 월 다운로드 횟수가 2만 7000건 가까이 되기도 했다. 한 해 한 해 다르다. (한별 씨가 나중에 보내준 통계를 보니 첫 해엔 월 수백 건에 불과했던 다운로드 횟수가 올해는 모두 1만~2만 단위를 넘기고 있었다.) 선호도를 보면 아무래도 초대손님이 있는 인터뷰가 인기가 좋고, 우리 둘이 이야기하는 정책 에피소드는 상대적으로 손을 덜 탄다. 구독자 인구 통계를 받아볼 수 없어 누가 듣는지 세세한 면면은 모른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독하는 6000명을 보면 하나 같이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이다. ‘덕후’ 같은 핵심 지지층은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오프라인에서 보면 정작 팟캐스트는 전혀 듣지 않는데 우리를 알고 지지해주는 사람도 많다. 뭘까? (웃음)

 

Q. 관심 주제가 따로 있나? 최근 이공계 성폭력 관련 특집을 마련하는 등 여성과 청년 과학기술자 문제가 자주 눈에 띈다.
아무래도 신진연구자, 포닥, 청년연구자가 많다. 하지만 처음부터 청년에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유명 과학자는 관심 없고, 열심히 하는 분들 중에 우리 또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돼 우연히 그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기에 드라마 ‘미생’이 유행하면서 과학기술계의 미생을 이야기해보자, 그런 생각도 있었다. 샐러리맨 이야기처럼 우리도 유명인 말고 일반적인 사람 이야기를 다뤄보자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청년 비중이 늘었다.

 

여성은… 이건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우리도 무명이라 인터뷰이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지인을 동원했는데, 문제는 우리 둘 다 공대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알지 않나, ‘아는 형의 주변 사람’ 이런 식으로 구했더니 남성만 잔뜩 나오게 된 거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여성을 섭외하려 노력했다. 참고로 우리는 여성이나 청년을 주로 다룬다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똑 같이 ‘과학기술인’을 다룰 뿐이다.

 

Q. 재정적인 면은 어떻게 해결하나. 후원은 없었나?
후원…? (어리둥절한 표정)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 통해 한 번인가 들어온 적 있다. 1000원이었나… (물어봐서 미안했다) 우린 돈 벌려 시작한 일이 아니다. 돈을 낼 의향이 있는 분은 다른 더 좋은 데가 많다. 거기에 하시면 좋겠다.

 

Q. 쿨한 척이다. 아까는 처음 시작하며 인기도 얻고 돈도 막 들어올 줄 알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농담이지. 아, 후원은 아닌데 정부지원 사업 같은 데에 응모해 보라는 조언을 해주는 분도 있었다. 하지만 안했지. 우린 어디에도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다. 돈을 벌지 않는 대신 하나도 걸려 있는 게 없다. 자유롭다. 그게 정체성이다. 돈은 오히려 쓰고 있다.

 

Q. 돈을 쓴다고?
출연진에게 커피는 한 잔 사드리니까. 다른 드릴 것은 없고…. 아, 배고플 시간이면 샌드위치도 사드린다.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과정남)'의 박대인, 정한별 씨. - 윤신영 제공

Q. 지금 인터뷰도 그렇지만, 두 사람은 꽤 말을 잘 하고 소위 ‘합’이 잘 맞는다. 원래 친했나?
(정한별) 딱히… 대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심지어 방송 시작할 때까진 친하지도 않았다. 우연히 몇 명이 팟캐스트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인이 형이 다음날 전화해서 다짜고짜 “하자!”라고 했다. 놀랐다. 친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의기투합해 만났는데, 만나서 더 놀랐다.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난 또 오래 생각하고 준비해 온 줄 알았지.


(박대인) 둘이 성격이 이렇게 다르다. 난 좀 즉흥적이고, 한별인 차분하다.
(정한별) 아무튼 그래서 만나 두어 달 준비를 했다. 녹음도 처음 해보고 어느 플랫폼을 쓸지도 궁리해 보고. 난 이런 건 다 준비된 줄 알고 한다고 했는데….

 

Q. 3년 동안 꽤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초대 손님 중 시쳇말로 ‘말빨’이 너무 세서 힘들었다 하는 사람, 있나?
(둘이 마주 보며) 딱히….

 

Q. 역시 두 사람이 말을 잘 해서인가.
글쎄. 과정남은 출연자를 비판하거나 따지며 논쟁하는 팟캐스트가 아니다. 오히려 맞장구치며 출연자가 이야기를 더 잘 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면에서 특별히 우리가 난처했던 경우는 없었다.

 

Q. 두 사람은 대외활동도 종종 한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모임(ESC)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행사 사회도 많이 본다.
의미가 있는 활동은 간다. 그런데 갈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생각보다 나이가 젊다는 말이다. 왜 그러지?

 

Q. 대한민국에서 ‘정책’의 이미지가 어떤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뭔가 연륜 있는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은 분야... 이 말은 정책이라는 게 그만큼 젊은 사람들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가능한 이야기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을까?
(정한별) 150여 개 올린 게 많아 보여도, 진짜 많이 한 분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당분간은 편 수를 쌓아가며 쭉 가는 게 목표다.


(박대인) 이건 좀 욕심 나는 목표인데. 구술사를 수집한 저장소(아카이브)가 한국엔 별로 없다. 나는 우리가 현시대를 사는, 이런 저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걸 연구에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따로 청년 과학자를 인터뷰할 수 없을 때 우리 방송을 인용하는 거다. 거기에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으니까.

 

Q. 마지막으로 전공인 과학기술정책 분야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
(정한별) 우리가 하는 방식은 실제 정책에 끼어들기 힘들다. 정책은 ‘조감도(버드아이뷰)’ 같다. 예를 들어, 우리와 함께 한 수많은 청년, 여성, 신진과학자의 이야기는 정책 동네에 가면 ‘인력양성정책’이라는 한 마디로 말로 뭉뚱그려진다. 과학자는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다. 여러 개의 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존재인데, 지금의 프레임으로는 그냥 ‘인력’이라는 숫자로 퉁친다.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하는 일이, 비록 영세하지만 이런 한계를 이기고 한 명 한 명을 ‘개인’으로 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박대인) 그게 우리가 인터뷰에서 연구 이야기 말고 개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이유다. 어떻게 이런 분야에 빠지게 됐는지 등등. 이게 정책을 이야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 *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었다. 어색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거기까지는 대다수 인터뷰이가 그러니 그러려니 했다. 마지막으로 방송하는 모습을 못 본 게 아쉬워 녹음 때 찍은 사진이 있으면 달라고 부탁했다. 답은 예상대로였다.
“녹음 때 사진이요? 우리 둘이요? 그런 걸 왜 찍어요?”
둘이 파안하며 웃었다. 팟캐스트를 들은 사람이라면 궁금해 했을 그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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