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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학문화 소외계층의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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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과학문화 소외계층의 울타리

2017.09.19 17:00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지역자치단체가 공동 지원하는 ‘생활과학교실’의 운영실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생활과학교실은 지역 생활권 내 주민자치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에 개설되는 과학교실로 전체 프로그램의 60% 이상이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과학교실’로 운영된다. 내달이면 5개월 간의 분석 결과가 나온다.

  
앞서 2008년과 2009년, 2011년에도 생활과학교실 운영 실태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참가자의 과학흥미도 변화 등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를 찾는 데 집중한 모양새다. 지역 간 격차나 세부 프로그램별 격차, 소외계층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나눔과학교실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3배가량 늘었지만, 6년 여 만에 수행하는 이번 연구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어느 지역 학생들은 분명 더 이상 나눔과학교실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됐음에도, 전체 수혜자 수가 늘었고 참가자 만족도가 높았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은 그대로 외면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상 프로그램인 ‘창의과학교실’과의 격차도 두드러진다. 지원된 예산 안에서 나눔과학교실의 재료구입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이 참가자 1인당 최대 5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생활에서 누구나 쉽게 첨단과학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지만 5000원으로 할 수 있는 과학체험 활동은 유리병과 고무마개를 이용한 구름발생 실험, 미니 진동카 만들기 같은 것들이 전부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소프트웨어(SW) 코딩교육 키트 ‘아두이노’는 시중에서 2만 원대에 판매된다.
 

☞관련 기사: [과학체험도 부익부빈익빈 上] 소외계층 위한 프로그램, 예산은 대도시에 집중?

☞관련 기사: [과학체험도 부익부빈익빈 下] 과학문화 행사 곳곳에 널렸지만… 문제는 접근성

 
세심한 고민과 배려 없이는 소외계층 대상 과학문화 프로그램이 자칫 참가자들에게 수혜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나눔과학교실뿐만 아니라 이런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내걸고 홍보하기 때문이다. 소외계층이라는 점을 증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창의재단이 소외계층의 중·고등학생들 중 과학영재를 발굴해 지원하는 ‘사다리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기관의 사회 공헌과 좋은 취지의 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낙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경우, 3년 단위의 장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과학 인재의 계층 폭을 넓히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과학 교육이 실질적으로 계층간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참가자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일부 과학문화 프로그램의 경우 참가자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소수인종 등 소외계층에 배정해 지원하기도 한다. 굳이 소외계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소외계층을 울타리 안으로 들여 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그 울타리를 허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의 성과를 앞세우기 보다 소외계층의 입장에서 실태를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 예산 부족이 모든 한계를 정당화 해 줄 수는 없다. 한정된 예산을 활용해 본연의 목적에 맞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꿈을 키워 줄 과학체험에서만큼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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