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고3, 직접 미국 메이커페어에 가다!

통합검색

고3, 직접 미국 메이커페어에 가다!

2017.09.20 11:36

‘우리나라에서 고등학생이, 그것도 고3이 메이커 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기우였다. 의지만 있다면 고3도, 부모님의 우려도 메이커 활동을 막을 순 없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을 지혜롭게 먼저 잘 정리한 학생들에게만 통하는 이야기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낸 학생들이 있어 만나봤다.

 

● 인생에서 고3도, ‘메이커페어 베이에어리어 2017’도 한 번 뿐!

 

지난 5월 17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는 메이커페어(Maker Faire)가 열렸다. 이 메이커페어는 2006년 미국 메이커 전문 잡지 ‘메이크(MAKE)’ 행사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DIY 행사다. 메이크를 만든 메이크미디어의 설립자 데일 도허티가 처음 개최했다. 지난 11년 동안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중국 등 38개의 나라에서 ‘메이커페어’라는 같은 이름으로 공식 로고를 동일하게 사용한 메이커 행사가 열렸다.

 

그중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열리는 행사는 메이커페어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플래그쉽 메이커페어’로 구분된다. 이번주 금요일인 9월 22일(미국 현지시각 기준)부터 24일까지 미국 뉴욕에서도 플래그쉽 메이커페어인 ‘메이커페어 뉴욕 2017’이 열린다. 다가오는 10월 22~23일 이틀 동안 서울혁신파크에서 ‘메이커페어 서울 2017’도 열릴 예정이다.

 

임재석(영등포고 2년) 학생이 직접 찍어온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메이커페어 현장 모습. - 임재석 제공
임재석(영등포고 2년) 학생이 직접 찍어온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 메이커페어 현장 모습. - 임재석 제공

그런데 메이커페어 중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규모도 큰 메이커페어 베이에어리어 2017 행사에 다녀온 고3 학생들이 있다. 서울 영등포고 김주현 기술교사가 큰 결심을 하고, 2-3학년 학생들 중 지원자를 받아 각자 비용을 들여 미국을 다녀온 것이다. 일정을 함께한 고3 학생이 모두 6명이었다.

 

고3이라는 신분을 잊은 채, 용기있게 미국 메이커페어에 다녀온 영등포고 3학년 학생들. 맨 왼쪽부터 엄희준, 이건모, 최상원 학생, - 염지현 제공
고3이라는 신분을 잊은 채, 용기있게 미국 메이커페어에 다녀온 영등포고 3학년 학생들. 맨 왼쪽부터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엄희준, 이건모, 최상원 학생, 김주현 교사 모습. - 염지현 제공

운좋게도 학생들이 이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에 초대됐다. 워낙 큰 규모의 행사를 보고 경험하고 돌아온 터라 함께 미국에 다녀온 학생들끼리도 각자가 보고, 느끼고, 기록한 결과물이 달랐다.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메이커 활동을 이어왔다는 이건모(영등포고 3년) 학생에게 고3의 메이커 활동과 고3의 미국 메이커페어 참석, 어떻게 용기를 낸 건지 물었다.

 

“제 꿈은 IT 기업 CEO가 되는 거예요.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나 IT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메이커 활동을 시작했어요. 김주현 선생님을 만나 1학년 때부터 메이커 관련 다양한 교내외 행사에 참여했어요. 처음엔 무얼 만들어야 할지도 몰랐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게 됐어요. 특히 이번에 미국에 다녀오면서, ‘아, 지금까지 내가 알던 세상은 정말 좁은 세상이었구나’를 느끼게 됐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경험을 통해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됐다는 거예요. 고3도 인생에 한 번 뿐이지만, 2017년에 미국 베이에어리어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도 한 번 뿐이잖아요. 사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이건모(왼쪽) 학생은 꿈이 IT기업의 CEO, 엄희준(오른쪽) 학생은 꿈이 교육공학자라고 말했다. - 염지현 제공
이건모(왼쪽) 학생은 꿈이 IT기업의 CEO, 엄희준(오른쪽) 학생은 꿈이 교육공학자라고 말했다. - 염지현 제공

교육공학자가 꿈이라는 엄희준(영등포고 3년) 학생에게도 물었다. 고3의 특별한 활동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말이다.

 

“아마 여기 모인 친구들 중에는 저 혼자 문과일 거예요. 저는 교육공학자 또는 교육의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문과를 택했고, 지금 그 꿈을 쫓고 있어요. 1, 2학년 때는 막연히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우연한 기회에 메이커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정리됐어요. 메이킹처럼 나이 제한없이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몸으로, 눈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최근 메이커페어의 꽃이라고 불리는 ‘멘토스×콜라’ 퍼포먼스. - 한규범 제공
최근 메이커페어의 꽃이라고 불리는 ‘멘토스×콜라’ 퍼포먼스. - 한규범 제공

이번 메이커페어에서 7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몇백 명 앞에서 자기 작품을 발표하는 걸 봤어요. 진짜 얼마나 확신에 찼는지 떨지도 않아요.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어요. 지금은 저 역시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제도 속에서 공부를 해야하지만, 제가 미래에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세상이 바뀌어있을 거라 믿어요. 그리고 진짜 행운인 건 부모님께서 이런 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으시고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신다는 점이에요.”

 

● 반드시 ‘다음’과 ‘내년’을 기약하는 메이커페어 

 

김주현 선생님과 함께 메이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영등포고 학생들 모습. 김 교사는 각자가 ‘리더’로 설 수 있는 메이커 활동을 이끌 때, 철저하게 성적은 배제한다고 말했다. - 염지현 제공
김주현 선생님과 함께 메이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영등포고 학생들 모습. 김 교사는 각자가 ‘리더’로 설 수 있는 메이커 활동을 이끌 때, 철저하게 성적은 배제한다고 말했다. - 염지현 제공

 

김주현 교사는 학교에서 메이커 동아리 ‘NEXT TECH’와 ‘CyCLOnE’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메이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술실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동아리 회원 외에도 관련 궁금증이 생기면 누구나 기술실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직접 자기가 원하는 메이커 활동을 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기술실은 늘 학생들로 북적인다. 다른 교실 현장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생기 넘치고 활기찬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 교사가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 우리 동아리에 소속된 한 친구의 부모님으로부터 기분 좋은 연락을 받았어요. 그 친구가 저같은 ‘기술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대요. 한 번도 제 앞에서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아서(남자끼리 쑥스럽게 무슨)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어쨌든 제가 하는 이런 활동이나 본인이 경험한 이런 일상들이 자극이 됐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기쁘더라고요!”

 

수능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 물론 고3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변함없이 기술실로 찾아와 돕는다(관련 기사 ☞ [메이커 인 스쿨] 구급차가 어느 차선으로 달려오는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그리고는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다음을 기약한다. 지난 봄 직접 미국 메이커페어에 다녀오면서 동기부여가 된 뒤로 학생들은 물론 김 교사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저희는 빠르면 이번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메이커페어 심천이나, 내년 봄에 열리는 미국 메이커페어 베이에어리어에 다시 참가하려고요. 여건이 되면 부스 운영을 직접해 보고 싶고, 시간이 부족하면 관람객으로라도 다녀올 거예요. 교사인 저도 ‘메이커 교육을 해야하는 이유’나 ‘영어공부를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거든요.”

 

반드시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는 메이커페어 체험. ‘그럼 나도 한 번?’ 마음이 든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곧 10월에는 서울, 11월에는 중국 등 가까운 곳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7 + 8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