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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팩트체크] 주변에 동성애자 있으면 동성애자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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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5일 17:00 프린트하기

동성애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동성애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이 정치권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동성애가 무엇이기에 지지와 반대의 대상이 되는 걸까. 일부의 주장대로 동성애는 병이며 치료 가능한 걸까. 동성애는 유전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걸까 아니면 환경의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들을 점검해봤다.

 

 

GIB 제공
GIB 제공

 

1. 동성애는 병일까? - No


이미 전문가 사이에서 오래 전에 결론이 난 문제로 논란의 여지가 아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74년, 전세계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질환 진단을 할 때 기준 역할을 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개정2판 6쇄에서 성적지향 항목을 완전히 삭제했다. 약 25년 뒤 이 사실을 회고한 미국의학회지(JAMA) 기사는 “여러 연구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지향에 만족하고 있으며 사회적 역할과 관련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질병 및 관련 건강문제의 국제통계분류 10차 개정판(ICD-10)’에서 “(동성애나 이성애 등) 성적지향 자체는 장애로 간주되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2010년판 F66 항목).


일부 사람들이 성적지향을 병으로 간주해 치료하자고 주장하며 “동성애자도 자신의 성적지향에 괴로워하며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이 주장과 관련이 있는 것은 성적지향이 아니라, ‘자아이질적 성적지향(Ego-dystonic sexual orientation)’이다. 성적지향이 자신이 바라는 방향과 맞지 않아 성적지향을 바꾸길 원한다는 뜻으로, 동성애를 질환에서 삭제한 DSM도 이 항목만큼은 한동안 유지하다 논란 끝에 1987년 삭제했다. ICD는 F66 목록 아래에 아직 이 항목을 유지하고 있지만, 위에 설명했듯 ‘성적지향 자체는 병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자아이질적 성적지향에서도 동성애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이성애자도 느낄 수 있는 장애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성애자에게 불편을 느끼게 하는 사회가 아니었다면 전혀 느끼지 않았을 불편을 전적으로 동성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성적지향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막 알아챈 청소년의 경우 큰 혼란과 함께 건강 상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동성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적 시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소아과학회지의 2004년 논문 ‘성적지향과 청소년’은 “성적지향이 이성애가 아닌 청소년들은 육체, 감정, 사회건강 측면에서 취약하다. 이는 일차적으로 고립으로 귀결되는 사회적 낙인 때문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2. 인위적으로 성적지향을 바꿀 수도 있을까? - No


성적지향은 선택할 수 없고, 따라서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이클 베일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뇌과학자, 의사, 역사학자 등과 함께 지난해에 학술지 ‘공익을 위한 심리과학’ 지에 성적지향에 대한 57쪽짜리 방대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다. 성적지향을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연구팀은 “성적지향은 성적욕망의 패턴인데, 성적욕망은 선택할 수 없다”며 “질문 자체가 잘못돼 있다(flawed)”고 결론 내렸다.


성적지향이 병이라는 가정 하에 ‘전환치료(conversion therapy)’ 또는 ‘성적지향 전환시도(SOCE)’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성적지향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미국정신의학회나 미국심리학회 등 대부분의 심리, 정신의학 관련 학회가 과학적 근거와 효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심리학회는 2009년 발표한 ‘성적지향 억압과 전환시도에 대한 적절하고 확고한 응답”이라는 성명에서 “심리학은 경험적 데이터에 기반한 입증된 과학적 방법에 기반해야 한다”며 “태스크포스를 꾸려 SOCE에 대한 연구를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관련 시도는 효과가 없거나 불분명했고, SOCE를 받는 개인의 안전성이 매우 취약했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이 주제를 다룬 논문 대부분은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베일리 교수팀에 따르면, 특히 자기 진술 방식으로 성적지향의 변화를 보고한 논문들의 경우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편향(효과가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편향) 등의 영향으로 결과의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 성적지향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대부분은 성적지향이 아니라 성적지향 정체성(sexual orientation identity)을 바꾼 경우다. 성적지향 정체성은 자신이 누구에게 끌린다고 ‘생각하는지’를 가리키는 단어로, 실제 성적지향과는 다를 수 있다.

 

 

1991년 동성애 남성의 뇌가 이성애 남성보다 이성애 여성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 동성애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사이먼 르베이 박사. - Larry D. Moore 제공
1991년 동성애 남성의 뇌가 이성애 남성보다 이성애 여성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혀 동성애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사이먼 르베이 박사. - Larry D. Moore 제공


3. 동성애는 유전적으로 타고날까, 환경적으로 만들어질까? - 논란 중


해묵은 질문이지만, 아직 과학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전의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100% 유전 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유전과 환경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섞여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환경 때문이라고 해서 사회적 영향 즉 주변인의 영향에 의해 동성애가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형제 중 태어난 순서처럼 비사회적 요인도 환경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유전의 영향을 밝히기 위해 과학자들은 쌍둥이를 연구했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와 절반만 같은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성적지향을 비교해 보면 유전 여부를 알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일란성 쌍둥이가 워낙 적은데다 그 가운데 동성애를 보이는 경우는 더욱 적기에 표본 수가 많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베일리 교수팀이 비교적 신뢰할 만한 쌍둥이 동성애 연구 12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란성 쌍둥이가 둘 다 동성애일 경우가 적게는 약 20%대에서 많게는 100%까지 다양했다. 이란성일 경우는 그보다 낮아서 0~20%대였다.


직접 관련 유전자를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1993년 ‘사이언스’에 발표되며 유명해진 일명 ‘동성애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형제가 동성애자였던 집안의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X염색체의 Xq28라고 이름 붙인 긴 유전자 밀집 영역(유전자 표지)가 발견돼 이런 별명을 얻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딘 헤이머 미국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동성애자 남성의 모계 집안에 역시 남성 동성애자가 많은 경향이 있음을 밝혔는데, 이 역시 Xq28이 X 염색체에 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었다. 헤이머 박사의 연구는 비교적 소수인 38쌍의 게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공격을 받았는데, 2014년 앨런 샌더스 미국 노스쇼어대 보건시스템연구소 정신의학및행동과학과 교수팀이 409쌍의 게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샌더스 교수팀은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연구했다. Xq28에 포함되는 특정 SNP가 X 염색체 및 8번 염색체에서 발견됐다) 어느 정도 인정 받는 분위기다.


그밖에 동물을 대상으로 암컷의 동성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2010년 박찬규 KAIST 교수팀은 쥐의 FucM 유전자를 연구해 ‘BMC 유전학’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를 제거한 암컷 쥐는 마치 수컷 쥐와 비슷한 성적 행동을 보였다. 동성애 유전자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호르몬 차이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뇌 구조 차이에 주목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성호르몬을 방출하는 데 관여하는 시상하부의 특정 부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1991년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사이먼 르베이 미국 솔크연구소 교수는 여성과 이성애자 남성, 그리고 동성애자 남성을 대상으로 시상하부 중 INAH라고 불리는 부위들의 크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다른 부위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INAH3이라는 부위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 남성보다 두 배 이상 컸다. 하지만 2001년 윌리엄 바인 미국 마운트시나이의대 교수팀이 ‘호르몬과 행동’ 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성애자 남성의 INAH3가 동성애자보다 크기는 하지만 안에 있는 신경 세포의 수는 다르지 않았다. 현재 뇌의 구조 차이를 바탕으로 성적지향의 차이를 밝히려는 시도는 약간 주춤한 상태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으로 설명하려는 연구도 있다. 후성유전은 일종의 ‘유전자 사용법’으로, 유전자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고도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할 수 있는 세포 내 메커니즘이다. 2012년 미국국립수학생물합성연구소(NIMBisS) 연구원들은 엄마의 자궁에 있을 때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민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후성유전학적 표지들을 연구했다. 임신 후기에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조절해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완성하는데, 후성유전학을 이용해 이 양을 조절하도록 하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했더니 성적지향이 바뀐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물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한 결과도 있다. 케이시 헨리 미국 미시건주립대 동물학및심리학과 교수팀이 2011년, 레트와 페렛 등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달리 해 봤더니 수컷이 암컷의 성적행동을 하거나 그 반대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나타났다.

 

환경 요인에 대한 연구도 여럿 있다. 일부는 여전히 연구 중이고, 일부는 과학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분위기다. 어린 시절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나빠서 생겼다는 주장은 거의 주류 과학에서는 폐기됐다. 형제로부터의 영향, 동성애자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부모의 영향 때문인지 가정 환경이 불우해서인지 입증할 수 없어 논란 중이다. 그밖에 도시생활, 형제 가운데 태어난 순서,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 등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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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으면 동성애가 늘어날까? - No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단골 주장이다. 동성애를 허용할 경우 사회에 동성애가 만연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우선 성적지향 자체가 선택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후천적으로 바뀐다는 가정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동성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환경이 요인이 개입할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고, 따라서 주변 동성애자의 존재 유무가 후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주장 역시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2013년 7월 학술지 ‘성행동 아카이브’ 온라인판 7월호에는 10대 청소년들이 성적지향성을 결정할 때 가까운 친구로부터 영향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티파니 브레이크필드 미국 로절린프랭클린대 심리학과 교수팀은 1990년대 중반의 미국 국가청소년건강장기연구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7~12학년 학생 9만 118명의 건강 제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자료 중 일부(1만 4738건)에는 구체적으로 사회적 관계와 건강, 성적 관계 등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를 통해 성적지향의 변화 패턴을 추론했다.

 

연구팀은 설문 문항에 있는 성적 지향성 질문을 이용해, 주변 친구나 형제가 이성 또는 동성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 자신 역시 나중에 영향을 받는지 알아봤다. 분석 결과 이성애의 경우 친구로부터 연애감정이나 성적 행동 모두에 영향을 받았다. 10대들이 주변 동료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통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동성애는 달랐다. 친구와 형제 사이 모두 철저히 아무 영향이 없었다.


동성 결혼 역시 주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알렉시스 딘노 미국 포틀랜드주립대 공공보건학과 교수팀은 2013년 6월 ‘미국공공도서관회보(플로스원)’에 발표한 논문에서 “1989~2009년까지 미국 50개 주에의 결혼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동성 결혼 합법화는 이성 사이의 결혼률에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동성애자 단체의 합법화가 줄 영향 역시 연구했는데, 역시 영향은 거의 0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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