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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나고야의정서 가이드④] 국내 자생생물로 대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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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나고야의정서 가이드④] 국내 자생생물로 대체 가능할까

2017.09.21 18:30

※편집자 주: 8월 17일 한국에서도 해외의 생물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을 활용할 때 관련 법률에 따라 자원 제공국의 사전허가를 받고, 이익도 공유하도록 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습니다. 이에 동아사이언스는 실제 연구 현장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하는 연구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 위해 ‘연구자 나고야 의정서 가이드’를 연재합니다.
 
국제 공동연구도 사전허가 필요할까
기초연구와 상업화 연구, 똑같이 적용될까
전통지식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국내 자생생물로 대체 가능할까
 
☞관련 기사: 17일 한국에서도 ‘나고야의정서’ 발효…“연구 현장에도 타격 예상”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S 박사는 연구소 인근에서 등산을 하던 중 흔히 볼 수 없었던 식물을 발견했다. 소량의 샘플을 채취해 연구실로 가져왔고, 이를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증식시켰다. 몇 개월 뒤 S 박사는 이 식물을 활용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회에서 발표했다. 그런데 학회에 참석한 한 중국인이 연구에 활용한 식물이 중국의 고유 식물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정부에 신고를 하겠다고 했다.
 


언뜻 보면 별 문제가 없는 일에 괜한 시비가 걸린 것 같지만,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현재 상황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당장 S 박사는 억울할 것이다. 해외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불법으로 채취해 온 것도 아니고, 연구소 인근 산에서 캐온 식물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국내에서 자생하고 있는 생물 유전자원이라도 특정 나고야의정서 비준국의 고유식물이라면 국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고유식물은 인위적으로 옮기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고유식물은 오래 전부터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서만 자라온 식물로, 고유식물에는 반드시 지명이나 국가명 등이 따른다.
 
장영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장은 “국내 자생 식물이라고 해도 한국에서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된 이후에 누군가가 해외(나고야의정서 비준국)에서 가져와 심었다는 사실을 해당 국가가 입증할 수 있다면, 사전 신고 및 허가 없이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한 셈이 된다”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한국 측도 또 다른 증거를 통해 맞대응을 하거나 협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나고야의정서 비준 상황에서는 생물 유전자원의 출처가 중요하다. 장 센터장은 “발생할 수 있는 국제적 분쟁에 대비해 생물 유전자원의 계통분류학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가령 S 박사는 연구에 활용한 식물의 DNA 염기서열이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이 식물이 중국 고유식물과는 다른 종임을 증명할 수도 있다. 박종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외관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 색, 형태 등 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로 두 식물이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활용해왔던 해외의 생물 유전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자생생물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어떤 화장품의 원료로 썼던 해외 식물의 추출물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생 식물을 찾아낸다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한국이 생물자원 빈국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대체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2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0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통해 내고야의정서 발효에 따른 정부 대응방향(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해외 수입 생물 유전자원 대체할 자생생물 소재를 개발하는 전략도 포함됐다. 중장기 종자개발 전략인 ‘골든시드프로젝트’와 신소재 발굴·사업화 촉진을 위한 ‘농생명소재산업화기술개발사업’ 등을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자원부국과의 공동 연구와 업무협약(MOU) 체결 등을 통해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장 센터장은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고 있지 않은 국가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얻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비준국의 자원 거래가에 맞춰 시장 가격이 함께 상승할 수 있고 국내 법을 이용해 추가적인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생생물을 이용한 대체재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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