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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청소년 열에 아홉은 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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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06일 13:00 프린트하기

한국은 전세계에서 근시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다. 60년 전에는 10~20%에 불 과했던 발병률이 최근에는 80~90%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좀 불편해서 그렇지 안경을 쓰면 되니까. 그러나 근시는 시력 상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10월 12일 ‘세계 시력의 날’을 맞아 근시를 과학적으로 꼼꼼히 따져봤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근시가 있을 확률이 높다. 아마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렇게 쉽게 짐작하는 이유는 근시가 그만큼 흔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19세 남성의 96.5%가 근시라는 통계도 있다(doi:10.1167/iovs.12-10106). 근시는 대부분 태어날 때는 없다가 성장기에 발견된다.

 

근시는 안구가 길어지는 병 근시는 안구가 커지면서 앞뒤로 길쭉해지는 병이다. 이 경우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에 이르기 전에 앞에 맺힌다(➋). 보통 오목렌즈 안경으로 빛의 굴절각을 키워서 상이 망막에 맺히도록 조절한다(➌). - GIB 제공
근시는 안구가 길어지는 병 근시는 안구가 커지면서 앞뒤로 길쭉해지는 병이다. 이 경우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에 이르기 전에 앞에 맺힌다(➋). 보통 오목렌즈 안경으로 빛의 굴절각을 키워서 상이 망막에 맺히도록 조절한다(➌). - GIB 제공

근시가 얼마나 심하면 병일까?


근시는 성장기에 안구가 커지면서 비정상적으로 앞뒤로 길쭉해지는 병이다. 근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실명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장기가 끝나면 안구의 장축이 길어지는 속도도 더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도 근시다. 의학적으로 명확한 기준은 아니지만 보통 렌즈의 굴절력을 나타내는 단위인 디옵터(D)가 -6이 넘으면 고도 근시라고 볼 수 있다.


고도 근시는 성인이 돼서도 눈의 크기가 계속 커진다. 안구 내부는 망막이라는 신경막이 마치 벽지처럼 발라져 있다. 그리고 망막 아래 혈관층(맥락막)이 있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있다. 고도 근시가 계속 진행되면 100마이크로미터(μm·1μm는 100만 분의 1m) 두께의 벽지는 점점 얇아진다. 이것이 찢어지면 시력 상실의 주원인인 망막 박리가 생긴다. 안구가 점점 커지면 혈관층도 얇아진다. 망막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새로운 혈관들이 무작위로 생겨나면서 망막을 뚫고 자란다. 근시성 황반변성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비역적인 현상의 주원인인 고도 근시는 치료 방법이 딱히 없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시력교정수술로도 안구가 커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에 사는 19세 남성 10명 중 9명 이상이 근시라는 통계에서, 9명 중 2명은 고도 근시였다.

 


결국 유전 탓일까?


근시가 유전이라는 가설은 무려 80년 전에 제기됐다. 안과 의사들이 두꺼운 안경을 쓴 자녀의 부모 중에 똑같이 두꺼운 안경을 쓴 부모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부터다. 이런 사람들을 꾸준히 추적 조사한 결과, 고도 근시가 4대에 걸쳐 유전된다는 연구결과가 1950~1960년대에 나왔다.


최근에는 근시를 유발하는 유전자 연구가 활발하다. 2015년에도 ‘APLP2’라는 새로운 유전자가 밝혀졌다(doi:10.1371/journal.pgen.1005432). 안드레이 트캇첸코 미국 컬럼비아대 안과학과 교수팀은 영장류에게 인위적으로 근시를 유발하는 조건을 준 뒤, 근시가 진행된 정도와 유전자 발현 패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러자 APLP2가 많이 발현될수록 근시가 심하고, 적게 발현될수록 심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영국 어린이 3800여 명의 데이터도 분석했다. 유전체 중에서 사람마다 특징적으로 다른 염기서열이 나타나는 단일염기다형성(SNP) 부위를 확인하고, 이것이 근시 발병과 연관이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APLP2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부위에 특이한 SNP가 있는 경우, 8~15세 때 근시가 진행된 속도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빠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밌는 건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어린이는 SNP에 상관없이 근시 진행 속도가 느렸고, 책을 많이 읽는 어린이의 경우 SNP에 따라서 근시 진행 속도가 최대 5배까지 빨라졌다.


트캇첸코 교수는 논문에서 “이런 유전자 변이는 근시의 10%만을 설명할 뿐”이라며 연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근시를 유발하는 유전자는 염색체 상에 약 100개 이상의 영역에 분산돼 있다. 이성진 순천향대 의대 안과 교수는 “밝혀진 근시 유전자는 대부분 고도 근시 가족을 연구해 알아낸 특정 유전자”라며 “이런 유전자들을 전체적으로 조종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정도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GIB 제공
GIB 제공

책, 스마트폰이 원인일까?


최근에는 근시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는 주장이 크게 힘을 얻고 있다. 유전적 원인만으로는 몇 십 년 사이에 발병률이 3~4배로 껑충 뛰는 현상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205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49.8%인 47억5800만 명이 근시이고, 이중 9억3800만 명은 고도 근시로 분류돼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doi:10.1016/j.ophtha.2016.01.006a).


특히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위험하다. 근시를 가진 20세 성인 비율이 60년 전에는 10~20%였는데, 최근에는 80~90%에 육박한다. 미국은 1970년대 25%에서 2004년 42%로 늘었다. 과학자들은 급격한 도시화와 높은 교육열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어린이가 숙제에 투자하는 시간은 1주일 평균 5시간인 데 비해, 중국은 14시간이다.


국내에도 유사한 연구가 있다. 정수경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안과 교수팀이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남성 2만3616명의 근시 발병 여부와 교육 수준을 비교한 결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근시일 확률이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2년제 이상 대학을 다니는 남성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남성보다 근시가 많았다(doi:10.1167/iovs.12-10106).


이것은 책이나 스마트폰을 근거리에서 보는 행위가 근시 발병을 높인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보다가 근거리 사물을 보면 우리 눈 속에서는 조절 작용이 분주하게 일어난다”며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모양체(모양체근)가 수축하면서 망막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물의 거리에 따른 수정체 조절 원리 사물을 가까이 보는 근거리 작업은 근시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사물을 보다가 가까이 보면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이에 맞게 모양체(모양체소대)가 이완하면서 망막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 자료 : MEDART 일러스트 | 동아사이언스 제공
사물의 거리에 따른 수정체 조절 원리 사물을 가까이 보는 근거리 작업은 근시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사물을 보다가 가까이 보면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이에 맞게 모양체(모양체소대)가 이완하면서 망막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 자료 : MEDART, 일러스트 | 동아사이언스 제공

하루 3시간 햇빛을 봐야 한다고?


책이나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 것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15년 ‘근시 대유행(The myopia boom)’이라는 주제의 특집 기사를 통해 요즘 젊은 학생들이 근시가 많은 이유는 실내 생활의 비중이 너무 높아 햇빛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잠깐, 책을 많이 보는 것이 곧 실내 활동이 많은 것과 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을 읽더라도 야외에서 읽는 경우 근시 유병률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예로 밍구앙 헤 호주시력센터 교수팀은 2010년 10월부터 3년 동안 중국 광저우에 있는 초등학교 12곳에서 1학년 어린이 19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6개 학교에서는 하루 40분씩 야외수업을 했고, 나머지 6개 학교에서는 기존에 하던 대로 실내수업을 했다. 3년 뒤 근시가 발병한 어린이 비율은 각각 30%와 40%로 다소 차이가 났다.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2015년 9월 15일자에 실렸다(doi:10.1001/jama.2015.10803).


전문가들은 하루 3시간, 1만 럭스(lux) 이상의 빛을 쪼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빛을 받으면 망막에서 나오는 도파민이 눈의 성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망막 도파민은 일주기성을 가지고 변한다. 낮에는 증가하고 밤에는 줄어든다. 일광의 근시 영향을 연구하는 레이건 애쉬비 호주 캔버라대 건강연구소 박사는 ‘네이처’에 “실내조명이 도파민의 주기를 망가뜨려 안구의 성장을 불규칙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잘 때 끼는 렌즈 효과 있나?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근시(특히 고도 근시)는 비가역적이고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어릴 때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밤에 끼고 있으면 낮 동안 근시 교정 효과를 내는 각막굴절용 교정렌즈, 일명 ‘드림렌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막굴절용 교정렌즈는 각막의 중심부를 납작하게 누르도록 평평한 모양으로 딱딱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각막굴절용 교정렌즈는 착용을 중단하면 결국 원래 근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눈의 성장이 멈출 때까지 꾸준히 렌즈를 껴야하는 것이다. 그나마도 약한 근시에만 적용할 수 있다.


실제 안과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아트로핀 점안 치료가 있다. 수정체와 모양체 조절을 마비시키는 안약을 매일 한 방울씩 눈에 넣는 방법이다. 치료를 받는 중에는 눈이 부실 수 있고, 무엇보다 사물이 잘 안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근시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유전성, 고도 근시와 일반 근시가 다르다?


근시가 얼마나 심하냐에 따라 유전성이 다르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올해 2월에 나왔다. 임형택 연세대 의대 안과 교수팀은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대 간 근시 유전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을 각각 10대 자녀를 둔 가족, 20대 자녀를 둔 가족, 30~45세 자녀를 둔 가족 등 세 그룹으로 나눠, -1디옵터보다 심한 근시와 -5디옵터보다 심한 고도 근시의 유전 상관을 각각 분석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시대를 거친 가족들을 대상으로 자손이 근시일 때 이것이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 때문일 확률을 구했다. 자녀의 수는 각각 2716명, 1211명, 477명이었다
(doi:10.1080/08820538.2017.1284870).


그 결과 일반 근시는 구세대에서 현세대로 올수록 유전적인 영향은 감소하고 환경적인 영향은 증가했다. 교육 수준이나 성별, 소득 수준 등 환경적인 요인이 점점 더 근시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고도 근시의 경우 유전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60% 수준으로 세대에 상관없이 높게 지속됐다.


임 교수는 “경도 근시의 경우 유전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노출되는 환경, 예컨대 근거리 작업 시간과 같은 요인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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