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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 리얼 제모 체험기 “털! 이번 生엔 널 없애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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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08일 13:00 프린트하기

털이 많다는 걸 인식한 사춘기 시절부터 항상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온 제모를 받기로 했다. 서른 살을 맞아 나를 위한 변신, 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싶었다. 털 없이 매끈한 피부를 가진 영화배우 송중기처럼 깔끔하게 변신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 걸, 털의 생존력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GIB 제공
GIB 제공

때는 2007년, 대학교 새내기로 입학해 한창 캠퍼스 커플의 꿈에 부풀어있던 스무 살이었다. 한 친구가 내게 청천벽력 같은 일성을 던졌다. “너 그렇게 털이 많아서 누가 좋아하겠냐? 이번 생에는 여자친구 포기해라”는 말이었다. ‘털을 다 없애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제모를 실천하기까지는 10년이나 걸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애나 취업 등 인생 중대사가 털과 큰 관련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서른을 코앞에 둔 작년 12월, ‘나를 위해 투자하자’는 마음으로 마침내 제모를 결심했다.

 


내 나이 서른, 털에 대해 궁금해졌다


상담차 찾아간 서울 강남구 힐비뇨기과 김영철 원장은 “사람이 가진 털의 양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형성된 중요한 이유는 온도에 민감한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털로 인해 체온이 섭씨 42도를 넘으면 뇌사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털이 줄었다는 것이다.


체온을 약 36.5도로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몸에는 털과 땀샘이 고르게 뒤섞여 있다. 일레인 푸쉬스 미국 록펠러대 포유류세포생물학및발생학연구실 교수팀은 ‘BMP5’라는 특정 단백질의 농도가 낮으면 털이 생기고, 농도가 높으면 땀샘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016년 12월 23일자에 발표하면서 줄기세포에서 털과 땀샘이 분화되는 과정을 밝혔다.


우리 몸의 털은 손바닥이나 발바닥, 그리고 입술과 항문, 귀두 등을 제외하고 몸 전체에 퍼져있다. 사람마다 그 양은 차이가 나며, 위치에 따라 역할도 다르다. 예를 들어 속눈썹은 1cm 이하로 짧고 뻣뻣하며 눈에서 멀수록 휘어져 있어 먼지 등 외부 물질의 유입을 막는다. 겨드랑이와 음모의 털은 약 5~10cm 정도로 곱슬곱슬해 피부 마찰을 줄이고 체취를 퍼뜨린다. 얼굴의 수염은 외부 충격을 완화하고 눈보라 등을 견디게 돕는다.

 

일러스트 | 동아사이언스 제공
일러스트 | 동아사이언스 제공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는 털은 피부 표면에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피부 구조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피부 표면을 뚫고 나와 우리가 흔히 털이라 부르는 부위의 생물학적 명칭은 ‘모간(毛幹)’이다.


모간은 상피세포에 발달한 모낭에서 만들어진다. 모낭은 태아 때 발달이 덜 된 망울 형태로 존재한다. 태어날 때 이 망울은 머리에 약 10만 개, 몸 전체에 300만~500만 개 정도 분포한다. 망울이 몸 안쪽으로 길게 자라 모유두가 생기면, 이것이 진피와 연결된다. 모유두는 털의 지지대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영양분도 공급한다. 이 영양분을 이용해 모간이 성장한다.


김 원장은 “모발 성장은 성장기와 퇴행기, 휴지기 순으로 특정 주기를 갖고 진행된다”며 “모근이 자라는 성장기에 제모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 제모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준 제공
기자가 레이저 제모를 받는 모습. 레이저로 모낭을 태우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통증이 따른다. - 최영준 제공


모낭 없애는 레이저 제모를 선택하다


몇 차례 상담 뒤 기자가 선택한 제모법은 레이저 제모다. 박태건 연피부과의원 원장(건국대 피부과 외래교수)은 “왁싱(waxing)이나 제모크림을 바를 수도 있지만, 레이저 제모가 피부 자극이 상대적으로 적고 절차가 간단하며 효과도 좋다”고 설명했다.


제모는 일시적인 제모와 반영구적인 제모로 나뉜다. 일시제모법은 말 그대로 모간을 없애 일시적으로 제모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면도기로 깎거나 제모 테이프를 이용해 털을 뽑아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접착력이 큰 제모테이프를 이용해 털을 뜯어내는 기법을 왁싱이라고 하는데, 털과 함께 표피세포까지 떨어지면서 상당한 통증을 유발한다. 제모크림은 피부에 바른 뒤 씻어내면 되는 방식이어서 통증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피부를 해치지 않을 만큼 적정 시간 동안만 발라야하며, 씻을 때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랜 시간 크림을 바르면 모낭염과 같은 피부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모크림의 주성분은 칼륨사이오글라이콜레이트(Potassium Thioglycolate)와 칼슘사이오글라이콜레이트(Calcium Thioglycolate) 두 가지로, 이 성분이 털의 케라틴 단백질에 있는 이황화 결합을 끊어 털을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


레이저 제모는 반복적인 시술을 통해 모간이 자라나는 부위인 모낭을 제거하는 반영구적인 제모법이다. 레이저는 피부 세포 속 멜라닌 색소를 표적으로 한다. 멜라닌 색소는 눈의 망막과 진피, 상피 그리고 털의 모낭 등 피부에 두루 분포하며, 피부색이 검을수록 많다. 멜라닌 색소가 레이저를 잘 흡수하는 특징이 있어 여기에 레이저를 쬐면 이를 포함하고 있는 모낭까지 공격받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멜라닌 색소를 포함한 모낭이 많아 털의 밀도가 높을수록 시술시 통증은 크다.


박 원장은 “기계에 따라 다르지만 600~900nm 파장대의 레이저를 사용한다”며 “환자의 통증 정도에 따라 파장을 조절하며 시술한다”고 말했다.

 

제모를 받기 전인 작년 11월에 촬영한 사진(왼쪽)과 7차례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고 난 뒤 최근 사진(오른쪽). 입술 주변의 털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볼에 있던 털은 거의 사라졌다. - 김인규 제공
제모를 받기 전인 작년 11월에 촬영한 사진(왼쪽)과 7차례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고 난 뒤 최근 사진(오른쪽). 입술 주변의 털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볼에 있던 털은 거의 사라졌다. - 김인규 제공

멜라닌 색소 공격이 핵심이다


기자는 올해 1월부터 레이저 제모 시술을 총 7차례 받았다. 얼굴 부위 털의 성장 주기가 약 한 달인 만큼, 이에 맞춰 털의 재생을 방해하도록 4~6주에 한 번씩 시술을 받았다. 다행히 시술을 받은 당일 피부가 잠시 빨갛게 달아오르는 현상 외에는 부작용이 없었다. 따로 약을 바르지 않아도 물집이 생기지 않았다. 물론 레이저 제모 시 유의사항은 철저히 지켰다.


레이저 제모를 받기 전과 후에는 햇빛을 덜 받는 게 좋다. 햇빛을 받으면 멜라닌 색소 함량이 증가해 피부가 검게 변한다, 모낭 이외의 피부세포에 멜라닌 색소가 증가하면 시술시 모낭이 없는 부위까지 영향을 줘 피부 손상이 클 수 있다. 박 원장은 “멜라닌 색소가 많은 흑인의 경우 레이저 제모 시술을 했을 때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다른 인종보다 훨씬 크다”며 “여름철 태닝을 한 사람도 레이저 제모는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시술 뒤에는 땀이 나는 운동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땀으로 배출된 노폐물 속 세균이 시술 부위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털이 많은 기자에게 레이저 제모는 곧 눈물이었다. 모낭이 몰려있는 턱과 인중 부위를 제모할 때면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만약 최근 유행하는 비키니 제모, 일명 브라질리언 제모를 했다면, 엄청난 고통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브라질리언 제모는 레이저를 사용해 수영복 라인을 제외한 다른 부위의 털을 반영구적으로 없애 매끈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 원장은 “브라질리언 제모는 몸에 털이 많은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며 “타투 시술 이상의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 제모는 평균 7~8회 시술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의 경우 볼에 있는 털은 만족스럽게 사라졌지만 콧수염과 턱수염 부위는 아직도 거뭇거뭇하다. 주위에선 아직도 제모를 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제모를 받는다고 말해야 ‘아, 어쩐지 볼은 깨끗해졌네’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박 원장은 “레이저 공격에도 모낭세포가 죽지 않을 수 있다”며 “몸에서 재생 또는 치유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시술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자는 총 20회 시술을 결심했다. 그러니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털 없는 매끈한 피부를 갖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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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모 하다 대머리 될까?


레이저 제모로 모낭을 제거하면 혹시 탈모가 오는 건 아닐까. 영구 제모를 고민 중인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의구심을 가졌을 수 있다. 턱수염과 가슴 털, 배꼽 털, 음모, 겨드랑이 털 등은 2차 성징을 거치며 제 모습을 드러낸다. 여성도 이 시기에 음모나 겨드랑이 털이 증가하는데,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부위마다 털이 많아지고 짙어진다.


하지만 부위별로 털 생성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의 종류는 다르다. 겨드랑이 털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약한 남성호르몬인 디에이치이에이(DHEA)가관여하지만, 턱수염은 고환에서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에 환원효소가 작용해 수소가 결합하면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증가하면 자란다. 문제는 DHT다. DHT가 턱수염은 자라게 하는 반면 머리털은 빠지게 하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DHT는 턱 주위에 분포하는 모낭 끝 모유두에서 모간의 생장을 촉진하는 특정 호르몬(IGF-1)이 분비되도록 자극한다. 반면 두피의 모낭 속 모유두에서는 모간의 생장을 방해하는 호르몬 그룹(TGF-β1, TGF-β2, dikkopf1, IL-6)을 활성화 시킨다.


기자도 턱수염을 제모하면 탈모가 시작되지 않을까 처음엔 걱정했다.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인데, 모낭이 공격을 받아 없어지면 모낭을 재생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을까. 턱수염이 자라도록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다량 분비해 DHT를 늘리고, 이 때문에 탈모가 올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기우일 뿐이다. 미국 예일대 병리학과 교수로 30년 동안 털을 연구해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커트 스텐 박사는 저서 ‘헤어: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라는 책에서 “호르몬 하나를 두고 단정할 수 없다”며 “털이 자라고 사라지는 것에 대해 세포 수준의 많은 신호체계가 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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