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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되짚어보기] 맥OS 하이시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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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9월 26일 07:00 프린트하기

지난 주 iOS11이 배포된 데 이어 9월26일 새벽 ‘맥OS 하이시에라’도 맥에 깔리기 시작했다. WWDC17가 열렸던 6월부터 시작됐던 베타 테스트가 2~3주마다 숨가쁜 업데이트를 거쳐 정식 제품으로 완성됐다. WWDC에서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키노트와 실제 써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언뜻 보면 맥OS 하이시에라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이나 맥OS의 경험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업무에 쓰는 운영체제에 매년 극적인 업데이트를 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 역시 급격한 변화나 기능추가보다도 안정성과 효율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점에서 맥OS 하이시에라는 초기부터 꽤 안정적이다. 별로 달라지지 않아서 그럴까? 그건 아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하이시에라는 그 어느때보다 큰 변화가 이뤄진 맥 운영체제이기도 하다.

 

맥OS 하이시에라는 10.13 버전이다. 벌써 13차례 메이저 업데이트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 최호섭 제공
맥OS 하이시에라는 10.13 버전이다. 벌써 13차례 메이저 업데이트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 최호섭 제공

사파리 웹 브라우저, 섬칫한 추적 광고 차단해


사파리는 애플이 맥OS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앱이다. 실제로도 이용자들이 맥OS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이기도 하다. 여전히 크롬은 가장 인기 있는 웹 브라우저지만 애플은 맥OS와 사파리 브라우저 사이의 기능이나 최적화를 통해 차별화를 가져가려고 한다. 매년 기기들이 더 빨라지고 배터리가 오래 가는 것처럼 사파리도 성능이 꾸준히 개선된다. 애플의 발표로는 다른 브라우저들에 비해 웹 브라우징은 2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에서는 최대 4시간까지 길어졌다. 실제로 사파리 브라우저는 백그라운드에서 프로세스를 차단하고, 렌더링 엔진을 가볍게 하는 등 웬 브라우저가 쓰는 전력을 최소화해 왔다.


이번에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은 ‘인터넷 광고’에 있다. 하이시에라의 사파리에는 두 가지 ‘차단’ 요소가 있다. 하나는 ‘동영상 자동 재생 차단’,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용자 추적 방지’다. 흔히 원치 않는 광고 영상이 재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파리는 스스로 미디어가 재생되지 않도록 막는다. 의도치 않게 인터넷 패킷을 많이 쓰고, 갑자기 소리가 흘러 나오는 것도 막아준다. 이용자가 의도해서 재생 버튼을 눌러야 영상이 시작된다.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 설명. 자동 재생과 추적 방지는 인터넷을 꽤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사파리는 속도와 배터리 면에서는 맥에서 가장 쾌적한 웹 브라우저다. - 최호섭 제공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 설명. 자동 재생과 추적 방지는 인터넷을 꽤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사파리는 속도와 배터리 면에서는 맥에서 가장 쾌적한 웹 브라우저다. - 최호섭 제공

직접적으로 변화가 느껴지는 것은 이용자 추적 방지다. 쿠키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인터넷에서 뭔가 검색하고 난 뒤에 관련 사이트 광고가 따라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아예 막아주는 것이다. 광고가 따라 다니는 이유는 검색과 웹 사이트 기록을 추적하기 때문이다. 사파리는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직접 해당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데이터를 다시 추적해서 보여주는 것은 허용하되, 관련 정보를 다른 서비스로 넘기는 이른바 서드파티 쿠키를 차단한다.


예를 들어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 비행기를 검색하면 해당 구간의 항공권 정보를 알려주는 해당 서비스의 광고가 뜨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호텔이나 자동차 예약 사이트의 광고는 원천 차단된다. 쿠키를 정해진 용도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불필요할 만큼 최적화된 연결 광고들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됐다. 퍼스트파티 쿠키라고 해도 30일동안 재방문하지 않으면 쿠키는 무효화된다. 이용자 행태를 분석해 광고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들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안심할 수 있다. 섬칫할 정도로 맞춤 광고가 따라 붙는 것이 줄었고, 전체적으로 웹 브라우저 환경은 더 쾌적해졌다.

 


사진, 편집의 자유도 높아져


사진 앱은 디자인의 변화가 눈에 띈다. 사진첩을 정리하기 쉽게 하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필요에 따라 카메라 별로 구분해서 보여주고, 자체 편집 기술은 더 개선됐다. 애플은 사진 분석을 서버에 보내 처리하지 않고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그 알고리즘은 머신러닝으로 개선되는데 정확도가 더 높아졌다. 또한 사람 얼굴을 큼직하게 띄워주기 때문에 보기에도 좋다.

 

사진 앱은 조금 더 변했다. 디자인이 깔끔해졌고, 사진 분류나 편집이 수월해졌다. 간단한 편집은 굳이 외부 앱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 최호섭 제공
사진 앱은 조금 더 변했다. 디자인이 깔끔해졌고, 사진 분류나 편집이 수월해졌다. 간단한 편집은 굳이 외부 앱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 최호섭 제공

머신러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깐 짚어보자면 애플은 맥OS 하이시에라와 함께 ML킷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맥과 iOS에서 머신러닝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도구다. 애플은 특히 분석을 위해 개인 정보를 전송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기기에서 분석이 더 원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하이시에라는 소프트웨어가 GPU에 최대한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메탈’ 프레임워크를 ‘메탈2’로 업그레이드했다. 효율이 최대 10배까지 높아진다. 게임 성능보다는 머신러닝과 관련된 분석의 효율성이 높아지게 된다.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자. 커브나 명암비, 채도 등의 편집은 굳이 포토샵 등 외부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간단한 필터 적용도 손쉽다. 또한 외부 사진 앱으로 이미지를 전송해서 편집할 수 있도록 해서 편리하다. 종이 앨범으로 내보내는 기능에도 작은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사진앱 내부에 미리 약속된 곳에서만 출력할 수 있었는데, 이제 관련 API가 공개되면서 인화 업체가 직접 사진 앱과 연결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다. 아직 국내 서비스는 되지 않지만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

 


새로운 파일 시스템


맥OS가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파일 시스템과 새로운 멀티미디어 파일 포맷에 있다. 애플은 맥OS 하이시에라와 함께 ‘APFS(애플 파일 시스템, Apple file system)을 내놓았다. 애플은 그동안 HFS 하드디스크 시절의 기술을 고집했지만,  새로 채택한 APFS는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저장장치에 최적화되어 있다. 64비트 처리와 보안이 중심이 되어 있고, 데이터 무결성에 대한 대비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파일에 접근하는 속도와 반응성이 좋아졌다.

 

플래시 메모리가 있다면 맥은 새 파일 시스템 APFS로 자동 업그레이드된다.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 최호섭 제공
플래시 메모리가 있다면 맥은 새 파일 시스템 APFS로 자동 업그레이드된다.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 최호섭 제공

WWDC의 키노트에서는 파일을 복사하는 데모를 보여주었는데, 몇 기가바이트 용량의 큰 파일을 복사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아 놀라게 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파일을 복사해도 눈깜짝할 새에 또 한 벌의 파일이 생긴다. 물리적인 복사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니고 파일의 관리 방법이 달라진 효과가 속도로 드러나는 것이다. 파일은 실제 폴더 안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별도로 관리되고, 메타데이터와 파일 배치 시스템을 통해 물리적으로 보이는 폴더들을 정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디스크 내에서 파일 복사는 ‘카피(copy)’가 아닌 ‘클로닝(cloning)’으로 이뤄진다. 메타 데이터만 새로 만들면 파일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파일 시스템은 앞으로 나올 새로운 저장 장치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 파일 복사가 정말 눈 깜짝할 새 이뤄진다. 23GB 파일이 한 번 더 생기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새 파일 시스템은 플래시 메모리가 달린 맥에서는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자동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하드디스크나 퓨전드라이브를 이용하는 맥은 기존 HFS로 작동한다. APFS는 하드디스크에도 적용될 계획이지만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다만 디스크나 USB 메모리 등 외부 저장 장치를 APFS로 포맷하면 시에라를 비롯해 이전 맥OS 기기에서는 읽고 쓰기가 안 된다.

 


새로운 코덱 적용, 고해상도 시대 본격화


멀티미디어 파일 코덱에도 변화가 있다. 애플은 h.264 기반의 코덱을 오랫동안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의외로 애플은 4k 콘텐츠 활용을 서두르지 않았다. 맥OS 하이시에라에 들어서 맥의 기본 영상 파일은 h.265 기반의 HEVC로 바뀐다. 새 파일 포맷은 h.264에 비해 압축 효율이 40% 정도 높아지기 때문에 4k 영상이라고 해도 용량 부담이 적다. 또한 운영체제와 그래픽카드가 이 파일 포맷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가 달린 맥의 경우 인코딩, 디코딩 속도도 빨라진다. 이미지 파일도 HEIC로 바뀐다.


heif라는 확장자를 붙이는 이 사진 파일은 (High Efficiency Image File Format)를 줄인 것인데, 말 그대로 효율성을 높인 파일 포맷이다. 아직 낯선 포맷이지만 heif는 최근 웹 표준 파일 포맷으로 채택됐고, 향후 디지털카메라에도 적용된다. 특히 저장 효율성이 좋아지면서 연속 촬영 등에 유리하고, h.265 영상 녹화중에도 깨끗하게 사진을 캡처할 수 있다. 마침 애플은 아이튠즈에 4k 콘텐츠를 등록하고, ‘애플TV 4k’를 내놓으면서 고해상도 시대를 열었다. 애플은 이미 iOS11에도 이 두 가지 코덱을 기본으로 넣어 두었다. 새 파일 시스템 APFS도 iOS11에 적용됐다. 이 외에도 새 맥OS는 메모에 표를 더하거나 페이스타임 중에 화면을 캡처하고, e메일에 지능형 검색이 더해지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더해졌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맥OS의 업데이트는 조용한 듯 하면서도 급진적이다. 당장 화려한 기능의 변화나 획기적인 경험의 변화는 없다. 하지만 그 동안 맥의 가려운 부분으로 꼽히던 파일 시스템과 표준 코덱들을 싹 바꾸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X을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첫발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맥OS 하이시에라 역시 맥OS의 다음 10년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저장 장치에 대한 제약이 사라졌고, 고해상도 미디어 콘텐츠를 운영체제의 일부로 품었다.


어떻게 보면 애플은 하이시에라로 뿌리를 싹 뜯어 고치는 대 공사를 했다. 그 변화는 맥이 가야 하는 방향이자, 맥 이용자들이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꼭 껍데기가 파격적으로 바뀌어야 새 운영체제는 아니다. 이제 또 다른 진화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매년 새삼스럽지만 놀라는 것은 이번 운영체제 업데이트 역시 2009년 이후 대부분의 맥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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