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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노벨 물리학상]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 검출을 이끈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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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04일 00:20 프린트하기

※편집자주

동아사이언스는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2~4일,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발표와 동시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보도자료 전문을 번역해 공개합니다. 노벨 위원회는 이 보도자료를 통해 수상자 선정 배경과 의미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 영어 원문 보기

 

스웨덴왕립과학원은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검출기 구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중력파를 발견한 라이고·비르고(Virgo) 과학협력단의 라이너 바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배리 배리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석좌교수, 킵 손 칼텍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수상 공로의 절반은 바이스 교수에게, 나머지 절반은 배리시 교수와 손 교수에게 돌아갔다.

  

● 우주의 재잘거림, 중력파가 드디어 검출됐다
 
2015년 9월 14일, 우주의 중력파가 사상 최초로 관측됐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이 중력파는 블랙홀 두 개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이 중력파가 미국에 있는 라이고 검출기까지 도달하는 데는 13억 년이 걸렸다.
 
지구에 도달한 중력파 신호는 매우 약했지만, 중력파는 이미 천체물리학에 혁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력파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격렬한 현상을 관측하고 인류 지식 수준의 한계를 시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평가된다.
 
라이고는 20여 개 국가, 1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협력 프로젝트다. 이들은 약 50년 전부터 중력파 관측을 현실화 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과 그들의 열정, 결단력은 라이고의 중력파 검출 성공에 매우 귀중한 역할을 했다. 개척자인 라이너 바이스와 킵 손은 프로젝트 리더인 배리 배리시와 함께 중력파를 직접 관측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부단히 노력했다.
 

2015년 9월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에서 사상 최초로 관측된 중력파의 패턴. - 노벨미디어 제공
2015년 9월 미국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에서 사상 최초로 관측된 중력파의 패턴. - 노벨미디어 제공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제안한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며 우주를 채운다. 중력파는 가령 빙판 위의 스케이터가 회전을 할 때나 블랙홀 한 쌍이 서로의 주변을 돌 때처럼 질량이 가속될 때 항상 생성된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중력파를 관측할 수는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라이고 프로젝트의 이번 업적은 거대한 레이저간섭계 두 개를 이용해 중력파가 지구를 스쳐 지나갈 때 나타나는, 원자핵의 수천 분의 일 정도의 작은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국제 연구 그룹이 중력파 관측 데이터에 대한 계산을 검증하는 5개월 동안 학계에서는 이미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1일 논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직접적으로 중력파 발견에 대해 언급하지 못했다.

 

라이고 협력단은 첫 중력파 관측과 함께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먼저 이번 관측은 우주에 거대 블랙홀뿐만 아니라 태양 질량의 30~60배 크기인 중간급 블랙홀도 존재하고, 이런 블랙홀들이 서로 병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첫 번째 증거가 됐다. 또 짧은 순간 동안은 블랙홀 간 충돌에서 나온 중력 방사선이 관찰 가능한 모든 별의 빛을 모은 것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 시공간이 흔들리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그러나 완전한 적막은 아니었다. 두 개의 블랙홀의 충돌로 인한 진동이 모든 시공간을 뒤흔들었다. 물 속에서 노를 저을 때 생기는 물결처럼 블랙홀 충돌로 생긴 중력파는 우주로 퍼져나갔다. 그 중력파가 우리한테 닿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빛의 속도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는 10억 년이 넘게 걸렸다. 2015년 9월 14일 오전 11시 51분(유럽표준시·CET), 미국의 쌍둥이 라이고 실험실에서는 빛의 패턴에 생긴 부드러운 흔들림이 포착됐다. 이 중력파를 통해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먼 곳에서, 아주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우주의 중력파를 들을 수 있는 장비인 라이고는 우주에서 오는 전자기선이나 빛을 감지하는 일반적인 망원경과는 다르다. 중력파는 음파가 아닌 시공간 자체의 진동이지만, 중력파의 진동수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음파의 진동수와 동일한 영역에 있다.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설명한, 우주를 뒤흔드는 중력파를 관측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이 서로 영향을 줄 수 있고, 질량이 가속될 때 생기는 중력파에 의해 4차원의 시공간이 진동한다고 주장했다.
 
중력파와 마찬가지로 블랙홀도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처음 제안됐다. 그러나 이후 50년이 넘도록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블랙홀은 오로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답으로서만 존재할 뿐, 실제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 표현했다. 중력이 아주 강할 경우 시공간의 곡률도 블랙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는 식이었다. 블랙홀은 오래도록 물리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았다.
 
중력파는 이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관측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다 줬지만, 중력파로 시공간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조차도 중력파를 관측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고, 중력파가 실존하는 것인지 그저 수학적인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다. 아인슈타인과 동시대를 살았던 동료 아서 에딩턴은 그보다 훨씬 더 회의적이었고 “중력파는 생각의 속도로 전파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1950년대 말 중력파가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서든 측정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입증한 새로운 결과가 나오면서 중력파의 존재 가능성에 힘이 실리게 됐다. 1970년대에는 간접적인 증거도 나왔다. 미국의 천문학자인 조세프 타일러와 러셀 헐스가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질량이 매우 높은 한 쌍의 별 ‘더블 펄서’를 관측한 것이다. 이들은 두 별이 속도를 높이며 서로의 주변을 돌면서 에너지를 잃고 점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잃은 에너지의 양은 중력파 에너지의 이론 값과 일치했다. 조세프 타일러와 러셀 헐스는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중력파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중력파를 직접 관측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공간은 견고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현상만이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중력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대부분의 중력파 세기는 매우 약하다. 중력파를 감지하는 것은 10광년 거리에 떨어진 별까지의 거리를 머리카락 지름 만한 정확도로 재는 것과 같다. 또한 우주 전체는 중력파로 인해 계속해서 진동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우리 은하에서는 폭발적인 사건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더 먼 곳을 살펴봐야 하는 셈이다.

 

미국 레이저간섭계관측소(LIGO)에서 관측한 첫 중력파의 기원. 13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 질량의 각각 29배, 36배인 두 블랙홀이 가속 회전하며 가까워지다 하나로 병합돼 태양 질량의 62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이 됐다. 이 과정에서 태양 질량의 3배가량 되는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가 수십 분의 1초 사이 중력파에 의해 뿜어져 나왔다. - 노벨미디어 제공
미국 레이저간섭계관측소(LIGO)에서 관측한 첫 중력파의 기원. 13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 질량의 각각 29배, 36배인 두 블랙홀이 가속 회전하며 가까워지다 하나로 병합돼 태양 질량의 62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이 됐다. 이 과정에서 태양 질량의 3배가량 되는 강력한 방사선 에너지가 수십 분의 1초 사이 중력파에 의해 뿜어져 나왔다. - 노벨미디어 제공

● 중력파는 과거를 밝혀낸다
 
이제 드디어 중력파가 라이고에 포착됐다. 초기 우주에서 서로의 주변을 돌며 가까워지던 두 블랙홀은 결국 충돌했다. 한 번 돌 때마다 블랙홀들은 시공간을 나선형으로 뒤틀었고, 시공간의 왜곡은 중력파를 생성하면서 우주로 멀리, 더 멀리 퍼져나갔다.

 

이렇게 블랙홀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생긴 중력파는 에너지를 전달했다. 블랙홀이 나선형을 그리며 서로 더 가까워질수록, 블랙홀은 더 빨리 회전했고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전달돼 시공간이 수백 년 동안 계속해서 춤추듯 출렁였다. 끝 무렵에는 몇 분의 1초 만에 두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 서로 맞닿으면서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진동했다. 두 블랙홀이 하나로 합쳐짐과 동시에 모든 진동은 사라졌고, 혼자 회전하는 블랙홀 하나만 남았을 뿐 드라마틱한 시작에 대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블랙홀의 병합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역사는 시공간의 물결에 고스란히 남는다. 우주를 리드미컬하게 늘이고 비트는 중력파는 메시지가 바뀌면 음색도 바뀐다. 만약 우리가 가장 강력한 중력파 외에 모든 중력파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더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어우러져 숲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듯 우주 전체가 음악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블랙홀 두 개가 혼란스러운 충돌을 향해 가속된 뒤 수십 억 년이 지나면, 중력파의 음색은 고요한 침묵 속으로 점점 약해질 것이다.
 
현재는 마지막 남은 몇몇 재잘거림만이 들릴 뿐이다. 왜 중력파는 이렇게 조용할까? 그 이유는 중력파의 근원이 아주 멀리에 있고, 광파가 거리가 멀어지면서 희미해지는 것처럼 중력파도 거리에 따라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력파가 이곳 지구에 도달할 때쯤에는 중력파의 세기는 매우 약해진 상태가 된다.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갈 때 라이고 검출기가 포착해야 하는 시공간에 생긴 변화는 원자핵보다 수천 배 작다.

 

 

레이저간섭계관측소(LIGO) 검출기의 중력파 관측 원리를 나타낸 개념도. 지구를 통과하는 중력파가 L자 형 진공관 안에서 반사되는 레이저 빔에 주는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를 감지한다. - 노벨미디어 제공
레이저간섭계관측소(LIGO) 검출기의 중력파 관측 원리를 나타낸 개념도. 지구를 통과하는 중력파가 L자 형 진공관 안에서 반사되는 레이저 빔에 주는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를 감지한다. - 노벨미디어 제공

● 라이고 – 거대한 간섭계
 
50여 년 동안의 꿈이었다. 성공을 향한 길은 길고도 험했다. 때로는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역경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초기 중력파 검출기는 소리굽쇠를 닮아 있었다. 조세프 웨버 미국 메릴랜드대 박사가 할 수 있는 건 중력파의 진동수가 어떤 블랙홀이 낼 수 있는 것인지 추정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1960년대에 초창기 검출기를 만들었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중력파나 블랙홀이 과연 존재할지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1970년대 웨버가 중력파를 들었다고 주장했을 때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웨버의 결과를 재현할 수 없었고, 결국 그의 관측은 실패로 간주됐다.

 

1970년대 중반, 회의론이 팽배할 때였음에도 일찍이 킵 손과 라이너 바이스는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고, 우주에 대한 기존 지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라이너 바이스는 이미 관측 결과를 방해할 수 있는 데이터 잡음 요소를 분석했고, 이런 잡음을 보정할 수 있는 검출기인 레이저 기반 간섭계도 설계했다.
 
라이너 바이스가 보스톤 밖 케임브리지의 MIT에서 검출기를 개발하는 동안, 킵 손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첫 중력파 검출기 프로토타입을 만든 로널드 드리버와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드리버는 그 길로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칼텍으로 옮겨 손과 함께하게 됐다. 바이스와 손, 그리고 드리버는 오랜 기간 검출기 개발을 위해 길을 개척해나갔다. 라이고 프로젝트의 초기 길을 닦은 드리버는 첫 중력파 관측은 볼 수 있었지만, 올해 3월 스코틀랜드의 집에서 눈을 감았다.

 

웨버의 소리굽쇠 디자인 대신 바이스와 손, 드리버는 레이저 기반의 간섭계라는 다른 장비를 개발했다. 원리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이었다. 간섭계는 문자 ‘L’ 모양을 이루는 두 개의 관으로 이뤄져 있다. L의 양 끝과 가운데 코너에는 거대한 거울이 설치됐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간섭계의 두 관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 즉, 하나는 압축되고 하나는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거울들 사이에서 반복해 반사되는 레이저 빔은 두 관의 길이 차를 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반사된 레이저 빔은 L의 가운데 코너에서 만나 서로 상쇄가 된다. 그러나 간섭계의 관에 길이 변화가 생기면 빛은 서로 다른 거리를 이동하게 되고, 두 빔이 만났을 때 완전히 상쇄되지 않으면서 빛의 세기에 변화가 생긴다.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난항을 겪었다. 이 검출기를 현실화 하는 데 40년이 걸린 이유다. 원자핵보다 작은 길이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규모의 분석장비가 필요했다. 계획은 레이저 빔이 반사되면서 왕복할 수 있는 4㎞ 길이의 간섭계 두 개를 연결해 건설하는 것이었다. 빛의 경로를 확장하고 시공간에 생긴 작은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 주 핸포드 외곽과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톤에 설치됐다.
 
모든 배경 잡음으로부터 중력파를 구별해낼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장비를 개발하는 데는 몇 년이 더 걸렸다. 이를 위한 복잡한 데이터 분석과 심화된 이론에서 킵 손이 활약했다. 하지만 실제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공학적 지식과 장인정신이 필요했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라이너 바이스가 큰 기여를 했다. 레이저광의 파장과 세기는 가능한 한 안정적이어야 했고, 빔은 거울에 정해진 경로로 정확하게 반사돼야 했다. 거울은 근처에 나뭇잎이 떨어질 때는 물론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거나 사륜마차가 멀리 떨어진 길을 지나갈 때도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 거울들은 중력파가 통과하는 것에는 자유롭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야 했다. 즉, 레이저의 양자효과뿐만 아니라 거울 표면에서 일어나는 원자의 열운동도 감지할 수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대한 진공관을 건설하고 진동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물질을 발명하는 것도 필요했다.

 

작은 규모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는 한계에 봉착했고, 결국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다. 1994년 배리 배리시는 라이고의 리더가 되면서 40명에 불과했던 작은 연구 그룹을 10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단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필요한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고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연구 그룹을 데려왔다. 불가능한 꿈은 이런 ‘빅 사이언스’의 협력이 아니었다면 현실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 레이저간섭계관측소(LIGO) 검출기는 같은 시설이 워싱턴 주 핸포드와 이곳에서 3000km 떨어진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톤에 각각 설치돼 있다. - 노벨미디어 제공
미국 레이저간섭계관측소(LIGO) 검출기는 같은 시설이 워싱턴 주 핸포드와 이곳에서 3000km 떨어진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톤에 각각 설치돼 있다. - 노벨미디어 제공

● 신호는 즉시 도달했다

 

2015년 9월, 라이고는 수년 간 지속된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쳐 다시 관측을 시작하게 됐다. 기존 대비 10배 더 강력한 레이저와 40㎏에 달하는 거울, 고성능 잡음 필터, 세계 최대 진공 시스템을 갖춘 라이고는 공식적으로 실험을 시작하기 며칠 전에 바로 중력파 신호를 포착했다. 이 중력파는 리빙스톤 시설을 먼저 지나갔고 7㎳(밀리초) 뒤 빛의 속도로 3000㎞ 떨어진 핸포드 시설에 나타났다.
 
중력파 신호의 메시지는 2015년 9월 14일 아침에 라이고 시스템에 전해졌다. 미국에 있는 연구진은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독일의 하노버는 오전 11시 51분이었다. 독일 막스플랑크중력물리학연구소의 젊은 물리학자인 마르코 드라고는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그가 모니터로 마주한 곡선은 그가 언젠가 중력파를 식별해내기 위해 수차례 연습 삼아 봤던 것과 형태가 같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력파를 본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몇몇 사람에게만 알리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잘못 전송된 걸까?
 
포착된 중력파의 형태는 정확하게 예측됐고, 그것은 테스트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1980년대의 개척자들과 그들의 라이고 동료들은 비로소 꿈에 그리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첫 중력파 관측은 현실이라고 믿기엔 너무 관측 결과가 좋았지만, 다음해 2월까지는 모든 연구진이 이 소식을 아무한테도, 심지어는 가족한테도 알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GW 150914’로 불린 이 비밀은 잘 지켜졌고, 이 관측 결과는 검증 결과 이론적 예측을 모두 만족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호로부터 연구자들은 충돌한 두 블랙홀이 각각 태양보다 29배, 39배 더 무겁지만 직경은 200㎞ 미만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두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인 블랙홀 하나로 병합됐고, 수십 분의 1초 사이 이들은 태양 질량의 3배가량 되는 방사선 에너지를 중력파 형태로 내뿜었다. 이는 GW 150914가 그 짧은 순간 동안에는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방사성 물체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신호를 통해 남쪽 천구를 기준으로 중력파가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지구에서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막 넘어가려던 시기인 13억 년 전 블랙홀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이고는 첫 중력파 관측 이후 비슷한 두 개의 사건을 추가로 관측했다. 올해 8월부터 라이고 자매 시설로 합류한 이탈리아 피사 외곽의 비르고 검출기는 지난달 27일 첫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8월 14일, 라이고의 두 검출기와 비르고 검출기 등 3개의 검출기가 같은 중력파를 검출한 것이다. 이 중력파는 18억 년 전 충돌한 두 개의 중간급 블랙홀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검출기들은 현재까지 총 4번의 우주 진동을 포착했고, 향후 더 많은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일본도 새로운 중력파 관측 시설을 건설 중이다. 멀리 떨어진 여러 개의 실험실을 통해 연구자들은 중력파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력파 관측을 이용한 연구는 광학망원경, X선 망원경 등 다른 망원경을 이용한 연구들처럼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은 우주를 탐사하는 데 우주선(線)이나 중성미자 같은 전자기파나 입자들이 활용돼 왔다. 그러나 중력파는 시공간에 생긴 혼란 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다. 이는 이전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고 새로운 도구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계를 새롭게 열었다. 중력파를 포착하고 이 중력파에 담긴 정보를 해석하는 데 성공하는 자에게는 무궁무진한 발견들이 따라올 것이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쉬, 킵 손. - 노벨미디어 제공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 왼쪽부터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쉬, 킵 손. - 노벨미디어 제공

■ 라이너 바이스
1932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196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MIT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배리 C. 배리시
936년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1962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물리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 킵 S. 손
1940년 미국 유타 주 로건에서 태어났다. 1965년 미국 프리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칼텍의 이론물리학 명예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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