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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16) 형제 간의 싸움, 그 영원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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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07일 16:00 프린트하기

● 네 줄 요약

 

1. 형제는 부모-자식과 동일한 수준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2. 부모의 입장에서는 적합도 최적화를 위해서, 자원을 차등 배분하게 된다.

3. 생애사적 과업의 차이로 형제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게 일어난다.

4. 출생 순서의 차이는 심지어 성격의 차이도 유발할 수 있다.  

 

아담과 하와의 사랑 이야기 바로 다음에, 창세기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이어 전합니다.

 

카인은 아우 아벨을 들로 가자고 꾀어 들로 데리고 나가서 달려들어 아우 아벨을 쳐죽였다. 야훼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고 잡아떼었다. -창세기 4장 [공동번역]

 

아담과 하와는 인류 최초의 부부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낳은 ‘인류 최초의 형제’는 우애가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나는 형에게 죽고, 하나는 동생을 죽였죠. 형제 간의 갈등은 인류의 근원적 본성입니다. 카인은 땅에서 쫓겨났고, 아담은 다시 셋을 낳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각각 맏이, 둘째, 막내죠. 물론 그들이 삼형제였다는 말은 없습니다만……

 

● 목표가 다르니 협력할 수 없다

 

1972년 진화학자 로버트 트리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특정한 자손에 대한 부모의 투자는 다른 자손에 대한 투자를 희생하여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서 그 특정 자손에 대한 생존 및 번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즉 트리버스의 주장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형제자매는 서로의 희생을 은근히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말이죠.

 

형제 자매, 즉 동기간의 유전적 근연도(r)는 0.5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유전적 근연도도 역시 0.5입니다. 즉 일차친족들은 서로의 유전자를 절반씩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대단히 희생적인데 반해, 동기간의 우애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전자 근연도는 동일한데도 말이죠.

 

아주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왜 유전적 근연도는 동일한데, 부모는 자식에게 희생하고 형제는 서로 경쟁하며 자식은 부모를 별로 돌보지 않는가? 이 문제를 풀려면 각자의 나이를 감안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각자 다른 생애사적 과업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서로의 목표가 다르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Titian (1542-44). 카인과 아벨. 형제 간의 갈등은 인류의 자연적 본성이다.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트 소장. - 위키미디어 제공
Titian (1542-44). 카인과 아벨. 형제 간의 갈등은 인류의 자연적 본성이다.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트 소장. - 위키미디어 제공

● 나만 사랑해줘

 

첫째 아이를 낳은 부모는 상당부분의 자원을 투입합니다. 인간의 아기는 아주 연약하기 때문에, 어머니는 사실상 거의 모든 시간을 양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아버지도 세 명의 식량을 구해와야 하므로 전보다 훨씬 바빠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상황이 나아집니다. 아이는 점점 성장하며, 부모의 손이 덜 가게 됩니다. 부모는 이제 둘째 출산을 염두에 두게 됩니다.

 

이는 첫째 아이에게는 아주 슬픈 상황입니다. 둘째를 낳으면, 자신이 찬밥이 되리라는 직감을 하게 되죠. 어머니는 둘째에게 온 정성을 쏟을 것이고, 아버지의 관심도 둘째에게 갈 것입니다. 심지어 첫째에게, 둘째를 잘 돌보라고 시킬지도 모릅니다. 둘째가 태어난다는 것은, 첫째에게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젖을 뗀 아이가 여전히 어머니 곁에서만 잠을 자려는 경향을 두고, 둘째의 임신을 막으려는 시도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어린 침팬지가 부모의 교미를 방해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물론 인과성을 입증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미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2014). 서로 싸우고 있는 붉은쇠오리(Cinnamon teal) 형제. 한정된 부모의 자원을 독차지하려는 성향은 치열한 동기간 갈등을 유발한다. - USFWS Mountain-Prairie 제공
미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 (2014). 서로 싸우고 있는 붉은쇠오리(Cinnamon teal) 형제. 한정된 부모의 자원을 독차지하려는 성향은 치열한 동기간 갈등을 유발한다. - USFWS Mountain-Prairie 제공

● 맏이, 막내 그리고 둘째

 

부모의 나이가 점점 들면서 아이들의 숫자도 많아집니다. 첫째 입장에서는 자식이 자꾸 태어나는 것이 영 마뜩잖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비록 부모의 자원을 나눠 가져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서로 협력하여 얻는 이득도 있으니 꾹 참고 넘어갑니다. 자꾸만 동생을 낳는 부모의 전략에 대항할 대안을 찾게 됩니다.

 

1996년 프랭크 설로웨이는 출생 순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맏이는 부모의 사랑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부모에게 협력하려는 성향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죠. 그리고 권위와 힘, 나이를 이용해서 동생을 제압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보수적이며 순응적인 성격이 되며, 책임감도 강해집니다. 부모도 첫째 아이에게 상당히 의존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첫째 아이는 점점 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육아와 집안일을 도울 뿐 아니라, 외부 자원 획득에 동참하게 되기도 하죠. 제법 부모 역할을 대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둘째, 셋째, 넷째…… 즉 중간에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연구에 의하면 이들은 다소 반항적이고 도전적이면서, 또한 유연하고 개방적인 성격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둥이의 경우는 상당히 다릅니다. 부모에게는 이제 마지막 자식이죠. 다음 자식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부모는 막내에게 남은 자원을 모조리 투입합니다. 이런 독특한 환경 속에서 막내의 성격도 그에 맞추어 적응합니다. 영원한 귀염둥이, 이른바 ‘막내’ 노릇을 하는 것이죠.

 

셀러웨이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분분합니다. 단지 출생 순서에 따라서 성격이 정해진다는 단순화된 주장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약간의 경향성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출생 순서와 관련된 수많은 책이 출간되어 있다. 상당수의 대중서는 작은 차이를 부풀리거나 확증 편향에 치우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성격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 박한선 제공
출생 순서와 관련된 수많은 책이 출간되어 있다. 상당수의 대중서는 작은 차이를 부풀리거나 확증 편향에 치우친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성격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 박한선 제공

에필로그

 

자식을 한 명, 많아야 두 명 낳는 시대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맏이 아니면 막내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벨, 즉 둘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설로웨이의 주장이 옳다면, 세상에는 점점 개방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벨을 죽인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항변했죠. 그런데 정작 현대인들은 아벨이 아예 태어나지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인류의 신체와 정신,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인류학적 의미를 공부했다. 현재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개발하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신경인류학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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