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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자전거 넘어 자동차 만든다, 유니스트 김남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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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3일 07:00 프린트하기

‘3D 프린터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연한 기회에 SNS에서 본 사진 한 장. 김남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하 유니스트)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의 페이지였다. 사진엔 ‘3D 프린터로 인쇄한 자동차’라는 제목으로 노란 차 한 대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설마 운전도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움직였다. 시운전도 가능했다. 전기자동차였다. 3D 프린터로 만든 자동차,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직접 김남훈 교수(와 그의 자동차)를 만났다.

 

● 국내외 3D 프린팅 산업이 주목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3D 프린팅 산업의 대표적 활용 분야로는 의료 분야가 주로 꼽혔다. 인공 관절이나 치과에서 쓰는 의료용 보조 장치, 의수나 의족과 같은 장비를 인쇄해 사용하는 사례가 여러 매체에 소개된 적 있다. 반면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는 일부 부품에 사용되나 보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일부 부품이 아니라 자동차 외형을 모두 인쇄하다니! 그곳엔 대체 얼마나 커다란 3D 프린터가 있는 걸까.

 

커져가는 궁금증을 잠재우기 위해 가을 무더위를 뚫고 유니스트를 찾았다. ‘Make Lab(메이크랩)’ 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달린 유니스트 기기가공동 1층에서 김남훈 교수를 만났다.

 

유니스트 기기가공동에는 교내 메이커들을 위한 ‘Make Lab(메이크랩)’이 마련돼 있다. 안에는 최신식 설비는 물론 고가의 장비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 염지현 제공
유니스트 기기가공동에는 교내 메이커들을 위한 ‘Make Lab(메이크랩)’이 마련돼 있다. 안에는 최신식 설비는 물론 고가의 장비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 염지현 제공


김 교수를 따라 들어간 실험실에는 커다란 3D 프린터가  일반 교수 연구실 두 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약 1m 길이까지 한 번에 인쇄할 수 있는 프린터다. 이 프린터는 카본섬유가 포함된 재질을 인쇄할 수 있다. 카본섬유는 자동차 차체나 자전거 몸체를 인쇄해도 될 정도의 강도와 내구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성분이 다른 여러 재료를 혼합해 한 번에 인쇄할 수도 있어, 제품 각 부위의 특징에 맞게 무르기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모컨의 몸체와 버튼을 동시에 인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니스트에는 방 두 개를 가득 메우는 크기의 3D 프린터 설비가 구비돼 있다. - 염지현 제공
유니스트에는 방 두 개를 가득 메우는 크기의 3D 프린터 설비가 구비돼 있다. - 염지현 제공

김 교수가 만든 자동차는 부분별로 인쇄해 자동차 부품용 볼트와 너트로 단단하게 결합해 완성했다. 실제로 김 교수에게 3D 프린팅 기술이 현재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물었다.

 

“3D 프린터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홀러스(wohlersassociates.com)가 발행한 2016 보고서에 따르면 3D 프린터의 산업 분야별 시장에서 자동차 산업은 13.8%, 의료(치과) 산업은 12.2%를 차지합니다.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분야는 기계 관련 산업(19.9%)이고, 그 뒤를 항공우주 산업(16.6%)이 따릅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사 산업에서 사용하는 3D 프린팅 기술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지,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는 각 회사마다 필요한 기술을 적절히 알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현대모비스만 해도 올해 운전석 앞 프론트 패널 시제품을 제작해 발표했고, 두산인프라코어에서도 지게차 디자인 모형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해외에서는 토요타, BMW, 페라리, 프라운호퍼 등에서 활발하게 3D 프린팅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요타에서는 위상최적화 설계가 적용된 자동차 시트를 만들었고, BMW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모양의 부품을 3D 프린터로 경량화 하는데 사용했다.

 

● 위상최적화로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비워내는 기술

 

비움의 미학을 실천한 자동차 좌석. - 염지현 제공
비움의 미학을 실천한 자동차 좌석. 좌석도 모두 3D 프린터로 인쇄해 만들었다.- 염지현 제공

김 교수는 이런 다양한 기술을 ‘비움의 미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설계 단계부터 3D 프린팅의 특성을 최대로 활용해 디자인하고 제품을 만들어 내는 적층제조 디자인(DfAM, Design for 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에 집중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꽉 차지 않아도 오히려 더 무거운 하중을 견디는 구조를 만들고, 불필요한 부분은 인쇄하지 않아서 재료를 아낄 수 있다.

 

특히 DfAM는 1)복잡한 모양의 물체도 뭐든지 구현할 수 있고, 2) 복잡하고 복합적인 재료를 함께 사용할 수 있고, 3) 격자 구조나 그물 구조와 같은 다차원 설계가 가능하고, 4)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극 활용한 최적설계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김 교수는 위상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 기술을 더해 3D 프린팅 자동차를 완성했다. 위상최적화는 제품 구성의 효율을 최대로 높이는 값을 얻는 과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3D 프린팅을 할 때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인쇄한다. 김 교수는 “위상최적화는 제품의 강성과 같은 목적 함수를 최대 또는 최소화하는 공식을 만들어 푸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제품의 최소 무게나 사이즈와 같은 제한 조건(또는 경계 조건)을 변수로 설정하고, 식을 세워 최댓값이나 최솟값을 구하는 방식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남훈 교수가 3D 프린터로 직접 인쇄한 전기자동차의 모습. - 염지현 제공
김남훈 교수가 3D 프린터로 직접 인쇄한 전기자동차의 모습. - 염지현 제공

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전기자전거와 전기자동차를 만들었다. 자동차는 최대 속력은 시속 30km, 중량은 500kg이다. 크기는 전장 3.4m, 전고 1.5m, 전폭 1.4m 정도다. 

김 교수는 “자동차의 일부를 만들고, 시운전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연구를 계속 이어서 누구의 질타도 받지 않는 더 높은 수준의 3D 프린팅으로 완성한 자동차를 선보이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핸들의 일부에도 비움의 미학을 선보이기 위해 일부 디자인은 사람의 뼈 구조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 염지현 제공
핸들의 일부에도 비움의 미학을 선보이기 위해 일부 디자인은 사람의 뼈 구조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 염지현 제공

코뿔소 형상을 닮은 이 노란 자동차는 보닛 부분과 핸들, 좌석은 전부 3D 프린터로 인쇄해 완성했고, 운전석과 조수석 문짝 디자인, 자동차 휠 부분을 3D 프린팅 디자인으로 보기 좋게 꾸몄다. 유니스트에서는 지난 9월 14일~16일에 '2017 3D 프린팅 갈라 인 울산' 행사를 열고, 행사에 다녀간 1만 2000명 시민에게 이 자동차를 선보였다. 직접 시승과 시운전을 해본 행사 참여자들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두드리고, 좌석에 올라가 펄쩍펄쩍 뛰어도 안전한 강도에 놀랐다. 차체의 무게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일반 차량의 안전강도와 거의 비슷한 성적을 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의미있는지 직접 소개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김남훈 교수는 “100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1대의 자동차 결과물로 많은 부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염지현 제공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의미있는지 직접 소개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김남훈 교수는 “100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1대의 자동차 결과물로 많은 부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염지현 제공 

아직 빠른 속도로 달리진 못하지만, 곧 트랙을 질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차를 타고 유니스트 캠퍼스를 자유로이 누릴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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