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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으로 주요사업 연구성과 높이고, 임무 중심으로 협력연구 추진… 출연연 발전위원회, 첫 혁신성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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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2일 11:43 프린트하기

“과거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대형 국가 연구개발(R&D)을 수행하면서 영향력을 가졌지만, 이제는 연구의 규모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출연연도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북돋을지, 아이디어와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어떻게 연결할지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조성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위원회 주최로 1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제1회 혁신성과 발표회’에서 출연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출발위는 과학기술 분야 25개 출연연의 부원장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책협의체다. 지난해 출발위는 출연연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2월 3대 전략·6대 의제로 이뤄진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을 마련했다. 떨어진 출연연의 연구경쟁력을 높이고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번 첫 혁신성과 발표회에서는 6대 의제 중 하나인 ‘미래 프런티어 원천연구 집중’을 주제로 표준연·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5개 기관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현장에는 조 부원장 등 출연연 부원장 19명을 비롯한 출발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안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위원회 주최로 1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제1회 혁신성과 발표회’에서 심승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전략실장이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표준연은 주요사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 표준연, 주요사업에 경쟁체제 도입… ETRI, 연구행정 밀착지원으로 연구몰입 환경 조성

 

표준연은 연구 수월성을 높이기 위해 기관의 주요사업을 목적에 따라 기초·경쟁·전략 사업으로 구분하고, 기후변화 같은 국가·사회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에는 공모를 거쳐 연구팀을 꾸리는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기술을 발굴, 개발하는 전략사업도 신설했다. 표준연은 각 본부에 경쟁사업을 50% 이상, 전략사업을 10% 이상 수행하도록 권고했다. 나머지 기초사업은 기관의 고유 임무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연구로 우선적인 예산 배정으로 연구의 지속성을 보장 받는 사업이다.

 

주요사업은 정부출연금으로만 운영되는 출연연 고유의 연구과제다. 외부와 경쟁할 필요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연구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관행적으로 주어지는 일이다 보니 성과 창출이 더디다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표준연의 주요사업 경쟁체제 도입은 파격적인 시도로 여러 출연연 부원장들의 주목을 받았다. 경쟁에서 떨어진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지만, 표준연 측은 경쟁과 무관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초사업으로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RI는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연구행정 밀착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중앙 연구지원실을 기반으로 각 연구본부에 별도의 기술총괄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연구지원실에서는 연구수당, 결과보고서 등 연구과제 관리를 지원하고, 주로 고경력 연구자로 구성된 기술총괄 부서에서는 사업 기획·조정 업무를 지원한다.

 

주명혁 ETRI 경영전략부장은 “연구 현장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연구책임자의 경우 전체 업무 중 10%가 일반행정, 70%가 과제 관리 등 연구행정으로, 실질적인 연구에는 20%밖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이에 연구본부별로 10~15명의 연구행정 전담 지원인력을 배치해 행정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위원회 주최로 1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연연 자기주도 혁신방안 제1회 혁신성과 발표회’에서 조금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계산과학공학센터장이 계산과학 기반의 산·학·연 협력연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 생명연·천문연·KISTI 등 출연연, 임무 중심의 집단연구 위한 협력체계 마련

 

이날 발표회에 모인 관계자들은 출연연이 미래지향적인 우수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임무 중심의 연구전담조직과 집단연구를 위한 협력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분야별로 나뉜 연구기관과 본부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연구가 이뤄졌던 기존 시스템 아래에서는 학제간 융합연구나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구과제를 수주해 받는 연구비로 인건비를 충당해야 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도 기관 간, 본부 간 경쟁을 부추겨 협력연구를 하지 못하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노화제어·유전체맞춤치료·위해요소감지 BNT·항암물질·희귀난치질환 등 5개 주요사업 전문연구단을 운영 중이다. 생명연의 연구 직접비 450억 원 중 61억 원(약 13.5%)이 전문연구단에 집중 지원된다. 가령 연구자 12명이 각자 1억 원 내외 규모로 수행했던 연구과제를 임무 중심으로 집결해 12억 원 규모의 집단 연구로 만든 것이다. 또 보통은 인건비의 50~60%만 정부출연금에서 지원되고 나머지는 연구과제 수주로 채워야 하지만, 전문연구단의 경우 인건비의 80%까지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외부 과제 수주도 개인별 3개로 제한했다.

 

한국천문연구원도 최대 9년까지 연간 10억 원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최정예 연구그룹’을 신설하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운영지침을 기관 규정에 명시했다. 최정예 연구그룹은 연구과제의 도전성과 중요성, 연구성과의 세계적 우수성, 과학적 파급효과 등을 기준으로 천문연 내 우수 과학자를 선발해 장기적으로 집중 지원하는 제도다. 김경호 천문연 정책혁신실장은 “국가적 도전과제에 대응하고 세계적 수준의 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KISTI는 슈퍼컴퓨팅 기반의 계산과학 인프라를 각 출연연에 제공하는 방식의 협력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연연과 대학 등 13개 기관과 공동으로 소재의 물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빅데이터 기반의 터빈 분석, 고정밀 원자로 열수력 해석 등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표준연 역시 7개팀으로 구성된 첨단측정장비연구소와 9개팀으로 구성된 양자기술연구소를 신설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지원본부장은 “이번에 변화의 기회를 놓치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국가적으로도 삼류 조직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연구회에서는 출연연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과제를 출범했고, 향후 1년간 80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출발위는 향후에도 분기마다 주요 의제별 혁신성과 발표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내년 9월까지 5~6번의 혁신성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대전=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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