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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된 범고래가 야생 범고래를 부러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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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2일 20:30 프린트하기

프랑스 태생의 판타지 로맨스 작가,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범고래 조련사였던 연인을 사고로 잃은 남자가 과거로 돌아가 연인의 죽음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뮈소는 소설 속 사고 장면을 묘사하면서 범고래의 날카로운 이를 언급한다. 하지만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 있다. 포획돼 돌고래 쇼에 동원되는 범고래의 이빨은 야생 범고래와 달리 날카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GIB 제공
GIB 제공

미국 스텟슨대와 뉴질랜드 오타고대 공동 연구팀이 수족관에서 생활하는 범고래의 이가 뭉툭하게 갈려있거나 빠져있으며, 심한 치통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1일(현지시각) ‘구강생물학’에 발표했다. 

 

범고래 조련사인 존 제트 미국 스텐슨대 생물학과 교수팀은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스페인 등에서 사육되고 있는 범고래 29 마리의 이 상태를 조사했다. 이는 현재 세계 수족관에 살고 있는 범고래(56마리)의 절반이 넘는 수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범고래의 좌우, 위아래 치골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각 치아의 잇몸 상태와 치아 마모도 등을 기록했다. 범고래는 아래턱과 위턱에 각각 24개씩, 총 48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어 조사한 치아의 수는 1392개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모든 범고래의 이에서 심각한 마모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아래턱 치아의 마모가 심각했다. 조사된 범고래 이의 약 60% (총 713개)가 마모돼 있었다. 잇몸 상처는 20%에서 나타났고, 치아가 아예 빠져 구멍만 남은 경우도 15%나 됐다. 제트 교수는 “야생 범고래의 이빨은 이렇게 마모돼 있지 않다"며 "인간과 생활하면서 바다에 없는 콘크리트나 강철을 자주 물어 뜯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포획된 범고래가 야생 범고래를 부러워하는 이유 - University of Stetson 제공
범고래의 아래턱(Mandible) 왼쪽과(a) 오른쪽(b)의 치아 사진, 양쪽의 1~4번치아가 심각하게 마모된 것을 볼 수 있다. - University of Stetson 제공

논문의 공동저자인 뉴질랜드 오타고대 구강과학과 카로리나 로치(Carolina Loch) 교수는 “특히 아래턱 왼쪽과 오른쪽 2,3번 치아가 거의 완전히 마모된 상태”라며 “범고래가 극심한 치통에 고통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고래는 특유의 지능으로 사냥 전략을 구사하는 바다의 최강자다. 더구나 기욤 뮈소의 소설 속 내용처럼 사람을 해치는 인명 사고를 낸 적이 있어 영어권 국가에서는 ‘킬러고래(killer whale)’로 불린다. 이는 전문가들이 야생 범고래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상반된다. 연구팀은 수족관이라는 차단된 환경과 치통 때문에 범고래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포악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트 교수는 “강철 문을 깨물고 벽을 뜯는 행동을 보이는 범고래가 많은 만큼, 이런 인공 구조물 때문에 동물이 다치는 것을 예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수족관 내 동물들의 '복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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