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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국방 R&D, 미래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출연연·대학 등 민간 협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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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6일 10:30 프린트하기

국방 R&D, 미래 국방력 토대 되려면

 

군사용 인간 뇌-기계 인터랙션(BMI) 시스템. - Army Technology Live 제공
군사용 인간 뇌-기계 인터랙션(BMI) 시스템. - Army Technology Live 제공

인간이 더 큰 힘을 내어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인체증강 로봇, 빛의 속도로 반응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임무수행 시스템, 인간과 기계가 연결돼 협동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5개 공간에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이 기술들은 미국이 2014년 발표한 ‘3차 상쇄전략(3rd Offset Strategy)’에 따라 러시아, 중국 등의 도전에 맞서 압도적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연구 중인 것들이다. 군사용 핵심 기술은 다른 나라로 거의 이전되지 않기 때문에 원천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대부분 기술은 신체마비 환자의 재활 치료나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정보분석 서비스, 재난·재해 대응 등 민간에서도 활용 가치가 높다. 국방 연구개발(R&D)이 군사력 강화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진보까지 이끌어내는 셈이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군사적 위협이 거세짐에 따라 한국도 과학기술 기반의 새로운 국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래지향적 군사 기술 연구의 비중을 높이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나 대학 등과 협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기훈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국방 중에서도 전력지원체계는 복합소재, 에너지, 보안, 생화학 위협 대응 등 과학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문승욱 전 방위사업청 차장(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자율주행차, 무인기, 로봇 등 민·군 겸용 기술에 대해서는 협력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군의 무기체계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면 이런 과학기술들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방 예산 43조 원 육박하지만… 미래 대응기술 R&D 예산은 1% 수준.
 
그러나 43조1177억 원에 이르는 내년도 국방 예산 대부분은 병력 운영과 무기 구매 등을 위한 비용이다. 국방 R&D와 방위산업 활성화에 투입되는 비용은 6.7%인 2조8754억 원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3.3% 늘긴 했지만, 전체 국방 예산이 9년 만에 최대 폭인 6.9%로 증액된 점을 감안하면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 된다.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국방 R&D 예산 안에서도 관행적 무기 개발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R&D에 쓸 수 있는 연구비는 전체 국방 예산의 1%인 4000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 분야가 응용·개발 단계의 선진국 추격형 연구에 치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문 전 차장도 “국방기초연구도 대부분은 조기 전력화에 중점을 둔 목적형 연구”라며 “군사력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지만 현재는 연구를 수행할 시간이나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연연이 보유한 인력과 인프라, 원천기술을 활용하는 민·군 협력 연구가 국방 R&D 활성화의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육안으로 진행하던 발칸포 사격훈련 평가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발칸포 추적훈련 분석기’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올해부터 육군 야전부대에 실전 배치됐다. 바닷물로 전력을 생산하는 소금물-마그네슘 연료전지도 최근 군 운용시험평가를 통과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지난해 방사청 및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으로 바이오국방연구센터를 신설했다. 병사 개개인이 생화학 무기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 신속한 해독이 가능한 치료제, 응급백신 등을 개발 중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ADD와 함께 수중감시·방어 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국방IDX위원회를 운영 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조만간 전담 연구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다. IDX는 ‘지능형 디지털로의 전환(Intelligence Digital X[trans]formation)’의 약어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육·공·해 통합 항만감시체계를 나타낸 개념도. -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 국방硏 독점 체제로 폐쇄·경직된 국방 R&D… 책임·부담 등 연구자에게 불리한 요소도 개선돼야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일 뿐, 대부분의 국방 R&D는 보안·전략상의 문제로 ADD가 독점 체제로 수행하고 있다. 즉,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문 전 차장은 “국방 R&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진국과 동일한 시점에 첨단 국방기술을 확보할 수 있느냐인데 ADD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 출연연의 A 연구원은 “국방 연구과제에서 미래 기초원천기술 연구는 대부분 제외 대상”이라며 “국방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원천기술을 이미 출연연이나 대학 등에서 확보했는데도 군이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출연연의 B 연구원은 “출연연과 공동연구를 하더라도 연구 초기단계에만 참여시키고 이후에는 ADD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학과의 협력연구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현재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이 함께 국방 기초연구를 수행하도록 하는 국방특화연구센터 10여 곳을 운영 중이지만, 실질적으로 군에 적용할 만한 성과가 나온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화연구센터를 운영 중인 이기훈 교수도 “국방특화연구센터의 본래 목적은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군에 특화시켜 접목하자는 것인데 실질적으로는 기초 연구가 응용까지 이어지지 못해 (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연구원은 “지정된 국방특화연구센터가 대학 연구실에 치중해 있다는 것도 기술 실용화의 한계로 작용한다”며 “출연연과 대학, 군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국방 연구과제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걸림돌도 많다. 우선 연구 기획과 과제 발굴 등의 절차가 복잡해 실제 과제 착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방 연구과제를 수행 중인 출연연의 C 연구원은 “여러 제약이 많다 보니 과학적 전문성보다는 절차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며 “군과의 소통과 협력이 원활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고 토로했다. 국방 R&D 사업비에서 연구에 직접 투입되는 비용을 제외한 간접비의 비중이 5% 수준으로 다른 정부 연구과제(20~40%)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문제도 있다. A 연구원은 “사업비로 인건비나 연구실 운영비 등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국방 연구과제 수행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적인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기술 개발에 실패하거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엄격하게 책임 소재를 묻기 때문에 창의적인 원천 연구를 수행하기도 힘들다. 최근 국방연 소속 연구원 5명이 군용 무인기 개발시험 중 일어난 추락 사고로 67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떠안을 위기에 처하자, 징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쇄도하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런 경직된 환경을 뚫고 좋은 연구 성과를 내더라도, 국방기밀이 포함된 연구과제인 만큼 지적재산권은 국가에 귀속된다. 기술이전을 해도 연구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개발실장은 “그동안의 국방 R&D는 매우 폐쇄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개방적으로 변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방력을 결정짓는 과학기술을 개발하려면 연구자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IDX위원회 위원장인 황승구 ETRI 초연결통신연구소장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민·군 협력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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