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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되짚어보기] 뒤바뀌는 인류 연표… ‘사피엔스’의 시대는 언제부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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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8일 12:00 프린트하기

*지난 여름, 과학 소식을 열심히 듣던 사람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했습니다. 우리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난 시점이 바뀌었다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20만 년 전으로 알고 있었는데 30만 년 전으로 더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논문 한두 편 나왔다고 수십 년 알던 일이 바뀔까요? 물론 과학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는, 그 논문 한 편이 나오기까지 여러 의문이 제기돼 축적돼 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최신 과학 소식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리뷰 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베트남 흐몽족(Black H
베트남 흐몽족(Black H'mong)의 할머니, 딸, 손주. 인류 진화의 유전학적 단서를 밝힌 연구는 모계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통해서 처음 성공했다.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사피엔스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정설의 시작이다. - Hanay(W) 제공
 

리뷰 1 : 모두가 알던 정설, ‘인류 탄생은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거의 확실히 안다고 자부했습니다. 30년 전인 1987년 초, 레베카 칸 미국 하와이대 의대 교수(당시 UC버클리 연구원)팀은 현생인류 147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뒤,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급부상하고 있던 유전학 연구 결과는 객관적 결론으로 받아들여졌고, 곧 정설로 인정 받았지요. 30년 동안 수많은 추가 연구가 나왔지만, 정설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칸 교수는 6년 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터뷰를 했는데요, 연구 배경을 묻자 “당시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었지만, 정작 우리 현생인류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걸 알았다”며 “자신의 전문 분야인 유전학을 이용해 새로운 관점에서 우리의 기원을 밝히고 싶었다”고 대답했던 게 기억납니다.

 

Rebecca L. Cann, et al.(1987). Mitochondrial DNA and human evolution. Nature 325, 31 – 36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111N032

 

'미토콘드리아 이브' 연구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을 밝힌 유전학자 레베카 칸 하와이대 교수(2011년). - 윤신영 제공


리뷰 2 : 탄생 시점 10만 년 ‘되감기’… 장소도 아프리카 전체로


하지만 과학에 영원한 정설은 없습니다. 올해 여름, 균열이 시작됐습니다. 한 번 물꼬가 터지자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요.


발단은 6월 발표된 논문입니다. 과학잡지 ‘네이처’는 6월 7일 온라인판에 ‘고인류학 : 우리 종의 기원에 관하여’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요한 발견을 전하는 기사들이 종종 그렇듯, 책을 써도 될 정도로 짧고 함축적인 제목이었죠. 뭔가 우리 종 기원의 근본을 뒤흔들겠다는 기세입니다. 기사는 함께 공개된 두 편의 논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1960년에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 제벨 이르후드 지역에서 발견했던 두개골 화석들을 형태를 기준으로 다시 연구해 보니, 초기 현생인류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내용입니다.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인 셈이지요.


문제는 연대였습니다. 주변에서 나온 석기와 화석을 통해 재확인해 보니, 약 28만~31만 년 전 화석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인류 탄생 시점보다 10만 년 앞섭니다. 더구나 발견 장소가 기존의 동아프리카가 아니라, 북아프리카였습니다(기존에는 에티오피아 오모 키비시 지역의 약 19만 년 전 화석과 헤르토 지역이 16만 년 화석이 가장 오래된 화석이었습니다). ‘인류 탄생의 요람’ 후보 지역이 아프리카 다른 지역까지 확대된 것입니다.

 

Chris Stringer, Julia Galway-Witham.(2017). Palaeoanthropology: On the origin of our species. Nature 546, 212–21

Jean-Jacques Hublin, et al.(2017). New fossils from Jebel Irhoud, Morocco and the pan-African origin of Homo sapiens. Nature 546, 289–292

Daniel Richter, et al.(2017) The age of the hominin fossils from Jebel Irhoud, Morocco, and the origins of the Middle Stone Age. Nature 546, 293–296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에서 발견된 화석의 복원도. 최근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으로 확인됐다. - 네이처 제공
아프리카 북부 모로코에서 발견된 화석의 복원도. 최근 3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 화석으로 확인됐다. - 네이처 제공

 

리뷰 3 :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만남은 20만 년 더 일찍?


한 달 뒤인 7월 초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이종교배’ 시점이 생각보다 이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지금은 사라진 친척 인류인 네안데르탈인과 우리 사이에 공유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2010년에 처음 나왔고, 지금은 정설이 됐습니다. 우리 모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1~2% 지니고 있는 ‘잡종’이죠).


독일 남서쪽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에 살던 현생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고인류에 의해 DNA 변화를 겪었는데(이종교배가 있었다는 뜻), 시점이 27만 년 전이었습니다. 이 역시 현생인류(또는 그 조상)가 기존보다 이른 시점에 나타났어야 말이 됩니다. 더구나 기존에는 약 8만 년쯤 전에 두 종이 아프리카 밖에서 처음 만났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두 종의 만남 시점이 20만 년 빨라진 것은 서로 다른 호미닌(인간족) 사이의 교배가 인류 종 사이에 보편적이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Cosimo Posth, et al.(2017) Deeply divergent archaic mitochondrial genome provides lower time boundary for African gene flow into Neanderthals. Nature Communications 8, 16046

 

리뷰 4 : 지금까지 왜 몰랐나…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30년을 이어온 정설은 그럼 뭐였을까요(해맑). 30년 동안 고인류학자와 유전학자들은 헛물만 켜고 있던 걸까요? 아니겠죠. 약 20만 년 전에 최초의 인류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거짓이 아닙니다. 최근까지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어났던 부분은 과연 20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또는 그 특성)가 갑자기 등장했느냐, 아니면 과거 약 40만 년 전부터 서서히 등장했느냐였습니다. 기존 주장은 전자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면서 후자가 서서히 주목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크리스토퍼 배 하와이대 인류학과 교수는 “인류의 모든 특성들은 31만 년 전에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서서히 변화하며 등장했다”며 “만약 아프리카가 현생인류의 고향이라면 이렇게 형질이 바뀌는 중인 ‘전이 상태’의 화석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 화석이 그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뷰 5 :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점도 흔들려”


‘아프리카 밖으로’ 향한 이주 시점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13일자 ‘네이처’에 발표된 게놈 해독 연구에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밖으로 나간 시점은 약 12만 년 전으로 추정됐습니다. 2015년 7월 ‘진화인류학’지에 발표된 논문은 현생인류의 확산을 연구한 기존 논문들의 데이터를 재분석하는 일종의 메타 연구를 했는데, 여기에서도 사피엔스가 서남아시아로 진출한 시점이 12만 년 전으로 봤습니다. 기존에는 약 6만~8만 년 전을 꼽는 사람이 많았는데 많이 앞당겨졌지요.


인류가 유라시아로 진출한 시기 역시 덩달아 요동치고 있습니다. ‘네이처’ 온라인판 2015년 10월 14일자에는 중국 남부 동굴에서 새로 발굴한 화석을 소개하고 있는데, 연대가 8만~12만 년 전으로 추정됐습니다(이 연구는 현재 약간 논란 중입니다). 올해 8월 9일자 ‘네이처’ 온라인판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현생인류가 약 7만 3000년 전에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유라시아에 현생인류가 언제 진출했느냐 하는 문제는 요즘 인류학자와 고고유전학자의 관심 분야입니다. 배 교수는 “작년 3월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 전세계 학자들이 모이는 학회가 열렸고, 올해 말에 논문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Luca Pagani, et al.(2016) Genomic analyses inform on migration events during the peopling of Eurasia. Nature 538, 238–242

Huw S. Groucutt, et al.(2015). Rethinking the dispersal of Homo sapiens out of Africa. Evolutionary Anthropology. Volume 24, Issue 4 pp.149–164

Wu Liu, et al.(2015). The earliest unequivocally modern humans in southern China. Nature 526, 696–699
Veronique Michel, et al.(2016). The earliest modern Homo sapiens in China?. Journal of Human Evolution. 101. pp.101-104

K. E. Westaway, et al.(2017). An early modern human presence in Sumatra 73,000–63,000 years ago. Nature 548, 322–325

 

중국 남부 후난성에서 발굴된 약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치아로 현대인의 치아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이 발견으로 대략 6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시아에 도달했다는 기존 가설이 타격을 입었다. - 네이처 제공
중국 남부 후난성에서 발굴된 약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치아로 현대인의 치아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이 발견으로 대략 6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가 동아시아에 도달했다는 기존 가설이 타격을 입었다. - 네이처 제공

 

결론 : ‘사피엔스’의 시대는 확장 중


사실 인류가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 밝히는 것은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류라는 종을 정의하는 문제와 잇닿아 있기 때문이지요. 처음에 네안데르탈인인 줄 알았던 모로코의 화석이 현생인류로 다시 분류되면서 현생인류의 역사가 30만 년까지 앞당겨진 것처럼, 화석에 복잡하게 남아 있는 파생적 혹은 본원적 특성들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어느 한 종의 역사는 변할 수 있습니다.


유전학 연구도 비슷할 것입니다. 유전자 풀은 종마다 다르지만, 디지털 숫자처럼 딱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느 한 종을 규정하고 그 역사를 구성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려나. 최근의 연구들은 전체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과 확산이 생각보다 오래 전에 일어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종의 역사도, 우리 종의 모습도, 우리를 정의하는 유전적 구성도 조금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미 네안데르탈인과의 이종교배 여부가 밝혀지면서 한 차례 크게 변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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