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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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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4일 15:00 프린트하기

지난 주 신문에서 특이한 기사를 봤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및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에 일본이 반발해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최근 1심 판결 결과가 우리 정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아직 전문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국정조사에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한 말에 따르면 수입금지 조치를 완화하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다른 일도 아니고 원전 폭발 사고 주변의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걸 제3자인 WTO가 관여해 번복하라고 판결을 하니 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부는 상소를 할 것 같지만 설사 최종심에서도 패소해 판결을 따르게 된다고 해도 일본 수산물 수입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수산물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데, 일본산 해산물에 후쿠시마산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나간 사고를 현재진행형으로 간주하는 우리 정부의 관점 자체가 싫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수산물을 먹어도 문제는 없을까.

 

● 대규모 유출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지만…

 

학술지 ‘해양과학연간리뷰’ 2017년 호에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지난 5년 동안 바다로 유출된 방사성핵종(radionuclides)의 현황을 정리한 리뷰 논문이 실렸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논문은 2016년까지 데이터를 근거로 작성됐다)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불확실한 면이 있다는 게 논문의 요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슘137이 바다로 유출된 경로와 추정량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이에 따르면 사고 초기 낙진으로 떨어진 게 15PBq(페타베크렐), 직접 유출이 5PBq에 이르렀다. 반면 지하수나 강을 통한 유출은 각각 연간 15~20TBq(테라베크렐), 10~12TBq로 양이 훨씬 적지만 대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 해양과학연간리뷰 제공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슘137이 바다로 유출된 경로와 추정량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이에 따르면 사고 초기 낙진으로 떨어진 게 15PBq(페타베크렐), 직접 유출이 5PBq에 이르렀다. 반면 지하수나 강을 통한 유출은 각각 연간 15~20TBq(테라베크렐), 10~12TBq로 양이 훨씬 적지만 대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 해양과학연간리뷰 제공

 

너무 엄청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생생하지만 그래도 요약을 하자면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지진이 나면서 높이 40m에 이르는 거대한 해일이 후쿠시마 해변을 덮쳐 1만5893명이 죽고 2572명이 실종됐다(사실상 사망). 이 와중에 원전이 정전되며 과열돼 폭발했고 연료봉이 녹아내려 방사성핵종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일본정부는 반경 20㎞ 이내의 주민 15만 명을 대피시켰고 원전 일대는 유령의 땅이 됐다.

 

논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 규모는 그보다 25년 전인 1986년 일어난 소련(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5분의 1 수준이다(세슘137 기준). 게다가 내륙인 체르노빌과는 달리 유출된 방사성핵종 대부분이 바다로 들어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행인 측면이 있지만 인근 해양 생물들에게는 끔찍한 재앙이었다.

 

바다로 들어간 방사성핵종의 유출 경로는 네 가지인데, 가장 많은 줄 알았던 직접 유출은 5페타베크렐(petabecquerel. 약자로 PBq)로 추정된 반면 대기에서 낙진으로 떨어진 게 15PBq로 추정돼 세 배나 더 많았다. 참고로 베크렐은 방사능의 단위이고 페타(peta)는 10의 15승, 즉 1000조를 뜻한다. 이 두 가지 경로는 사고가 난 시점에서 한 달 이내가 피크였고 그 뒤 급감했다.

 

세 번째 경로는 지하수를 통한 유출로 연간 15~20테라베크렐(TBq. 테라(tera)는 10의 12승, 즉 1조를 뜻한다)로 추정된다. 네 번째 경로는 강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연간 10~12TBq로 추정된다. 이 두 경로는 앞의 두 경로에 비해 양은 훨씬 적지만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문제다. 즉 지금도 꾸준히 방사성핵종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사고가 난 게 언제인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유출된다는 것일까.

 

원자력 발전(우라늄핵분열) 과정에서 다양한 방사성핵종이 나오는데 사고 당시 문제가 된 게 요오드131과 세슘137이었다. 둘은 특성이 정반대로 요오드131은 반감기가 불과 8일이라 유출 초기에 노출될 경우 특히 위험하고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이라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반감기는 붕괴로 양이 절반으로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므로 원전 사고로 유출된 요오드131의 경우 지금은 사실상 사라졌고 세슘137은 어딘가에서 꾸준히 방사선을 내놓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지하수와 강에서 유입되고 있는 방사성핵종의 핵심은 세슘137이다.

 

사고가 난지 5년이 지난 2016년에도 지하수와 강을 통해 수십 TBq의 방사성핵종이 바다로 유입된 것은 세슘137 같은 원소가 토양에 워낙 잘 달라붙기 때문이다. 즉 사고 직후 지하수나 강을 통해 토양에 달라붙은 방사성핵종이 그 뒤 조금씩 바다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장마철 폭우로 급류가 생길 때 많이 쓸려 내려간다. 바꿔 말하면 후쿠시마 인근 바다 밑의 퇴적물에도 세슘137을 비롯한 방사성핵종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방사성핵종은 해양 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 고등어는 괜찮겠지만 광어는 불안

 

해양동물이 세슘137이 포함된 먹이를 먹으면 세슘137이 몸에 축적되기 쉽다. 그 결과 사실상 일정량의 방사선이 꾸준히 나오는데, 반감기가 30년으로 길기 때문이다. 이런 수산물을 먹으면 세슘137이 우리 몸에 축적되고 따라서 우리 몸에서 역시 방사선이 꾸준히 나오게 된다. 사실 자연계에도 방사성핵종이 있고 따라서 이런 일이 미미하게나마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 결국 피폭량이 문제다.

 

후쿠시마 인근 일곱 개 현과 후쿠시마 원전 항구에서 채취한 어류와 바닷물에서 측정한 세슘134와 세슘137의 방사능 데이터다. 중간의 굵은 가로선은 일본정부가 정한 허용치로 kg당 100베크렐이다. 사고가 나고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어류(pelagic fish. 파란 동그라미)의 수치는 모두 허용치 아래이고 저서어류(갈색 동그라미)도 대부분 아래다. 반면 원전 항구에 사는 저서어류(갈색 x)는 꽤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 - 해양과학연간리뷰 제공
후쿠시마 인근 일곱 개 현과 후쿠시마 원전 항구에서 채취한 어류와 바닷물에서 측정한 세슘134와 세슘137의 방사능 데이터다. 중간의 굵은 가로선은 일본정부가 정한 허용치로 kg당 100베크렐이다. 사고가 나고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부어류(pelagic fish. 파란 동그라미)의 수치는 모두 허용치 아래이고 저서어류(갈색 동그라미)도 대부분 아래다. 반면 원전 항구에 사는 저서어류(갈색 x)는 꽤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 - 해양과학연간리뷰 제공

 

바닷물과 수산물의 방사능을 조사한 수많은 데이터를 정리한 그래프를 보면 (세슘137과 세슘134를 합친 값이다. 세슘134는 반감기가 2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세슘137에 상대적인 비율이 떨어진다.) 사고 초기 원전 인근 해수의 방사능(녹색 네모)이 엄청나게 높았음을 알 수 있다(세로축은 로그 척도다). 해수의 경우 입방미터 당 베크렐이다.

 

흥미롭게도 사고 초기 부어류, 즉 해수면 가까이에 사는 고등어나 참치 같은 물고기에서 역시 엄청난 방사능이 측정된 데이터가 꽤 있다(파란 동그라미). 바다로 떨어진 낙진을 섭취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파란 동그라미는 세로축 숫자 100에 그어진 굵은 가로선(2012년 일본 정부는 수산물의 방사성세슘 허용치를 ㎏당 500베크렐에서 100베크렐로 강화했다) 밑으로 내려가 2013년 초 이후에는 100베크렐을 넘은 경우가 없다. 즉 후쿠시마 주변에서 잡은 고등어는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미국의 허용치는 ㎏당 1200베크렐, 유럽연합은 1250베크렐로 일본보다 훨씬 높다)

 

반면 저서어류, 즉 해저 가까이에 사는 가자미나 아귀 같은 물고기에서는 사고 초기 엄청난 방사능을 보인 경우는 없지만 (낙진의 직접 피해를 받지 않았으므로) 전반적으로 부어류에 비해 방사능 수치가 높고 지금도 일본 정부의 허용치를 넘는 데이터가 종종 나온다(갈색 동그라미). 이는 해저 퇴적물에 방사성핵종이 꽤 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하는 현상이다. 특히 원전 항구에서 잡은 저서어류(갈색 x)의 경우 여전히 수만 베크렐이 찍히는 개체가 잡히기도 한다. 논문에 따르면 원전 항구 둘레에 그물을 설치해 저서어류들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WTO의 보고서가 공개된 시점에서 60일 이내에 당사국은 상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의 전면 수입금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부유어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는 차선책을 제시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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