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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19) 나는 관대하다...한번은 배신을 용서해 줘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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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05일 15:00 프린트하기

서로 속고 속이는 세상입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남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입니다. 토마스 홉스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외롭고, 비참하고, 잔인하고, 짧을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인류는 고도의 문명을 건설하고, 협력적인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는 불쌍한 사람을 제도적으로 돕고, 힘을 합쳐 나쁜 사람을 처벌합니다. 이기적인 인간이 만들어낸 이타적인 사회죠. 1979년 진화학자 로버트 악셀로드는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 흥미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교정 전) [내 마음은 왜 로버트 악셀로드. 그는 ‘협력의 진화’라는 책에서 게임 이론을 통해, 인류 사회에 협력적 전략이 안정적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밝혔다.?] (19) 나는 관대하다 - 미시간 대 제공
로버트 악셀로드. 그는 ‘협력의 진화’라는 책에서 게임 이론을 통해, 인류 사회에 협력적 전략이 안정적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밝혔다. - 미시간대 제공

다시 안보면 그만이라고?


가장 흥미로운 인간의 능력 중 하나는 바로 ‘타인을 식별하고, 그의 행동을 기억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수천명의 사람과 관계하고, 그들을 각각 다른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후두엽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별도의 부위가 따로 있는데, 상측두고랑 및 편도체, 방추형이랑 등과 연합하여 타인의 얼굴을 그의 행동 및 수반되는 감정적 기억과 같이 저장합니다.

 

방추형 이랑(Fusiform gyrus). 뇌의 여러 부분이 측두엽의 일부인 방추형 이랑과 연합하여, 얼굴에 대한 정보를 인식한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타인의 얼굴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게 된다. - Gray 제공
방추형 이랑(Fusiform gyrus). 뇌의 여러 부분이 측두엽의 일부인 방추형 이랑과 연합하여, 얼굴에 대한 정보를 인식한다. 이 부분이 손상되면 타인의 얼굴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게 된다. - Gray 제공

이러한 독특한 인지 능력의 진화를 통해서, 우리는 은혜에 보답하거나 원수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죠. 따라서 우리는 그 행동의 즉각적인 이득과 손해 외에도, 장기적인 상호 관계의 대차대조표를 이용해서 어떤 행동을 할 지 결정하게 됩니다. 협력과 배신의 전략은 점점 더 복잡하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한번 보고 절대 안 볼 사람이라면, 사기치고 도망치는 것이 정답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기꾼을 다시 찾아내어 보복하는 것이 정답이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협력과 배신의 대가


일반적으로 협력은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 줍니다. 혼자서는 100만원만 벌 수 있어도, 둘이 힘을 합치면 600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둘로 나누어도 300만원이죠. 그러나 배신은 더 유혹적입니다. 협력하다가 배신하면, 혼자 모든 이익을 독식할 수 있습니다. 위험성도 있으니 한 500만원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서로 배신을 하면, 얻는 이익이 아주 적어집니다. 


앞서 말한대로 로버트 악셀로드는 이러한 몇가지 조건을 두고 흥미로운 경기를 제안했습니다. 경기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각 참여자는 미래에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
2. 각 참여자는 동일한 전략을 사용한다.
3. 상호 협력의 이익 > (배신자의 이익 + 배신당한 자의 손해) / 2


전세계의 학자들에게 각자 자신의 전략을 제시하며, 토너먼트에 출전했습니다. 총 62개의 전략이 출전하여 경주를 펼쳤습니다. 물론 실제로 한 것은 아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진행되었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다음의 선수 중에 어떤 선수가 우승했을지 골라보세요.


1. 상대가 어떻게 하든지 간에, 무조건 배신하는 선수
2. 상대가 어떻게 하든지 간에, 무조건 협력하는 선수
3. 일단 협력하지만, 상대가 배신하는 순간 영원히 협력하지 않는 선수
4. 상대가 협력하면 협력하고, 배신하면 배신하는 선수
5. 랜덤으로 협력과 배신을 선택하는 선수
6. 상대의 과거 다른 행적을 보고 협력과 배신을 선택하는 선수


1번 선수는 그냥 악당이죠. 2번 선수는 ‘호구’입니다. 3번 선수는 뒤끝이 너무 심한 선수, 4번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의 선수, 5번은 이상한 선수, 6번은 사회적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수입니다. 이외에도 55개의 전략이 더 출전했습니다만……

 

기원전 1750년에 제정된 함무라비 법전에는 ‘다른 이의 눈을 뽑은 자는 똑같이 눈을 뽑는다, 의사가 수술하다 환자가 죽으면 의사의 팔을 자른다, 집이 무너져서 집주인의 아들이 죽으면 집을 건축한 이의 아들을 죽인다’ 등의 조문이 있다. 이를 탈리오의 원칙(lex talionis)이라 하는데,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으로 불린다. - Quora 제공
기원전 1750년에 제정된 함무라비 법전에는 ‘다른 이의 눈을 뽑은 자는 똑같이 눈을 뽑는다, 의사가 수술하다 환자가 죽으면 의사의 팔을 자른다, 집이 무너져서 집주인의 아들이 죽으면 집을 건축한 이의 아들을 죽인다’ 등의 조문이 있다. 이를 탈리오의 원칙(lex talionis)이라 하는데, 흔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으로 불린다. - Quora 제공

세상은 이러한 각자의 전략을 선택하는 사람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승리했을까요? 예상하셨겠지만 4번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이를 ‘팃포탯’ 전략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선수 아나톨 라파포트가 제시했는데, 일단 협력하되 상대가 배신하면 나도 배신하는 전략이죠. 하지만 상대가 다시 협력하면, 바로 용서하고 다시 협력하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전략이 다른 61개의 전략을 압도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일단은 협력하는 것이 유리한 이유입니다. 상대가 배신하면, 어쩔 수 없이 나도 보복합니다. 그러나 상대가 다시 숙이고 들어오면 바로 용서하는 것이죠. 악셀로드의 실험은 이후 널리 알려지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즉 팃포탯 전략이 ‘가장 우수한 전략’이라는 오해를 낳는데 일조했습니다.

 


속옷을 달라하면 겉옷도 내어주며


진실을 말씀드리면 팃포탯 전략은 가장 유리한 진화적 안정 전략(ESS)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유리한 전략이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점진적 팃포탯 전략인데, 상대가 배신한 횟수만큼 나도 더 많이 보복하는 전략이죠. 일반적인 팃포탯 전략보다 약간 유리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보다 더욱 강력한 전략이 존재합니다.


가장 강력한 전략은 바로 ‘두 번의 탯과 한 번의 팃’ 전략입니다. 즉 한번의 배신은 보복하지 않고 용서하는 것이죠.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돌려대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 전략이 1979년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지 못했을까요? 아무도 이 전략으로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5장에는 ‘누가 속옷을 달라하면 겉옷을 내어주라. 누가 1마일을 같이 가자고 하면 2마일을 같이 가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관대한 팃포탯 전략(Generous Tit for Tat)은 진화적 게임 이론을 통해서, 가장 적응적인 장기적 행동 전략임이 입증되고 있다. - Jeffrandleman 제공
마태복음 5장에는 ‘누가 속옷을 달라하면 겉옷을 내어주라. 누가 1마일을 같이 가자고 하면 2마일을 같이 가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관대한 팃포탯 전략(Generous Tit for Tat)은 진화적 게임 이론을 통해서, 가장 적응적인 장기적 행동 전략임이 입증되고 있다. - Jeffrandleman 제공

‘일단은 협력하고 한번의 배신까지는 용서하는 관대한 팃포탯 전략(GTFT)’이 훨씬 유리합니다. 용서하면 마음이 편하니까, 혹은 나중에 선행을 쌓으면 천국에 갈 수 있으니까 라는 식의 논리가 아닙니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에는 반하는 일입니다만, 관대한 용서는 아주 강력한, 그리고 현실적인 진화적 적응 전략입니다.


물론 호구가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한번 정도는 그의 잘못을 용서해주세요. 그가 예뻐서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죠.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인류의 신체와 정신, 질병에 대한 의학적, 인류학적 의미를 공부했다. 현재 동화약품 연구개발본부에서 심신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개발하며,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신경인류학 논문을 쓰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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