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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홀드렌 前 백악관 과기보좌관 “과학기술 믿고 탄소감축 미루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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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01일 10:00 프린트하기

샌프란시스코=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오바마 정부에서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존 홀드렌 미국 하버드대 환경과학·정책학과 교수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매리어트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2017 세계과학기자대회(WCSJ)’ 개막식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샌프란시스코=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가파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과학이 아닌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청정에너지 기술이나 탄소저감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과학기술을 믿고 당장의 탄소배출 감축을 미루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은 없습니다. 지금은 세계가 합심해 공격적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게 가장 절실합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낸 존 홀드렌 미국 하버드대 환경과학·정책학과 교수는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매리어트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2017 세계과학기자대회(WCSJ)’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최근 기후변화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과 회의론에 맞서 이처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기후변화가 ‘중국의 음모’라고 주장했고 이를 계기로 온갖 가짜뉴스가 쏟아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퇴임 직전 트럼프의 환경정책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기고했으며, 세계 과학자들 역시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 임무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8월에는 유엔(UN)에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탄소배출 감축 목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이 빠지면서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홀드렌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환경적인 측면에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윈-윈’이었던 오바마 정부의 환경정책을 완전히 뒤집어 놨다”고 비판했다.

 

NASA·NOA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가 관측한 20세기 평균(영점) 대비 평균 지구표면온도 변화. 1960년대 이후 10년 평균치는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는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 NASA·NOAA 제공

● “기후변화 안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 기후변화의 명백한 원인은 인간활동”
 
홀드렌 교수는 “기후변화 대비에 훼방을 놓는 사람들은 기후변화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현실부정형(denial)’과 기후변화는 인정하지만 시급한 현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미적지근형(waffler)’, 상황을 개선하기엔 이미 늦었다며 나 몰라라 하는 ‘망연자실형(surrender)’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며 “이 중 가장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미적지근한 사람들로, 숫자도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굉장히 안이하고 비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부정형과 미적지근형의 선두는 단연 트럼프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이라고 꼬집었다.
 
홀드렌 교수는 세계 과학자들이 수십 년 간 지구를 관측하고 분석한 50여 가지 자료를 근거로 들며 이런 사람들의 그릇된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모든 과학적 증거들은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가 지난 50년간 줄곧 가파른 상승 추세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표면과 해수면의 평균온도, 평균 해수면 높이는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진 반면 같은 시기 북반구를 덮은 눈의 양(봄철 기준)은 현저히 줄었다. 이는 인류가 산업화를 겪은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IPCC 제공
국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가 2013년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2100년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IPCC 제공 

다른 연구자들의 관측 자료도 마찬가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14년, 2015년에 이어 지난해 역시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을 갱신했다. 현재까지의 추세를 보면 2017년은 두 번째로 뜨거운 해가 될 전망이다. 홀드렌 교수는 “기후변화에 미적지근한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며 “IPCC 기후변화 시나리오의 대부분은 ‘2100년 지구의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안이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 수준으로 높아질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샤운 마르코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최근 1만3000년 동안의 지구 평균온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 상태의 지구는 최근 1000년간 온도가 떨어지는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드렌 교수는 201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산업화 이후부터는 기존의 거대한 흐름을 거슬러 기온이 솟구치듯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명백하게 인간의 영향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향력이 큰 인간활동을 제한해야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2016년의 전 세계 지역별 평균 표면온도를 1951~1980년대 평균과 비교한 그래픽. 붉은색이 진할수록 온도가 더 높아진 것을 의미하고, 흰색에 가까울수록 온도가 더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지구를 뜨겁게 데울 뿐만 아니라 차갑게 냉각시키기도 한다. -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2016년의 전 세계 지역별 평균 표면온도를 1951~1980년대 평균과 비교한 그래픽. 붉은색이 진할수록 온도가 더 높아진 것을 의미하고, 흰색에 가까울수록 온도가 더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지구를 뜨겁게 데울 뿐만 아니라 차갑게 냉각시키기도 한다. - NASA 제공

● 지구온난화, 동시다발적인 가뭄·홍수, 잦아지는 산불·태풍… 기후변화는 총체적인 ‘기후 혼란’
 
홀드렌 교수는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의 전반적인 경향일 뿐 전부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국지적으로 극심한 온도 상승뿐만 아니라 과도한 온도 하강을 동시에 동반하며 온도가 원래 상태로 돌아왔을 때도 가뭄과 홍수, 결빙과 해빙 등 비정상적으로 양극단의 기상현상을 마구 일으킨다”며 “기후변화를 대변하는 말은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날씨의 패턴이 불규칙하게 바뀌는 ‘기후 혼란(Climate Disruption)’에 가깝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일부 지역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큰 착각”이라며 “급격하게 기후가 바뀌면 대부분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실제 관측 결과를 살펴보면 이런 격변이 이론이나 모델 예측보다 훨씬 더 빨리,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지난해 미국 내 48개 주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에 10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난 대홍수가 최근에는 10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존 홀드렌 前과기보좌관 “기후변화 적응, 과학 아닌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어”
세계기상기구(WMO)가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발생한 가뭄의 정도를 지역별로 나타낸 그래픽. - WMO  제공

허리케인 역시 이전보다 훨씬 잦고 강력해졌다. 홀드렌 교수는 “올해 8월 텍사스에서는 허리케인으로 강우량이 127㎝가 넘는 폭우가 5일 간 이어졌다”며 “해수온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해양이 가진 에너지도 높아져 더 강력한 허리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2012년 10월에 발생한 태풍 ‘샌디’는 대서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태풍으로 기록됐고, 2015년 10월 태풍 ‘패트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됐다. 뒤이어 지난해 4월에는 태풍 ‘판탈라’가 인도양에서 일어난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됐다.
 
이 밖에도 가뭄과 자연산불, 열풍(熱風)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더 잦아졌다. 독일 포츠담연구소의 201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의 CO2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해수로 녹아드는 CO2도 늘어 해수의 산성도(pH)가 높아진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급격한 환경의 변화는 생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홀드렌 교수는 “빙하는 물론 약해진 해안선의 지반도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도가 높고 산성화 된 해수 탓에 최근 30년 사이 산호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활용 가능한 담수가 줄거나 식물이 뜨거운 환경에서 해충이나 병원균에 취약해질 수 있고, 농업이나 어업 생산성도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업중) 존 홀드렌 前과기보좌관 “기후변화 적응, 과학 아닌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어”
독일 포츠담연구소의 201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의 CO2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해수로 녹아드는 CO2도 늘어 해수의 산성도(pH)가 높아진 사실이 확인됐다. CO2는 물에 녹으면 탄산이 된다. - 포츠담연구소 제공

한편 홀드렌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 발전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앞으로는 새로운 인프라 시설이나 경제 개발을 위한 에너지 역시 기후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 폭이 커질수록 적응이 힘들고,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파리협정보다 더 강력한 서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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