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탈(脫)원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자력을 어느 정도는 유지해야 급작스러운 전기요금 인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WEO)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라도 화력은 절반으로 축소,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각각 2.4배와 3.7배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실장은 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원자력 과학언론 포럼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노 실장은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 추진으로 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2006년 16.46유로였던 독일의 전기요금은 2017년 29.16 유로로 약 49.8% 인상됐다. 이 같은 인상분의 61.9%가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이다. 이어 그는 “독일은 원전의 수명 연장으로 얻는 수익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자하도록 하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함과 동시에 단계적으로 원전 수를 줄이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에너지 정책 로드맵을 내놨다. 현재 1~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 기조 아래 올해 6월에는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됐다. 건설이 잠정 중단됐던 신고리 5, 6호기는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날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양립시키면서 급하게 탈원전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정책의 기본 목적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발전원을 다원화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원자력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책이 아닌 이념”이라고 비판했다.
노 실장도 “에너지 믹스 정책은 나라별로 에너지 여건과 형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미국, 영국 등은 원전이 태양광, 풍력보다 비싼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자원이나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은 대신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균등화 발전비용은 원자력이 가스의 절반, 재생에너지의 3분의 1이다. 균등화 발전비용은 전원별 발전비용을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환산한 값이다.
반면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내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면서도 원전의 균등화 발전단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이고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뒤집어 생각해보면 제 값을 못 받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홍 교수는 “2030년이면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2400만개의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1.47%)”라며 “단순한 에너지 수급을 넘어 경제 성장까지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일각의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가령 고리 지역 10GW(기가와트)의 원전 단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부산과 울산을 합친 면적의 80%(1459㎢)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태양광 30GW, 50GW를 설치할 공간이 이미 국내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15년 기준 총 발전량의 약 60%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김명자 과학기술인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충격요법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려고 시장 경쟁력을 갖춘 원자력 산업을 버리기 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적절한 발전원별 비중(에너지 믹스)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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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은 기자
-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