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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뇽뇽의 사회심리]당신은 꼰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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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 19:10 프린트하기

나이가 들수록 나도 혹시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곤 한다. 그럴 때 혹시 아래와 같은 생각들을 자주 하지는 않는지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다.

 

GIB 제공
GIB 제공

“ㅁㅁ가 제일 쉬운 거야”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면 단골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때가 젤 좋은 거다. 공부가 젤 쉽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오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무엇무엇이 쉬웠다거나 별 것 아니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 즉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임을 알고 또 ‘현재의 본인’을 기준으로 삼아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 당시의 미숙했던 자신으로 다시 돌아가 그 일을 한다면 몇 번을 다시 해도 그 일은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필자의 집에서는 한 어르신이 최근 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신 후 ‘공부가 정말 어려워’라고 고백하셨고 그 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 쉬운 공부를 왜 못하냐고 다그치는 일이 줄었다.

 


“네 나이 때 나는 말야(훨씬 대단했다고)”


나이가 들수록 본인은 어렸을 때에도 참 괜찮았던 거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영 아닌 거 같다는 생각도 하기 쉬운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도 벌써 하나둘씩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으니 우리의 ‘기억’이란 반드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 예컨대 자신의 본질, 정체성 등을 찾고 싶을 때 사람들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엇을 찾으며 ‘그때가 좋았지’라고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연구가 있었다(Vess et al., 2012). 반대로 ‘과거와는 달라진 자신’을 강조하고 싶을 때에는 그때의 본인은 엉망진창이었다며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전혀 다르다며 과거를 과하게 평가절하하는 현상도 나타난다(Ross & Wilson, 2002). 이렇게 우리는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보통 우리의 자존감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기억의 단면들을 ‘선택적’으로 재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어렸을 때 실수도, 미숙함도, 오만함도 없는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와 정말 아무런 관련성 없이 완전히 다른가?

 


“아무래도 내가 경험이 더 많으니까 더 잘 알겠지”


당연히 그럴 거 같은데, 이 점 또한 생각보다 잘 성립하지 않는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그간 내가 겪어온 환경이 타인의 환경과 상이하며, 또 나의 성격/능력 등이 타인의 그것과 상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물고기로 물에서 평생 살아온 내가 사냥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한참 설교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이 코끼리라면, 또는 사냥의 환경이 나처럼 민물이 아닌 바닷물이라면 내 조언은 과연 유용할까?


또한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 많을수록 되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Campbell et al., 2014). 연구에 의하면 이미 너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 일에 지나치게 '익숙'해져버려서 이를 처음 겪는 사람들이 느낄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 경험에 함몰되어 '그/그녀는 나와 다를 가능성’을 생각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지만 그로 인해 되려 자신의 세계 안에 함몰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점, 따라서 전혀 유용하지 않은 조언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보자.

 

GIB 제공
GIB 제공

“내가 주는 도움 고맙게 받아라”


당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조언을 줄 때 ‘내 도움(또는 조언)이 필요하니?’라고 물은 적이 있는가? 내가 봤을 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도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나의 도움은 필요 없는 참견 또는 오지랖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는 도움은 상대방에게는 부담, 자율성 침해, 자존감에의 상처 등을 가져오고 본인에게는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는 서운함으로 돌아올 수 있단 연구들이 있었다(Bolger et al., 2000). 그 결과 도움행동이 되려 관계 악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어떤 행동에 있어 내 의도가 좋은 것이었다는 사실과 그래서 그 행동이 상대방에게도 좋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다. 도움을 주고 싶을 때에는 먼저 내 도움이 필요한지 상대의 의사를 묻는 습관을 길러보자.

 


“내 삶의 방식이야 말로 올바른 방식”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무시하고 오직 내 삶의 방식만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 중 하나가 ‘불행할 때’이다. 일례로 자신의 삶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을 ‘옳지 않다’며 평가절하하는 반면 자신의 삶을 미화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연구가 있다. 자신의 불행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합리화하려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이 옳다는 타인의 승인을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나처럼 살라고 그게 옳은 것이라고 선전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 혹시 불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 참고문헌
Bolger, N., Zuckerman, A., & Kessler, R. C. (2000). Invisible support and adjustment to stres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953-961.
Campbell, T., O'Brien, E., Van Boven, L., Schwarz, N., & Ubel, P. (2014). Too much experience: A desensitization bias in emotional perspective tak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6, 272-285.
Laurin, K., Kille, D. R., & Eibach, R. P. (2013). “The Way I Am Is the Way You Ought to Be” Perceiving One’s Relational Status As Unchangeable Motivates Normative Idealization of That Status. Psychological Science, 24, 1523-1532.
Ross, M., & Wilson, A. E. (2002). It feels like yesterday: Self-esteem, valence of personal past experiences, and judgments of subjective dist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 792-803.
Vess, M., Arndt, J., Routledge, C., Sedikides, C., & Wildschut, T. (2012). Nostalgia as a resource for the self. Self and Identity, 11, 273-284.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 스스로를 돌보는 게 서툰 이들을 위해 <내 마음을 부탁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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