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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영화] ‘7호실’ 감독의 데뷔작,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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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7일 19:10 프린트하기

# 영화 ‘10분’


감독: 이용승
출연: 백종환, 김종구, 정희태, 장리우, 이시원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32분
개봉: 2014년 4월 24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아래에는 영화 ‘10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현실 속 ‘인턴’의 삶


지난 주 할리우드에서 바라본 낭만적인 ‘인턴’의 모습을 봤다면, 오늘은 우리 현실 속 인턴을 만나볼 시간이다. 시사교양 PD를 꿈꾸는 ‘호찬’(백종환 분)은 공공기관에서 6개월 간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PD 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 언제까지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성실한 편인 호찬은 주어진 일에 열심이다. 게다가 인턴 신분임에도 “재밌어서 하는 것”이라며 나서서 철야 근무를 하고, 상사들과 주말 등산도 함께하며 신임을 얻는다.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몇 달쯤 지났을까. PD 시험에 떨어져 우울해하던 호찬은 부장(김종구 분)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 지방 이전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동료의 빈 자리를 대신해 정규직이 되어달라는 제안이다. 그래도 면접은 봐야 하지만 인사권을 가진 부장이 힘 좀 써보겠다며 호찬을 구슬린다. 호찬은 아득한 PD의 꿈보다 눈앞의 곤경에서 벗어나는 쉬운 길을 선택하고 부장의 제안에 따라 면접을 본다.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 호찬은 고3 동생의 밀린 학원비를 내고 가족들에게 정규직 전환 기념으로 선물을 한다.


하지만 합격자 발표일이 되자, 당연히 자신이 합격하리라 믿었던 호찬은 자신이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다. 원장 라인인 ‘은혜’(이시원 분)가 정규직 자리를 낚아챈 것이다. 그 순간 가족들을 위해 샀던 선물, 가족들이 겪는 생활고, PD의 꿈, 포기한 꿈 때문에 다툰 여자친구의 모습이 호찬의 뇌리에 스친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잠깐 혼란스러웠던 사무실은 신입사원 은혜를 중심으로 다시 화목한 분위기를 회복하고, 호찬만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사무실 주변을 배회한다. 호찬은 사무실 한 켠에서 천대 받는 고장난 복사기 같은 신세로 살아간다.

 


# 이번 주 개봉한 ‘7호실’ 이용승 감독의 데뷔작


‘10분’은 신하균, 도경수 주연의 ‘7호실’로 관객들과 만나는 이용승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제는 상업영화 영역으로 편입되어 하루에도 5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작은 규모로 개봉한 데뷔작 ‘10분’의 관객 수는 3000 명 남짓이었다. 그러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10분’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NN 관객상,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을 수상했고 해외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아 이용승 감독의 가능성을 발견한 작품이다. 이용승 감독은 ‘7호실’에서도 전작에서 보여준 날 선 현실감각을 유지하며 한국 상업영화의 외연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10분’은 고통스러운 영화다. 장르로는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 등 일부 관객에게는 거의 공포 영화나 다름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현실감을 전달한다. 영화 내내 고통 받는 호찬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음에 PD 시험 탈락이라는 혹독한 현실에 맞닥뜨린 호찬은 달콤한 정규직 제안을 받은 후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로 파탄에 이르는 광경을 지켜보며, 사무실 동료들이 차갑게 등을 돌려 철저히 고립된다. 그러나 영화는 공공기관의 비좁은 사무실 공간, 전세가 만료된 가정집을 벗어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호찬의 고통을 직시한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호찬은 결국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PD가 되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 생각했던 공공기관 인턴이다. 그러나 PD 시험 불합격과 정규직 제안, 얽히고 설킨 암투와 배신이 난무해도 매달 120만원의 생활비 때문에, 혹시 모를 희망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못한다. 마치 한번 발 디디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처럼. 이곳에서 호찬의 불안과 분노는 커져만 간다.

 


# “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주)타이거시네마 제공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말처럼, 영화 ’10분’ 속 세계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경제적 토대 없이 꿈을 좇다가 좌절하는 청년세대와,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기성세대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고, 소수의 승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패자가 된다. 그마저도 학연, 혈연, 지연 등 인맥을 통해 낙하산이 나타나면 승자는 아무도 없다. 퇴사하는 동료가 호찬에게 남기는 말처럼 “여긴 말은 많은데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 책임은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각자도생의 시스템에서 주인공 호찬의 일상은 끊임없이 분절된다. 영화는 암전의 효과를 통해 이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영화 속에서 그의 분노를 목격하면, 관객들은 할 말을 잃는다. 결말부, 호찬이 쌓인 분노를 폭발시키고 며칠이 지난 사무실의 풍경은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하다. 그리고 부장은 호찬에게 또다시 유혹적인 제안을 한다. 늪 같은 회사를 그만두고 평화를 얻는 대신 궁핍한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다시금 ‘안정’이라는 희망(고문)을 좇을 것인지.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갈림길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단 ‘10분’이다.


영화 초반, 아직 PD를 꿈꾸던 주인공 호찬과 회사의 정규직인 노동조합 지부장(정희태 분)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호찬: "꿈도 중요하니까….…”
-노조 지부장: “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데 꿈은 무슨 꿈이냐. 하루하루가 대롱대롱이지"
꿈을 잃은 청춘들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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