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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초지능 사회①] 가족관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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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9일 13:10 프린트하기

[초연결 초지능 사회, 삶이 바뀐다 ①] 가족관계가 바뀐다  

 

※ 편집자주.

사물인터넷과 AI,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이른바 ‘초연결, 초지능 사회’의 비전은 결국 우리의 가정, 우리가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 우리가 사는 도시의 거리에서 현실로 이뤄진다. 보이지 않는 센서와 초고속통신망,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배후에 둔 채 우리는 생활형 로봇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가정과 마을에서 미래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하지만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개척하는 연구자와 기업인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그려 본 미래의 삶을 살펴보자.

 

MIT 미디어랩 퍼스널로봇 그룹의 박혜원 박사와 그가 만든 로봇 '테가'(맨 오른쪽 로봇) - 윤신영 제공
MIT 미디어랩 퍼스널로봇 그룹의 박혜원 박사가 미디어랩에서 만든 로봇들을 살펴보고 있다.  - 윤신영 제공

 

혼자 사는 A씨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인공지능 로봇 ‘샴푸’를 불러 그날 일정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로봇이 눈을 맞추며 다가오자 동시에 벽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잔잔하면서 싱그러운 음악이 나온다.

A씨의 목소리와 표정을 한참 관찰한 샴푸가 A씨에게서 우울함을 감지하고 음악을 골랐기 때문이다. 평소 기운이 없을 때 듣던 곡이 나오는 것을 듣고 A씨는 기분이 좋아졌다.


샴푸가 정리해 준 일정을 보던 A씨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샴푸, 부모님과의 화상 통화는 언제 생긴 일정이야?” “통화하실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샴푸가 자신을 위해 맞춤 처방을 내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A씨가 웃었다. 기운이 떨어진 날에는 멀리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하곤 했는데,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샴푸가 그걸 알아챈 거다. “고마워. 배려해 준 것만으로도 기분이 충분히 좋아졌어.” 샴푸가 알아들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하지만 그래도 통화를 하셔야 해요. 제가 부모님과의 관계를 대신할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미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그리고 로봇이 서로 촘촘히 연결된 초연결, 초지능 사회가 될 전망이다. 초연결은 센서와 컴퓨터, 휴대전화, 로봇 등 서로 다른 종류의 기기들이 통신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연결된 초지능은 복잡한 미래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 줄 최적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로봇은 이런 초연결, 초지능 시대를 사람들로 하여금 피부로 느끼게 해줄 첨병이다. 가정 생활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며 삶을 보조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로봇이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로봇과 인간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교감을 나눌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기에 꿈꿔 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과 로봇 사이의 교감을 연구하는 ‘인간-로봇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 이하 HRI)’ 분야다. 세계의 HRI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퍼스널 로봇(Personal Robot) 그룹을 찾아 로봇과 공존할 근미래를 만나봤다.

 

 

● 사람을 가르치거나 보조하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로봇 필요해


“정말 일상에서 오래 함께 생활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박혜원 퍼스널로봇 그룹 연구과학자(박사)가 말했다. 박혜원 박사는 전자공학과 로봇을 연구해 2014년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공학자다. 미디어랩 퍼스널로봇 그룹에는 2015년에 합류했다. 그는 ‘사회적 로봇(Social Robot) 또는 퍼스널 로봇 개념을 창시하고 널리 퍼뜨린 것으로 유명한 신시아 브리질 박사(퍼스널 로봇 그룹 대표) 바로 아래에서 연구원 및 학생들의 연구를 지휘하고 있다.


퍼스널 로봇은, 쉽게 말하면 외부에서 조정하지 않아도 혼자 판단해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다. 강력학 기계적 성능보다는 인간과의 교감과 지능이 보다 중요하다. 비유하자면, ‘태권브이’보다는 ‘아톰’에 가까운 로봇이랄까. 특히 여러 센서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 뒤 인공지능 학습으로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게 무척 중요하다. 그래야 인간과 로봇이 서로 대화를 하는 등 상호작용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해요. 크기가 작아 이동이 편해야 하고, 가격도 적당해야 하죠. 특히 아이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친근한 느낌을 줘야 해요.”


박 박사는 올해 개발한 ‘테가’를 사례로 들었다. 테가는 한국 출신의 미디어랩 방문 연구자였던 이진주 박사와 박 박사가 총 3년에 걸쳐 완성한 퍼스널 로봇이다. 테가의 첫인상은 조금 기이했다. 키가 50㎝ 정도 되는 작은 몸집의 로봇이었는데, 형광 빛이 도는 푸른색 털이 잔뜩 나 있고 만화에서 봤을 법한 과장된 표정이 얼굴에 보였다. 배에는 주름이 잔뜩 있었다. 박 박사가 스위치를 켜서 작동을 시키자, 놀랍게도 테가는 조용히, 배의 주름을 부풀렸다 접으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순하고 친근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든 거예요. 크기도 너무 크지 않아 아이들이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죠. 들고 이동할 수도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요. 털이 나 있고 촉각에 반응해 아이들이 만질 수 있게 했어요.”

테가는 언어 교육용 로봇이다(세계 최고인 MIT 미디어랩에서도 인간을 넘볼 범용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분야에 특화된 로봇을 연구한다는 게 조금 놀라웠지만, 박 박사는 “그런 로봇은 “아직 멀었다”고 인터뷰 내내 여러 차례 잘라 말했다). 물론 테가는 기존의 로봇과 완전히 다르게 설계돼 있다. 5축의 자유도(움직이는 방향)를 갖는 단순하며서도 튼튼한 관절, 촉각 시각 등을 두루 감지하는 센서 등 기계적 성능도 독특하지만, 그 이야기가 아니다. 박 박사는 “기존의 로봇과 달리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펼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아이들 사이에 교감이 있으려면 로봇도 아이들과 비슷하게 불완전하고, 그래서 함께 배워 나가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테가는 아이들과 함께 퍼즐을 풀며 이렇게 말합니다. ‘어렵다’ 또는 ‘네 덕분에 새로운 방법을 배웠어! 좀더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 단순히 언어를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로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요.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호기심을 키워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MIT 미디어랩 퍼스널로봇 그룹의 박혜원 박사와 그가 만든 로봇 '테가'(맨 오른쪽 로봇) - 윤신영 제공
MIT 미디어랩 퍼스널로봇 그룹의 박혜원 박사와 그가 만든 로봇 '테가'(맨 오른쪽 로봇) - 윤신영 제공

이를 위해 박 박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짜며 하버드대 심리학과나 터프츠대 교육학과 등의 전문가들과 협업했다. 또 테가를 실제 학교에서 장기간 실험하고 있다. 보스턴에서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부모 비율이 높은 지역의 유치원을 골라 올해 3~6월까지 67명의 학생에게 테가를 제공해 함께 언어를 공부하게 했다. 로봇이 정해진 알고리즘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경우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내용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함께 답을 궁리하는 식으로 '피드백'을 하는 알고리즘을 썼을 때를 비교하고 있다.


박 박사는 인공지능의 일종인 강화학습을 이용해 로봇의 행동 전략을 만들고 있다. “긴 시간 함께 생활하는 로봇이 중요한 이유죠. 최소 몇 달씩 함께 생활해야 학습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통해 로봇도 사람에 대해 차차 알아가거든요. 거기에 맞는 반응도 하고요.”


로봇은 스위치를 켜거나 통신망에 연결하는 순간부터 척척박사처럼 뭐든 알려주거나 챙겨준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그게 초연결, 초지능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을 알아가는 로봇'은 낯설다. 하지만 미디어랩 퍼스널로봇 그룹은 이 과정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가 생기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 박사는 이를 ‘공유된 경험’ 또는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은 로봇이 먼저 말도 걸어주고 귀찮게도 하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꿈꿉니다. 실제 사람 사이처럼요. 그런데 그러자면 로봇이 사람의 행동이나 말 앞뒤의 '맥락'을 알아야 해요. 어두운 표정을 짓는 걸 보면 그게 우울함의 증거라는 걸 알고 ‘무슨 일 있어?’라고 말 거는 식으로요. 이건 사진 한 장 가지고는 파악하기 힘들죠. 오랜 시간에 걸친 표정 변화나 행동을 보고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쉽지 않아요. 또는 사람의 습관적 행동을 파악할 수 있겠죠. 생체정보 센서를 통해 심장박동수와 땀 분비 여부, 팔의 가속도 변화 등을 측정한다고 해보세요. 매주 비슷한 시간에 이들 수치가 상승할 경우, 로봇은 이상하게 생각해 사람에게 물을 수 있어요. 그때 뭐 했느냐고요. 테니스를 쳤다고 대답한다면, 로봇은 ‘아, 매주 이 때에는 테니스를 치는구나’라고 깨우치게 될 겁니다. 그럼? 다음주 같은 시간에는 물어볼 수 있겠죠. 오늘은 테니스 치러 안 가냐고요.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쌓아온 기억 또는 공유된 경험은 사람과 로봇 사이의 진정한 상호작용을 완성해 줄 거예요.”


요컨대, 미래에는 실내를 사각지대 없이 빈틈없이 메우고 있는 센서 기술이나 강력한 인공지능 못지않게 그것들을 적절히 활용해 인간과 교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퍼스널 로봇 그룹은 테가 등을 만들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을 돌보는 데 로봇을 활용하는 연구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진행중이다.


“제 생각에, 로봇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대체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거죠. 사람이 그리워진 이를 위로하려 드는 것보다는, 부모와의 대화를 연결해 주거나, 인사 영상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전송해 주거나 하는 식으로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로봇을 만드는 로봇 학자는, 스스로 로봇은 인간과 똑같을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가장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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