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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초지능 사회③] 치료경험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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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30일 13:00 프린트하기

[초연결 초지능 사회, 삶이 바뀐다③] 치료경험이 바뀐다

 

※ 편집자주.

사물인터넷과 AI,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에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이른바 ‘초연결, 초지능 사회’의 비전은 결국 우리의 가정, 우리가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 우리가 사는 도시의 거리에서 현실로 이뤄진다. 보이지 않는 센서와 초고속통신망,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배후에 둔 채 우리는 생활형 로봇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가정과 마을에서 미래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멀게만 느껴지는, 하지만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개척하는 연구자와 기업인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그려 본 미래의 삶을 살펴보자.

 

 


"아야! 그렇게 하면 아파."

6주 전까지만 해도 5살 케빈은 자폐 치료용 로봇 '카스파르'를 못살게 굴었다.

코를 꼬집고 발바닥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는 게 케빈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그때마다 카스파르는 그렇게 때리면 아프다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른이의 감정을 헤아리기 어려운 케빈이지만 카스파르가 아파하고 슬퍼한단 건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둘이 함께 생활한지 6주째, 케빈은 많이 달라졌다. 카스파르가 왼쪽의 인형을 바라보며

"케빈, 저기 인형 좀 가져다 줄래?"하고 부탁하자 케빈은 곧바로 인형이 있는 곳을 쳐다 본다. 그

리고는 "엄마, 거기 인형 좀 던져 주실래요?" 하고 엄마에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아들이 처음으로 자신과 눈을 맞추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요즘,

케빈의 엄마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하다. 

 


 

 

● 100% 정확한 교감이 목표, 치료로봇 ‘카스파르


반려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스마트홈을 꿈꾸는 건 콘시퀀셜 로보틱스 뿐만이 아니다. 커스틴 다우텐한 영국 허드포드셔대 컴퓨터과학부 교수팀은 2005년, 영국 햇필드 지역에 ‘로봇 하우스’를 마련하고, 반려로봇과 함께 사는 삶이 어떨지 시험해 왔다.

 

거실과 부엌, 방 3개로 이루어진 평범한 1층 주택. 여러 종류의 로봇들이 이 곳에서 시험을 거쳤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살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함께 살아보며 연구한다. 소니의 아이보나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개발한 ‘케어오봇(Care-o-bot)’ 등도 이곳에서 사람과 함께 지내며 시험을 거쳤다.

 

이곳도 콘시퀀셜 로보틱스가 설명한 스마트홈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집에 들어가는 순간 적외선 센서가 사람의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하고, 음성을 인식해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 준다.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물건의 위치 등을 알아내며 로봇을 돕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시험을 거쳐간 로봇 중 특히 감정 교류에만 초점을 맞춘 로봇도 있다. 바로 자폐아 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된 로봇 ‘카스파르(Kaspar)’다.

  

주름 하나 없이 밋밋한 얼굴, 머리 크기에 비해 유난히 짧은 팔다리. 게다가 기능마저 스마트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촉각센서로 무언가를 감지했을 때 감정을 표현하는 것 외엔 자동화 된 기능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스파르는 감정 교류를 어려워하는 자폐 어린이들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왔다. 심지어 사람과의 감정 교류를 어려워하는 자폐 어린이들이 카스파르를 만나면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한다.

 

유독 사람과 감정을 나누는 데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는 카스파르의 비결은 무엇일까. 카스파르의 아빠로 알려진 벤 로빈스 영국 허트포드셔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를 만나 물어보았다.

 

벤 로빈스 영국 허트포드셔대 교수가 카스파르를 움직이고 있다. - 런던=신수빈 기자 제공
벤 로빈스 영국 허트포드셔대 교수가 카스파르를 움직이고 있다. - 런던=신수빈 기자 제공

Q. 우선 카스파르가 정말 자폐 치료에 도움을 주는지부터 여쭤보고 싶다. 정말 자폐아들의 감정 표현, 감정 교류에 도움을 주나?


실험 영상을 하나 보여주겠다. 이 영상 속의 아이는 자폐증을 겪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원래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하지만 카스파르를 만난지 6주 만에 처음으로 사람과 눈을 마주보았고, 창 밖에 새가 나타났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카스파르가 이 아이가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성 매개자(Social mediator)’ 역할을 한 덕분이다.


이 친구를 비롯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170명 정도의 자폐 어린이들이 카스파르와 친구가 됐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카스파와 눈을 맞추고,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거나 대화를 시도했다.

다른 자폐증 전문가들도 저희 실험 영상을 보고 치료 효과를 확신했다. 2016년, 54명의 전문가들에게 실험 영상을 보여주고 효과를 물었고, 모두가 카스파르의 치료 효과에 동의했다. 

 

Q. 다른 반려 로봇이나 소셜 로봇들도 사람과 친밀감을 쌓긴 하지만 생물을 앞서가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반면 카스파르는 오히려 사람보다 쉽게 자폐 어린이들과 친해지고, 감정을 나눈다. 카스파르만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건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로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카스파르의 비결을 알기 위해선 우선 자폐아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유대감이 생기지 않는 거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나 언어, 행동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는 걸 어려워한다.


그래서 연구팀은 자폐 어린이들이 쉽게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로봇을 디자인 했다. 단순함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얼굴이지만 단순화 된 모양으로 쉽게 표정을 드러내고, 단순한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자폐 어린이들은 이런 카스파르를 보면서 안정감을 얻고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Q. 단순함이 비결인 건 이해하겠다. 그런데 카스파르가 올해 12살을 맞은 것 치고는 자동화 시스템 개발이 더딘 편인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맞는 말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카스파르의 자동화 연구를 천천히 진행해 왔다. 카스파르가 설계된 알고리즘에 따라 반응하는 게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까 조심스러웠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로봇의 감정 교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2005년에 처음 개발된 카스파르인 ‘K1’부터 ‘K2’까지는 모두 리모콘으로만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K3부터는 촉각 센서를 더하며 카스파르가 촉각에 자동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었고, K5부터는 ‘반자동’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나 치료사가 카스파르가 아이와 함께할 게임을 고르면 자동으로 카스파르가 아이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게임 중간중간 버튼을 눌러 아이에게 적합한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카스파르의 자동화 수준을 높일 계획도 포함돼 있는지.

 

▲ 아볼파즐 자라키 영국 허트포드셔대 컴퓨터과학부 연구원이 카스파르의 자동 위치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 유럽연합(EU)에서 진행하는 ‘베이비 로봇 프로젝트(Baby robot project)’의 일환으로 카스파르의 자동화를 연구하고 있다. 자폐 어린이를 오래 연구한 저와 심리 치료사, 로봇공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기간인 2020년까지 카스파르가 자동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올해 3월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학회에 참여해 예비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람과 장난감의 위치에 따라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방향 센서를 이용해 주사위의 방향을 구별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자동화에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자폐아들에겐 자동 로봇의 정확도가 100%일 때에야 비로소 의미 있는 거니까. 앞으로 카스파르가 정확하게 환경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을 예정이다.

 

 

 

-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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