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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 제 장기는 새 것으로 교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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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06일 17:00 프린트하기

※편집자주: 못쓰게 된 기계를 교체하는 것처럼 고장난 우리 몸의 장기를 새 것으로 바꾸는 시대가 다가올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동물을 이용한 인공장기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장기 기술이 두 가지 큰 축을 이루며 발전 중이다. 2회에 걸쳐 이를 소개한다.

 

(1) 돼지, 유전자편집 이종장기 이식기술의 출발점이 되다

(2) 유도만능줄기세포 오가노이드 제작, 보다 안정적인 인공장기 될까?

 

#'똘똘한데 몸이 약해.' 문도형(가명,70)씨는 어린시절 맘껏 뛰지 못하는 아이였다. 본인의 심장병이 유전이란 소리를 주워듣고 마흔살이 넘어서야 미루던 결혼을 했다. 다행히 자녀들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씨 자신은 나이가 들면서 심장상태가 악화됐고 외부에 장착하는 1세대 인공심장이 나온 2000년대 바로 인공심장 수술을 했다. 몸안에 장착할 수 있는 2세대, 3세대 인공심장이 나와 재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배터리 문제 등을 신경써야 한다. 항상 심장이식을 받고 싶었지만 적절한 공여자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그처럼 심장이나 신장같은 인공장치라도 있는 환자는 그나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는 묻는다.

 

'생명유지조차 어려울 정도로 장기가 망가진다면? 당신이 환자라면 해외 원정 이식 수술을 받아서라도 신체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지 않겠는가?'

 

국내에서만 매년 1000여 명의 이식 대기환자가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 받으려고 기다리다 숨을 거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간 국내에서만 7776명의 이식대기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한 채로 목숨을 잃었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지만 이식대기환자의 약 70~90%가 이식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사람의 장기를 대신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줄기세포 기술로 자기 맞춤형 장기를 생산하려는 연구그룹이 많이 생겼지만,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했던 분야는 사람과 닮은 동물이었다. 동물에서 장기를 떼 내 사람에게 붙이는 이종장기이식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코자 했던 것이다.

 

이종장기이식에 쓰이는 무균돼지 - 서울대 제공
이종장기이식에 쓰이는 무균돼지 - 서울대 제공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는 개체수가 적고 새로운 질병출현의 위험이 있어 제외됐다. 대안동물을 찾았고 결국 돼지가 낙점됐다. 돼지의 인슐린이 인간의 인슐린과 한 개의 아미노산만 차이가 나는 것이 밝혀진 바 있어 선제적으로 연구가 진행됐고, 장기 적출시기를 조정하면 인간의 장기와 유사한 크기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돼지와 사람 간 이종장기이식의 최대 쟁점은 동종간 이식 때보다 훨씬 위협적인 면역거부 문제다. 과거에는 이를 억제하는 약제를 쓰는 방법뿐이었지만 최근에는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를 적용한 형질전환돼지를 생산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 무균돼지 췌도ㆍ각막이식, 한국이 가장 앞섰다

 

이종장기이식을 위해선 먼저 이식 후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외부 세균과 접촉하지 않은 야생형 무균돼지를 길러야 한다. 이 때문에 여러 연구팀이 무균돼지 사육시설을 마련해 이종장기이식 시험에 사용하고 있다.

 

박정규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현 서울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궁 내에서는 균이 없다”며 “산도를 통해 외부로 나올 때 균에 노출되는 데 출산 전 어미 돼지의 자궁을 적출해 멸균된 통에 넣고 새끼를 무균환경에서 분만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생산한) 야생형 무균돼지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부위는 췌도나 각막, 인공피부, 인대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무균 통에서 태어난 돼지 - 서울대 제공
무균 통에서 태어난 돼지 - 서울대 제공

일반 야생형 무균돼지에서 사람으로 이식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장기는 췌도나 각막이다. 현재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돼지 각막 전층을 영장류에 이식시켜 6마리 모두에서 6개월이상 면역억제제  시력을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으로 평가된다.

 

2016년 2월 중국에서 돼지의 각막을 이식받은 14세 소년이 일주일만에 시력이 일부 회복됐다는 발표를 두고 '이미 사람에까지 적용한 중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데, 세부 기술을 따져보면 얘기가 다르다. 

 

박 단장은 “사실 중국에서 진행한 건 일단 각막 지지층만 이식한 것으로 비교적 쉬운 수술이었다”며 “진정한 의미에서 각막이식에 성공하려면 상피와 내피세포를 포함한 전층 이식에 성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막은 상피세포와 내피세포, 각막 중심부의 지지층인 스트로마로 이뤄지는데, 중국연구팀이 실시한 수술은 세포가 제외돼 있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우려가 없는 성공률이 높은 수술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종장기개발사업단 측은 2018년 말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각막 전층부터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췌도이식역시 영장류을 통한 전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한 뒤 임상을 준비 중이다.

 

돼지에서 사람에 적용가능한 부위와 현재 기술 수준 - Nature 제공
돼지에서 사람에 적용가능한 부위와 현재 기술 수준 - Nature 제공

● 이종장기이식, 크리스퍼기술 이용한 형질전환 돼지가 '대세'

 

하지만 간이나 심장, 신장 등 고형장기 이식에서 생겨나는 면역 거부 반응 문제를 해결하기엔 무균돼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게 학계의 입장이다. 그래서 유전자를 사람의 것으로 편집한 형질전환돼지가 여기에 사용되고 있다.

 

윤익진 건국대 의대 외과 교수는 “각막이나 췌도와 달리 고형장기는 면역거부반응 문제가 훨씬 커 일반 야생형 무균돼지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는 줄기세포나 유전자편집 기술 등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형질전환돼지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개코원숭이에 이식해 3년간 생존시켰다고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11월에는 건국대와 국립축산과학원 공동 연구팀이 원숭이의 몸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Gal T 유전자는 제거하고, 항체 형성을 돕는 CD46 유전자는 과발현시킨 형질전환돼지 ‘믿음이’를 개발해 그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51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근 새로운 유전자 편집기술이 도입되면서 면역 거부반응에서 훨씬 자유로운 형질전환 돼지도 개발됐다. 약 2년 전인 2015년 11월 3세대 유전자 편집기인 ‘크리스퍼-캐스(Crispr-cas)9'으로 다중유전자를 손쉽게 조작하게 됐다는 논문이 네이처에 실렸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17년 8월 생명공학자 조지 처치(George Church) 박사와 루한 양(Luhan Yang) 박사가 설립한 ‘이제네시스(eGenesis)’ 연구팀이 이를 이용해 사람에서 문제가 되는 돼지내인성바이러스(PERV) 를 없앤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다른 종에 들어갔을 때 문제가 되는 내인성바이러스로 인한 감염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박정규 단장은 “그 동안은 단 하나의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를 얻는데 1~2년이 걸렸다”며 “크리스퍼 기술로 최소 5개 이상의 유전자를 보다 높은 확률로 빼거나 추가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위험이 훨씬 적은 형질전환돼지 생산 기간이 5개월도 단축됐다”고 말했다.

 

돼지를 형질전환 시키려면 복제양 돌리와 같은 핵이식법을 사용해야 한다. 체세포에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고 핵을 뺀 난자에 넣어준 뒤, 대리모에 착상시켜 얻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박 단장은 “과거 유전자 한 개를 바꾼 돼지 체세포 1000개를 얻으려면 수 백만 개의 체세포를 변형시켜야 했다"며 “(유전자 편집 기술이 좋아져서) 최근에는 100만 개의 체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면 수 만 개 이상의 조작된 체세포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질전환돼지를 통해 이종장기 이식 기술이 15년 안에 70% 수준인 동종이식 기술의 생존율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형질전환 돼지 연구환경 갖춰져야

 

환자 수요와 증가 추이에 근거해 미래 이종장기 이식 시장이 약 86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연구 환경과 법적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정환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고형 장기 이식에 있어 미국의 기술력이 앞선 데는 연구용 형질전환돼지를 키울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한 몫 했을 것”이라며 “대학 내 소규모 시설에서 실험용 돼지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많은 실험용 돼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설과 인력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할 수 있는 절차가 간소한 미국과 중국에 뒤쳐지지 않도록 연구를 위한 제도적 보완부터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윤익진 교수는 “형질전환 동물을 바탕으로 임상과 수술에 적용하는 국제기준이 없는 데, 이를 미국이 만들려고 한다”며 “미국이 다 만들어놓으면 우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적인 지원은 문제가 되지만 적절한 감시를 통해 연구를 점검하는 등 국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정규 단장은 “많은 연구진이 임상시험이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에 가서 수술을 시도한다”며 “위험한 수술을 무조건 허용할 수 없지만 연구를 위해 최소한의 기술을 빠르게 시험해 볼 수 있는 절차 등도 논의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궁금하다! 이종장기 개발, 왜 하필 돼지로 할까?

 

서울대 제공
서울대 제공

돼지는 혈당량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사람과 1개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1980년대까지 돼지 인슐린을 주사제로 개발해 당뇨병을 치료해 왔다. 때문에 돼지는 장기이식을 위한 최우선 후보로 주목 받았다. 이후 인간 장기와 얼마나 닮은 장기를 가지고 있는지 또는 기술이 완성됐을 때 수요를 충당할 만큼 개체 수가 충분한지 등 다양한 점을 고려해 이종장기이식을 위한 핵심 동물로 돼지가 사용되고 있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보면 우선 쥐와 같은 소형 포유류는 돼지보다 관리가 수월하지만 장기의 크기 등이 인간에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간과 가장 닮은 영장류가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영장류는 멸종 위기에 처했을 정도로 수가 적을 뿐 아니라 감염 위험이 커 제외됐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영장류인 원숭이에서 문제가 없다가 사람으로 이동해 병원성을 갖게된 사례 등이 있기 때문이다. 영장류를 통해 들어온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이런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돼지는 이런 문제가 없을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장류보다는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학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장기이식용 돼지는 현재 바이러스 노출을 최소화 할수 있도록 무균 환경에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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